19년 공 들인 '인보사' 유전자 치료제 세계시장 선도

세계최초 세포 매개성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국내 시판 '흥행'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신약개발 공감대로 규제 허들 통과···과학자도 법 알아야"
 
'인보사'의 국내 출시를 주도한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 소장은 서울대 미생물학 박사를 마치고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했다. 바이로메드에서 10여 년간 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을 했고 코오롱 생명과학에는 2010년 합류했다. <사진=윤병철 기자>'인보사'의 국내 출시를 주도한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 소장은 서울대 미생물학 박사를 마치고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했다. 바이로메드에서 10여 년간 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을 했고 코오롱 생명과학에는 2010년 합류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제가 없던 분야에 의학적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줍니다. 이 분야는 경쟁이 아니라 선도해 가야죠."

'인보사®-케이주(INVOSSA·이하 인보사)'의 등장은 화려했다. 인보사는 세계최초 세포 매개성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다. 임상을 거칠 때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인보사 국내시판이 확정되자 의료시장과 더불어 주식시장도 흥분했다. 인보사 공동 개발사 '티슈진(대표 이우석)'은 시가 총액 6위의 거대주로 11월 6일 코스닥에 입성했다. 관절염 관련 병원은 인보사를 앞세워 홍보에 나섰고, 환자들의 관심이 몰렸다.

인보사 개발측에 따르면, 연골이 손상돼 만성적인 염증으로 고통 받는 골관절염 환자 수는 전 세계 1억5000만명, 국내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300만명이 중증환자로 인보사 치료대상 환자로 파악된다. 골관절염은 대중적인 질환인데 그동안 근본적 치료제가 없었다.

인보사는 정상사람 연골세포와 다기능 싸이토카인(신체방어체계 제어·자극 당단백질) 'TGF-β1'를 도입해 형질전환된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로 손상된 무릎연골을 재생한다. 식품안전의약처는 인보사가 관절염 환자의 통증과 기능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시판을 허가했다. 유전자 치료제에 긴 세월의 공을 들인 제약사에겐 천상의 나팔소리였다.

인보사의 탄생에는 코오롱 그룹(회장 이웅렬)의 유전자 신약개발사 '타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대표 이우석)'이 있다. 타슈진은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이고, 아시아 개발 및 판매를 '코오롱생명과학'이 맡고 있다.

인보사의 국내 임상을 진행해 출시를 성공시키고, 또 다른 신약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은 신약 출시에 대해 "유전자 치료제로 노년층 대부분이 겪는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인보사 등장의 가장 큰 의미"라고 밝혔다.

1000억 든 19년 공···유전자 신약 성공 향한 오너와 구성원 믿음 없다면 불가능

유전자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유전자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인보사는 1999년 티슈진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내부에서는 유전자 치료제를 향한 항해에 반대가 심했다고 전해진다. 90년대 초 의학계에 유전물질을 약으로 사용하는 사례와 개념이 제안됐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도 발생해 유전자 치료 관련 규제가 강했다.

우려를 뚫고 항해에 나선 인보사도 안전성을 입증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초기에는 관련부처에 그 개념을 이해시키기도 어려웠다. 신약은 도움 될 만한 데이터가 적고 시뮬레이션의 복잡성도 커, 실제 임상 데이터를 쌓아가며 문제점을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출발이 서구보다 늦었지만,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덕에 올해 인보사가 출시될 수 있었다. 그 기간이 19년, 아기가 성인 될 세월이다. 개발과 임상을 거치는 동안 쓰인 자금이 1000억원은 넘는다고 김 소장은 밝혔다.
 
그는 "임상 결과가 생각보다 늦게 나온다. 시간도 그렇지만 임상에, 생산에, 임상3상 이상 진행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투자가 필요하더라. 신약 개발하는 벤처 제약사 정말 존경한다. 오너 의지가 없다면 시작도 못할 일"이라며 "입사부터 20년간 온 청춘을 인보사에 바친 직원도 있다. 임직원이 일치된 믿음 없이는 그렇게 긴 시간을 견디며, 수많은 협력 기관사를 리드하지 못한다"고 소회했다.

신약개발에 CoGIB 등 협력기관 도움 커···신약 개발 공감대 얻어 '규제 그늘' 탈출

인보사에는 살아있는 '인간연골세포'가 함유됐다. <사진=윤병철 기자>인보사에는 살아있는 '인간연골세포'가 함유됐다. <사진=윤병철 기자>
김 소장은 신약 개발을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에 비유했다. 임상과 평가를 위해 병원과 연구소도 협력했고, 국가 먹거리 창출이라는 대의로 정부 기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보사는 태동부터 복지부와 산자부 등의 지원이 있어왔고, 현재는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센터장 대행 차기원·이하 CoGIB)'의 도움을 받고 있다.
 
CoGIB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와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신약개발 비용과 임상자문, 홍보 등을 지원해 왔다. 김 소장은 "많은 협력지원 가운데 CoGIB이 특히, 기업 입장을 대외에 잘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성과도 크다"고 평했다.
 
인보사가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받은 비율은 총 투자금의 10% 정도. 그는 "초기 연구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또 정부 지원이라는 타이틀은 외부에서 볼 때 좋은 인증"이라고 정부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더불어 김 소장은 범 생명공학계의 도움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순간도 털어놨다.
 
2014년 말, 김 소장은 신약개발에 의지가 있던 식약처와 '마중물사업' 등으로 긴밀히 소통하며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당시 생명윤리법은 47조를 통해 '유전질환이나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면서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로 유전자 치료를 제한한다'는 규제를 두고 있었다. 연구 현장은 생명윤리법이 "현실과 맞지 않게 과도하다"고 지탄해 왔었다.

규제의 그늘은 인보사의 유전자 치료방식에도 드리웠다. 끝이 보인다고 임상 통과에 매진하던 회사가 뒤집어졌다. 유전자 기대주가 규제에 막혔다는 소식에 바이오의약품협회와 유전자치료학회 등 연구 현장이 일제히 일어났다. 식약처 등 관계기관도 분주히 움직였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도 나서 생명윤리법의 규제완화를 논의했다. 다음 해인 2015년 12월, 윤리법은 개정됐고 인보사는 규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김 소장은 "당시 신약개발에 공감대가 확산돼서 풀렸지만, 아직 미흡하다. 해외에는 그런 규제가 없다"며 "식약처 규정보다 생명윤리법이 상위법인지 몰랐었다. 그 소동을 통해 과학자도 법을 알아야겠다고 인식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환자에 희망 주고, 새로운 세계시장 열 "유전자 치료제, 우리가 선도한다"
 
현재 인보사는 보다 효율적인 공정 개선과 확장 실험 등 국내 연구가 한창이고, 미국에선 티슈진의 진행으로 내년 초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앞두고 있다. 그 뒤에는 2023년 출시될 계획이 잡혀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인보사는 일본제약사에 5000억 원이라는 국내 최고가 기술수출도 이뤘다. 인보사는 2028년께 매년 4조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인보사 외에도 김 소장 연구팀은 3개의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중 'KSL-2031'은 난치성 통증 치료제로, 올해 미 FDA와 미팅을 갖고 임상시험승인을 신청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통증 분야는 진통제만 있었지 근본 치료가 없었다. 신규 기전의 유전자 진통제를 개발하여 난치성 통증을 치료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다.
 
또 다른 'KLS-3020'은 바이러스로 종양을 살상하는 암치료제다. 이 분야는 기존 약이 있지만 개선할 여지가 있어 연구팀이 뛰어들었다. 바이러스가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정하고, 면역력이 증강되는 유전자 물질 등을 보강했다. 십수년간 다져진 유전자 치료기술 덕에 유전자 신약의 출시 소식이 연이을 전망이다.
 
2012년 유전자치료제 '글리베라'가 유럽에서 승인되면서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 열기가 높아졌다. 그 선두 그룹에 코오롱생명과학이나 신라젠 같은 우리 기업이 앞서고 있다. 김 소장은 투자가 폭증한 해외 바이오 시장을 설명하며 "유전자 치료는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축적한 우리 바이오 기업들도 경쟁 아닌 선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보사 공정개발 연구팀. 신약을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사진=윤병철 기자>인보사 공정개발 연구팀. 신약을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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