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율항해 '아라곤2호' 출격···불법조업 '꼼짝마'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23일 거제도서 '다목적 지능형 무인선 시연회' 가져
김선영 박사 "인프라 구축으로 무인선 개발 박차 가할 것"
무인선 아라곤 2호(왼쪽)가 측면에 배가 나타나자 피해서 가는 모습.<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무인선 아라곤 2호(왼쪽)가 측면에 배가 나타나자 피해서 가는 모습.<사진=정정은 인턴 기자>

바다 냄새가 가득한 거제. 햇빛은 따뜻했지만 바닷바람은 살을 뚫는 듯 거셌다. 선착장에는 우리나라 대표 해양조사선인 온누리호를 비롯해 여러 배들이 출렁이고 있다.

그 사이로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선 한대가 부두를 따라 물살을 헤치며 등장했다. 무인선 촬영을 위한 드론도 동시에 날아 올랐다. 날렵한 몸매를 가진 무인선 앞면에는 '아라곤(ARAGON) Ⅱ'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23일 거제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원장 홍기훈) 남해연구소 인근 선착장에서 해양수산부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소장 서상현)가 개발한 '다목적 지능형 무인선 아라곤 2호의 실해역 시험 시연회'가 열렸다. 

'아라곤 2호'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무인선이다. 날렵한 보트 형태인 아라곤 2호는 길이 8m, 폭 2.3m, 무게 3t 가량이다. 장시간 넓은 해역에서 정해진 경로를 따라 해양감시·조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최대속도는 43노트(약 80km/h)이고 순항속도는 20노트(약 37km/h)다.

한번 주유로 15시간 이상 약 555km까지 운항 가능하다. 또 거친 해상상태에서도 35노트(약 65km/h)까지 고속 항주가 가능해 해양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사람이 직접 탑승하기 어려운 지역에도 활용 가능하다.

차가워진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시연회를 마지막까지 함께했다.<사진=정정은 인턴기자>차가워진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시연회를 마지막까지 함께했다.<사진=정정은 인턴기자>

◆거센 바람에도 '아라곤 2호' 알아서 척척

아라곤 2호가 이날 선보일 임무는 자율 운항 시스템을 통한 2번의 선박 충돌 회피와 불법 어선을 감시.

관제선에서 무인선의 목표 지점을 전자해도 상에 지정한 뒤 GIS(지리정보시스템) 정보를 토대로 최적경로를 전달하면 정보에 따라 아라곤 2호는 AIS(자동선박식별장치), 레이더, 카메라 등 다양한 장애물 탐지 센서를 통해 경로를 자동으로 수정하며 운항이 가능하다.

내부에 설치된 충돌회피 프로그램은 관제사 개입 없이도 무인선 스스로 고정·이동 장애물을 탐지해 회피할 수 있다. 

아라곤 2호는 측면과 정면에서 선박이 다가오자 접근 선박을 인식, 방향을 틀어 충돌을 피했다. 관제사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경로를 바꾸며 체크 포인트 도달에 성공했다. 마치 선원이 직접 운전을 하는 듯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다른 배를 피하는 모습에 참가자들의 이목이 한 곳에 집중됐다.

이후 곧바로 불법 어선 감시 임무가 시연됐다. 모선의 레이더에 불법 어선이 포착되니 아라곤 2호는 감시 임무를 위해 곧바로 출격했다. 지점에 도착한 아라곤 2호는 선박 주위를 크게 돌며 사이렌과 경고방송을 송출하고 동시에 카메라를 통한 녹화도 진행됐다. 

만약 경고방송에도 불법 어선이 이를 무시하거나 역으로 대응한다면 아라곤 2호는 곧바로 음파공격과 물대포, 최루탄 등을 발사한다. 아쉽게도 이번 행사에선 그 대응 조치가 시연되진 않았다.

한편 무인선 핵심기술인 자율운항 기술은 지난 3월 민간기업 세이프텍리서치에 이전됐다.

◆무인선 개발 박차 위해 인프라 구축해야

"해군과 해경의 협력을 토대로 무인선 개발 인프라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건조되는 함정에 무인수상정을 탑재해 군사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군사적 목적 뿐 아니라 대형 무인화물선 운항 기술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이번 시연회 책임을 맡은 김선영 책임연구원은 무인선의 지속적인 개발에는 사용자들의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선영 박사에 따르면 외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무인선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그는 "우리나라 무인선 기술력은 외국과 비슷하지만 아직 무인선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곳은 부족하다"며 "앞으로 군과 해경을 중심으로 무인선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 전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이번 시연회를 통해 한국의 무인선 기술 능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영국과 노르웨이 등 세계 각국에서 몰두하고 있는 무인 화물선 분야에서도 기술 발전을 꾀할 것"이라 밝혔다.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한 아라곤 2호.<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 제공>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한 아라곤 2호.<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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