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전시회 뒷이야기
이달 7일 서울 코엑스서 마지막 전시
[인터뷰] 성재호 졸업전시 준비위원장 & 석 다니엘 교수

오토바이에 부착하는 무릎 히터, 그림을 움직이게 만드는 교육용 키트, 면생리대 세척기, 분무기가 장착된 고양이 빗, 바람이 나오는 신발 거치대···.
 
일상의 틈새를 파고든 디자인 제품 29점이 KAIST 산업디자인학과동 로비를 채웠다.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은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Redefine Everyday Living'을 주제로 졸업전시회를 열었다. 학생들이 바라본 일상을 디자인으로 재정의한 결과가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담겼다.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전시회는 1968년부터 매년 새로운 주제로 개최되어 왔다. 작품은 물론이고 전시장 포스터부터 책자 디자인까지 학생들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학생들은 오는 7일부터 4일간 같은 전시를 서울 코엑스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전시가 시작되기 전, 졸업전시회 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한 성재호 학생과 전시 책임 교수를 맡은 석 다니엘 KAIST 교수를 만났다.

(왼쪽부터)성재호 학생과 석 다니엘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사진=한효정 기자>
(왼쪽부터)성재호 학생과 석 다니엘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사진=한효정 기자>
◆ 미(美)보다 소비자 삶 더 생각한 제품
 
재호 학생은 전시장 큐레이터가 되어 작품을 하나씩 소개했다. 그는 "작품은 곧 만든 사람을 닮는 것 같다. 이번 학생들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작품 'Shadow Puppet Book'과 ‘B-HEAT'. <사진=한효정 기자>
(왼쪽부터)작품 'Shadow Puppet Book'과 ‘B-HEAT'. <사진=한효정 기자>
전시장 가운데 서 있는 오토바이에는 겨울철 운전자의 무릎과 다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자가 발전 히터 'B-HEAT'가 숨어 있다. B-HEAT는 오토바이가 시속 60km로 달릴 때 맞게 되는 강한 바람을 전력으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한다. 운전 중에 배터리를 충전하고, 멈췄을 때 저장한 전력으로 팬을 돌려 열을 빨아들이고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검은 천막에 그림자가 출렁였다. 그림자 동화책 'Shadow Puppet Book'이다. '읽는' 동화책에서 '노는' 동화책으로 생각을 바꿔서 탄생한 작품이다. 책에 자석으로 붙어 있는 인물 그림판을 떼어내서 휴대폰에 인식시키면 움직이는 그림자가 나타난다. 그림판 뒷면에 있는 증강현실(AR) 마커가 움직이는 그림자의 비밀이다.
 
석 교수는 "이번 전시에는 쉽게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많고 분야 다양성이 작년보다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품의 미(美)보다는 소비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에게 다가가 아이디어를 착안하고 제작해 결과를 만드는, 즉 연구가 바탕이 된 디자인이다. 성재호 학생은 "디자인 모델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작동까지 선보이는 것도 우리 작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Window Factory(움직이는 그림 키트)', 'Flovie(꽃다발 보관기)', 'tilt(신발 거치대)', '상상동화(음성 녹음 동화책)', 'Na-bit(고양이 빗)', 'COTTIN(면생리대 세척기)'. <사진=한효정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Window Factory(움직이는 그림 키트)', 'Flovie(꽃다발 보관기)', 'tilt(신발 거치대)', '상상동화(음성 녹음 동화책)', 'Na-bit(고양이 빗)', 'COTTIN(면생리대 세척기)'. <사진=한효정 기자>
◆ 교수는 조언자 역할, 결정은 학생의 몫
 
이번 전시를 위해 졸업반 학생 중 19명이 올해 봄, 위원회를 만들었다. 디자인팀, 대외협력팀, 전시기획팀 세 분야로 나눠 준비했다. 디자인팀은 전시에 필요한 포스터와 책 등을 디자인하며 전시의 정체성을 나타냈고, 전시기획팀은 전시장 배치와 조명 등 세부적인 것을 챙겼다. 대외협력팀은 전시 후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재호 학생은 "후원이 쉽지 않아 대외협력팀이 특히 고생했다"는 후기를 들려줬다.
 
학생들은 봄에 작품 컨셉을 정하고, 가을에는 프로토 타입 만들기와 전시회 준비에 몰두했다.  두 명의 조언자도 함께했다. 지도교수와 석 다니엘 교수다.
 
지도교수는 세부적인 조언을 줬고, 석 교수는 전시 총괄 교수로서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집중하도록 도왔다. 그는 모든 학생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꿰뚫고 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석 교수의 역할이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발표와 포스터다. 둘 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것을 강조했다. 석 교수는 1분 안에 몇 개 문장으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엘리베이터 스피치' 연습법을 가르쳤다. 포스터를 만들 때는 "한 발 물러나 생각해봐, 뭐가 제일 중요할까?"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에 몰두하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언은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 모든 결정은 학생의 몫이었다.
 
학생들은 지난 14일 졸업작품 평가회를 마쳤다. 10명의 학과 교수 앞에서 2분간 영어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교수의 의견을 받았다. 4년 동안 배운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교수뿐 아니라 졸업생들의 부모, 친구, 다른 전공 교수와 학생들까지 전시회를 찾았다. 이들은 다른 각도로 작품을 바라보고 색다른 의견을 주기도 했다.

졸업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은 방문객들에게 작품 하나하나를 소개해줬다. <사진=한효정 기자>
졸업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은 방문객들에게 작품 하나하나를 소개해줬다. <사진=한효정 기자>
◆ 교정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Keep Learning!
 
이제 서울에서 두번 째이자 마지막 전시가 남았다. 석 교수는 "코엑스에는 대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 같다"며 활발한 교류를 기대했다. 그는 "운이 좋으면 작품의 후원자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재호 학생을 보며 웃었다.
 
석 교수는 학생들에게 졸업 후에도 계속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5년 전에는 몰랐던 아두이노와 프로세싱 등 기술의 발전이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게 됐다"며 "과거에는 며칠에 걸쳐 손으로 만들어야 했던 모델을 이제는 쉽게 만들어 바로 테스트할 수 있는 디자이너에게 좋은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빠른 변화 속에서는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없다. 새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길 바란다. Keep Learning!"이라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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