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제주의소리
▲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제주의소리

[인터뷰]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문재인정부 균형발전은 사람 중심...피부로 느낄수 있어야"

지역혁신박람회, 지역투자박람회, 지역희망박람회까지…. 참여정부에서 시작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박람회 명칭은 변화를 거듭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 행사 타이틀을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로 정한 것은 그간 주춤했던 ‘지역 균형발전’이란 화두를 다시 한 번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새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송재호 위원장을 22일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만났다. 

쉴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한 송 위원장은 “이전 정부들은 SOC(사회간접자본), 산업적인 측면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기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을 중시하는 지역발전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자본과 사람이 쏠린 한국 사회에서 선진국 도약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요소는 결국 지역 균형발전이다. 송 위원장은 지방분권 이상의 ‘지역 주권’까지 확장된 권한을 정부가 지방정부에 이양할 때 효과적인 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엔 각 지역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가 필수다.

송 위원장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반도 균형발전의 미래 목표는 북한과의 협력이다. 냉전시대 동·서독 협력의 성공 모델이 있다. 북한을 포함한 균형발전 정책을 멀리 내다보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향후 목표까지 제시했다. 

다음은 송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균형발전은 간단히 말해 서울 등 수도권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뜻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막상 정책이나 예산 같은 실천의 영역에서는 선뜻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지역 균형발전을 잘하는 나라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을 집중 지원하고 잘사는 지역과 최대한 균형을 이뤄, ‘함께 간다’는 인식이 국민 문화 저변에 깔려있다. 하나의 국토에 사는 모든 지역 주민들은 골고루 살아야 한다는 공존의 정신과 철학이 국민 정서에 녹아있고, 정치적으로도 합의가 돼 있다. 헌법에도 잘 반영돼 있기도 하다. 그래서 딱히 균형발전 정책이라고 규정짓지 않더라도 국가 운영에 있어서 지역발전은 자연스럽게 추진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자국 내 도시 경쟁력에서 21위 밖에 안된다. 앞에 있는 20개 도시는 모두 지방도시다. 그만큼 균형발전이 잘 돼 있다는 걸 방증한다. 농촌이 잘 사는 나라가 국가 전체적으로 잘 사는 나라다. 대도시는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저개발국가일수록 농촌은 낙후되고, 선진국일수록 농촌과 도시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농촌이 나은 경우도 있다. 삶의 질이 좋고 일자리도 좋으니 농촌을 떠나려 하지 않고, 인구가 급감하는 위기감도 없는 모습은 잘 사는 국가의 특성이다.

우리도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불균형한 낙후 지역의 소득, 삶의 질, 의료, 문화 수준을 수도권 대도시와 비슷하게 끌어 올려야 한다. 이건 지극히 당연한 국가의 책무다. 그래야 나라가 쇠퇴하지 않는다. 지역의 합이 국토라는 인식을 국민, 관료사회, 정부 모두 가져야 한다.

# 언급한 독일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균형발전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압축적으로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역사를 포함해 경제, 지역 정서, 정치 여건 같은 고유한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지역 균형발전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해결되거나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나?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지역 문제는 지역이 잘 알기 때문에 지역 스스로 원하는 발전 방향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서서 예산과 정치적 권한을 지방정부에 배분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분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분권도 권한을 내려주는 중앙에서의 시각이다. 그래서 지방분권에서 더 확장된 '지역주권'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역주권으로까지 권한을 지역에 확장해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4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다. 결국은 지역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국가 재정을 지역에 할애해야 한다. 지방세 배분 비율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바로 이런 의미다. 

두 번째로, 그렇게 되고 나면 지역은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만약 지역 역량이 부족하면 정부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메워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시혜적으로 정책을 내려주는 건 더 이상 성공 못한다. 지역이 주도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지역마다 ‘부익부 빈익빈’은 생기기 마련이기에 더 어려운 지역을 찾아서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 또 다른 국가의 책무다.

끝으로 지역 안에서도 불균형이 존재한다. 서울은 강남·북, 수도권 역시 남·북으로 차이가 난다. 국가적으로 불균형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불균형도 찬찬히 살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 인터뷰 중인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오른쪽). ⓒ제주의소리
▲ 인터뷰 중인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오른쪽). ⓒ제주의소리
#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임에도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주목할만 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평가가 있다. 위원장께선 참여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은 긍정적인 면도 크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성공하려면 참여정부의 어떤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보나?

일단 참여정부 때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은 가히 혁명적인 정책이었다.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합의는 이끌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인위적으로 이전한 셈이나 다름없다. 정권이 교체되고, 균형보다는 거점 성장하는 방식의 지역발전으로 선회하면서 불균형성장이 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일종의 ‘잘 나가는 것에 더 지원하자’는 방향이어서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취지가 궤도 이탈했다.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고통도 겪었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하면서 정책 방향을 회복해야 국민 신뢰가 쌓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두 정부가 ‘균형발전에 아예 손을 놨다’는 건 아니다. 광역권, 생활권이란 좋은 개념이 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까지 더할 것은 더하고 지울 것은 지우고 해서 지역 균형발전을 정상궤도에 다시 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그 틀에서 문재인 정부만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인식은 대통령도 함께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의 특징은 ‘사람 중심’이라고 말하겠다. 참여정부에서는 신도시, 도로, 병원, 학교 같은 SOC 중심으로 진행했다가, 그 다음 정부는 투자를 활성화 하고 산업 거점을 마련해 소득을 올리는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토의 균형적인 개발, 산업 배치와 똑같은 비중으로 사람을 중시한다. 소위 소득이라는 경제적 지표가 반영하지 못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 건강, 평화, 삶의 질을 균형발전 정책의 영역으로 놓고, 구체적으로 실현시킨다. 간단히 말해 내 지역, 내 고향에서 터 잡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전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국민 한 사람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대학생이라면 취업률과 일자리, 노년층이라면 사회보장 혜택 등이 해당되겠다. 종전에는 국가가 일률적으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지역 특성을 살려서 하자는 셈이다. 정책이란 커다란 틀에서 소외했던 사람에 초점을 맞추겠다.

#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균형발전 정책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를 목표는 바로 북한과의 협력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한 협력 시대가 본격화하면, 각 지역 단위에서 북한 삶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균형 발전정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성공사례가 바로 냉전시대 독일 서독, 동독이다. 서독은 균형발전으로 동독을 짧은 시간에 발전시켰다. 이러한 경험까지 살펴서 문재인 정부는 균형발전 정책의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

 

▲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제주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경기대 관광경영학 박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2000~). 참여정부 당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국가균형발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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