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전문업계 '반발' VS 세관 "영리목적 과세 당연"
대법원 결정 최대 변수···과학산업계, 탄원서 제출 움직임

그동안 관세 감면 대상이었던 연구개발 시험분석 장비에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R&D 시험분석 전문기업과 세관의 2년간 법정 다툼이 엎치락 뒷치락 계속되다가 결국 대법원까지 해당 사안이 상소됨에 따라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과학기술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 산하 안산세관은 지난 2015년 10월 경기 안산에 소재한 시험분석 전문기업 알에스피(대표 김대용)에 외부 위탁‧용역 시험분석 업무는 연구개발 활동이 아님을 지적하며 감면받은 관세를 반환케하고 가산세까지 고지한 바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연구개발 활동의 정의다. 안산세관은 R&D 시험분석 업무를 산업기술 연구개발 사용 목적이 아니라고 정의했다. 시험분석 서비스 전문기업이 외산 연구장비를 수입해 올 때 관세 감면을 받으려면 산업기술 연구개발 사용 등의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세관은 위탁 시험분석 서비스를 연구개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안산세관의 손을 들어 주며 알에스피의 부당 청구 소송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행정심판에서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뒤집어 졌다. 알에스피가 승소했다. 용역비를 받고 수행하는 산업체 부품 시험분석도 연구개발 활동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어 안산세관도 이같은 결과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위탁 용역 산업부품 시험검사는 연구개발 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결과로 다시 번복됐다. 다만 안산세관이 고지한대로 알에스피가 부당한 방법으로 관세감면을 받지는 않았다고 인정했다. 일부는 승소하고 일부는 패소한 셈이다.

◆ 공공기관 시험분석 서비스도 불똥튈라 '촉각'···영세한 연구개발 서비스업 '휘청' 

대법원이 관세청 산하 안산세관에 손을 들어 줄 경우 연구개발 서비스업계 뿐만 아니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연구기관의 시험분석 서비스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공공연구기관에서 일정 비용을 받고 시험분석 위탁을 받는 서비스도 관세 대상이 될 전망이어서 업계 부담은 물론 연구개발 상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기술혁신학회와 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연구개발 서비스 전문업계와 산‧학‧연 관계자들은 관세 부과가 득보다 실이 많다며 대다수 반대의 입장을 보인 가운데 연구개발 서비스업을 진흥하는 정부의 일관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거대 외국 시험분석 서비스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 영세 시험분석 기업들을 육성하고, 전문인력 고용창출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병환 대전대 기술경영전공 교수는 "정부가 연구개발 서비스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진흥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알에스피의 경우는 정부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사례"라며 "시험분석 서비스 업무가 연구개발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고가의 시험장비 구입 시 관세감면을 받지 못해 시험비 인상 등 연구개발 생태계에 큰 애로가 발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장재 KISTEP 정책위원은 "시험분석 서비스 관세 부과 이슈는 단순한 한 기업과 관세청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개발계 전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연구개발 인력고용 창출의 중요한 영역임에도 관세청 접근 자체가 부당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아프로알앤디 대표는 "R&D 시험분석 전문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 자금력이 없어 고가의 시험분석장비 확보에 애로를 느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힘든 구조"라며 연구개발 서비스업 진흥을 위해 합리적인 대법원의 판단을 당부했다. 

또 산업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관세 대상이 적용될 수 있어 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관세법이 존재하지만 산업기술이나 연구개발에 대한 정의 규정을 제대로 확립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영리만 감세 대상이 된다는 독소조항들을 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 시험분석 전문기업 대표는 "시험하고 분석하는 연구개발 과정을 연구개발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모호한 기준이 계속 적용된다면 연구개발 서비스 업계와 과학기술계가 심각한 관세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관세청이 시험분석 서비스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연구개발 활동에 시험분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부당하다고 느낀다"라며 "관련한 입법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철희 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 사무국장은 "기존 폐쇄형 연구개발 시스템을 탈피해 개방형 혁신 연구개발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인데 여전히 관련 세제와 지원제도가 확립되지 못했다"면서 "기업부설연구소가 용역으로 수익을 챙긴다는 과거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국가 연구시설 장비의 진흥과 효율화 측면에서 세제를 더 확대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반면 관세청 관계자는 "용역 위탁 대금을 받고 진행되는 시험분석 서비스는 영리 목적으로 관세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일축했다.

한편 과학기술계 및 연구개발 서비스업계 일각에서는 알에스피의 시험분석 서비스업이 연구개발 활동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개발 시험분석 서비스 기업들의 관세 감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내년 세법개정 시행령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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