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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차 산업혁명시대 준비해야 할 '이별'

현병환 대전대 융합컨설팅학과 교수
독자와 마찬가지로 필자도 세미나와 강연 초대 메일을 종종 받는데 제목의 반 이상이 4차 산업혁명을 달고 있다. 관련 책도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 2016년 4월에 출판된 이래 봇물을 이뤘다. 최근 지인의 정보에 의하면 100종류가 넘었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 아젠다도 예산편성도 기업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최근 필자가 다니는 법당의 교무님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4차 산업혁명과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를 요청하셨다. 묘한 감회를 느꼈다. 가히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신드롬이다.

연구생산성을 공부하는 필자는 몇 년전부터 역사적으로 세계적 강국들은 어떠한 동인으로 만들어 졌고 위대한 혁신과 국력의 융성은 어떻게 일어났는가라는 관점으로 자료를 보고 있다. 강대국의 조건은 사회의 개방성, 국민의 창의성, 타 민족에 대한 포용력, 위대한 리더의 역할 등 많은 부분이 있다.

본 글에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특허제도를 중심으로 이것이 어떻게 국력을 키우는지를 보고자 한다.

인류최초의 특허법은 1457년 북부 이탈리아 도시국가 베니스에서 만들어 졌다. 이탈리아는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1861년 이탈리아 왕국으로 통일될 때까지 10여개의 공국(도시국가)을 이루며 경쟁하고 있었고 그중 베니스는 약한 도시국가로 해안으로 쫓겨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약소국이었다.

베니스는 국가를 부흥시키기 위해 최초로 특허권이라는 새로운 제도의 발명을 통해 유럽의 지식인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지동설로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베니스로 이주해 양수와 관계시설에 대한 특허(1594년)를 취득하고 망원경을 만들어 돈을 벌었다. 베니스에 가면 유명한 것이 가면인데 당시 가면무도회에서는 가면을 쓰면 신분을 따지지 않고 교제가 가능했다. 신분상승도 가능한 열린사회로 유럽의 지식인과 상인들이 베니스로 몰려오는 유럽에서 유래없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개방적이면서 창의력을 진흥시키는 정책을 통해 베니스는 지중해를 지배하는 세계적인 강국이 되었다.

16세기 영국은 유럽의 변방으로 당시 세계최강 국가로 역사상 가장 큰 제국 중에 하나였던 스페인에 눌려 지냈다. 그러나 영국은 엘리자베스1세 여왕시대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2세의 신교박해로 추방된 상인, 자본가, 지식인들을 대거 영국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총 5번의 정치적,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주하는 대규모 유럽본토 지식인들과 상공인들(위그노라 불린다)을 받아들이면서 유럽의 강자로 세계를 제패하게 된다. 그 과정에 지식인들을 더 많이 모으고 그들의 역량을 키워 국가의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추진한 것이 1624년 제정한 특허제도의 도입이다.

선 발명주의와 14년 독점권을 보호해주는 특허제도는 당시 유럽의 식자층들을 영국으로 모이게 하는 동인이 됐다. 국가가 인정해주는 새로운 지식장려 정책은 매월 보름달이 뜨면 만나는 '루나소사이티'라는 모임을 탄생시켰다. 모임을 통한 집단지성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이후 1750년 산업혁명의 불꽃을 타오르게 했던 것이다.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된 발명가 제임스 와트와 투자가 메튜 볼턴의 만남도, 종의기원으로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도 루나소사이어티의 결실이다.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동인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개인과 집단의 창의적 열정과 도전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그 시발점으로 보여진다.

금년은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아 국난적 어려움을 당한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의 신문을 검색해보면 기업들의 평균부채가 300-500%에 이르며, 당시 김대중 정부가 재벌기업들의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도록 요구하였다는 기사가 뜬다.

그렇게 어렵던 우리나라가 작년 30대 재벌기업 사내유보금 총액이 754조원에 달하고 상장기업 전체로는 100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가진 것으로 발표됐다. 지난 20년간 국민들의 노력으로 나라가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우리 국민들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최근 안현호 전 산업통상부차관의 '한∙중∙일 경제삼국지'를 사서 목차를 보니 내용이 심상치 않다. 금변하는 세계경제 여건과 패러다임변화,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 읽어버린 20년의 일본경제는 극복할 수 있을까, 기로에 선 한국경제, 재도약 또는 영원한 추락, 한국경제의 시스템적 한계, 대기업집단 중심 성장시대의 종언, 늙고 활기없는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등등.

우리는 베니스와 영국의 경우처럼 국가에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넣어 다시 한번 국력을 융성시킬 수 있을까. 국가의 창의력을 어떻게 극대화시켜서 새로 활기찬 국가를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이 부분에서 미국식 특허제도와 한국의 특허제도 차이를 주목한다. 얼마 전 회의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인데 전직 대기업의 간부로 있으면서 본인이 수행한 경험담을 공개했다. 20여년 일하던 모 대기업에서 20억원을 주고 독일기계 1대를 수입해서 부품을 분해해 역설계 했다. 그리고 몇 개월만에 모조기계 수십대를 만들고 그 기계들로 제품을 만들어 외국으로 수백억원 규모를 수출한 이야기이다. 참 대단한 역설계(Reverse Engineering)의 기록이며 우리나라 성장사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그러한 시도자체가 어렵다. 가능하다 해도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이 어려워 신규시장을 창출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 이상 남의 기술을 가져와서 사용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된다.

우리나라는 창의력의 결정체인 특허가 잘 보호되는 나라일까?. 우리나라와 미국의 특허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창의력을 장려해 나라를 키워온 미국과 남의 기술로 대량생산을 통한 기업이윤 창출로 성장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남의 기업특허를 무단으로 가져가서 사용한 특허침해의 경우 소송을 하면 법원은 특허를 침해한 기업(소송당사자)에게 침해 소송 시 손해계산에 필요한 서류를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기업비밀 등)가 있으면 특허 침해기업은 서류제출을 거절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결국 특허침해를 당한 기업과 판사는 특허침해에 대한 정보없이 판단해야 한다. 이는 대부분 특허를 침해한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동된다.

그러나  미국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제도가 있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기업의 손을 들어준다. 때문에 특허침해 기업이 정보제공에 소극적일 수 없게 된다. 금년 6월에서야 우리나라도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또한 특허소송 시 한국지방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받은 특허침해소송의 특허권자의 승소율은 본안소송이 15% 내외다. 반면 미국 내 전체 특허권자 승소율은 배심원이 침해여부를 결정하는 승소율이 75%에 달한다.   

이렇게 어렵게 승소한다 해도 미국의 특허침해 배상액 평균액은 115억원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60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몇 년에 걸친 소송비용으로 6000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변호사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작은 중소, 벤처기업이 중견,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경우는 징벌적 규정이 있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징벌적 배상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배상액 규모, 기술이전 또는 실시계약으로 받는 실시료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미국특허의 경제적 가치는 한국특허의 130배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가진 중소, 벤처기업들이 특허를 내고 기술을 보호해 기업을 정당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며, 대기업의 경우 정당한 가격을 주고 기술을 구입을 하거나 정당한 M&A를 할려는 마음을 갖겠는가.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시대의 기술생산성 진보는 100배 이상의 생산성 혁신을 말한다. 참고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면직물 가격은 160분의 1로 하락했다. 이제 시작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 생산성 전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그 동력은 혁신과 창의력 싸움이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12대 신기술을 활용한 신산업창출과 기존산업 재편이라는 국가간 전면전에 임하는 우리나라의 초기준비도는 세계 25위(스위스 UBS은행)란다.

국가의 창의력과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결별하고 무엇을 국가동력으로 채택해야 할 것인가. 우선 대기업 중심 경제사회 구조에서 부문간 역할을 분담해 사회시스템의 전반적인 재설계를 통한 새로운 성장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혁신적 중소, 중견기업의 체계적인 육성과 새로운 인력양성시스템의 개혁, 특허제도와 같은 생산성 향상 인프라의 도입 등 많은 부문의 고민과 합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래없는 전후성장을 이루었고 민주화를 성취했다. IMF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세계 유일한 나라이며 IQ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현재 당면한 어려움도 과거경험으로 보면 잘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 힘을 모아야 할 때이며 과거와 결별할 준비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새로운 전쟁을 앞두고 구습과의 즐거운 이별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병환 교수현병환 교수
◆현병환 교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혁신정책실장,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센터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융복합전문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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