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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안전의 CSI "모두 대피할 때 우린 원전으로"

'KINS 원전운영분석실' 발전소 빅데이터 수집·분석해 문제 해결
지난 15일 일어난 포항 지진으로 경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이하 발전소)는 비상이었다. 지진 등 비상상황이 되면 발전소 내에서 일하는 근무자는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반대로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발전소를 점검하는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운영분석실 전문가들이다. 포항 지진 당시 김민철 원자력운영분석실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긴급점검팀 6명은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경주로 출동했다. 비상시 KINS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바쁜 원자력운영분석실의 움직임을 김 실장에게 들어봤다.
 
◆ 문제 원인을 찾아라···빠른 의사결정이 관건
 
김민철 실장은 2000년 KINS에 입사했고 2005년부터 원자력운영분석실에서 일했다. <사진=KINS 제공>김민철 실장은 2000년 KINS에 입사했고 2005년부터 원자력운영분석실에서 일했다. <사진=KINS 제공>
"우리 부서 구성원들이 모 방송국 '다큐 3일'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그만큼 현장 출장이 생생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건이 언제 생길지 모르니 촬영은 어려운 일이겠죠.(웃음)"
 
원자력운영분석실 사람들에게 계획에 없는 출장은 익숙한 일이다. 발전소 정지나 누출 등 사건이 생기면 곧바로 현장으로 출발한다. 보통 3명 정도 인원이 움직이며 최대 40명까지 간 적도 있다. 이런 출장이 1년에 대략 15 차례. 김 실장은 "출장은 며칠이 걸리기도 하지만, 반팔을 입고 갔다가 긴팔을 입고 돌아올 만큼 오랜 시간 머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건을 조사하다보면 날을 새기도 한다.
 
이들은 발전소 내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알아내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사건이 하나 생기면 발전소 점검을 언제 시작하고 종료할지, 무엇을 어떻게 점검할지, 어떤 전문가를 대동할지 등 여러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기 위해 따져볼 요인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실장은 "발전소 점검을 위해 가동과 중지를 결정하는 막중한 일을 일 년에 십 여 차례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파악하고 빠른 시간에 결론을 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는 경험이 특히 중요하다"며 "이번 포항 지진 당시 판단을 빠르게 내리고 점검에 곧바로 돌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경주 지진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주 지진 때는 뭘 점검할지 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게 사실이다.
 
◆포항 지진 후 경주로 출동···방호복 입고 원전 점검 돌입
 
현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들은 무탈하지만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때 김 실장은 걱정이 앞섰다. 그는 "대전에서 진동이 매우 크게 느껴져서 발전소에 정말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제일 먼저 KINS 내에 있는 원격 원자로 관측 시스템을 확인했다.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 전화해 알아보니 이번 지진이 발전소에 미친 수치는 경주 지진에 비해 크지 않았다고 한다.
 
출동 결정이 나고 긴급점검팀은 경주로 향했다. 긴급점검팀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과 보드판을 세워 놓고 회의를 시작했다. 원자로 내 무엇을 검사할 것인지 항목을 정하고 업무를 분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전소를 1차 점검하면 KINS는 다른 각도에서 독립적으로 점검 결과를 재검토한다. 김 실장은 "관점의 차이가 다른 결론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고 원자로로 들어간 긴급점검팀은 발전소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를 우선 검사했다. 자동차의 핸들과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장치다. 지진 발생 때 진동 신호를 알렸던 물탱크 등 구조물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
 
이 신호들은 미세하지만, 발전소 이상을 진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김 실장은 "변수를 생각하며 여러 신호를 분석하는 것은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일 같다. 설명서도 없다. CSI처럼 작은 단서를 가지고 발전소 이상 원인을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보람도 느끼지만, 발전소 주변 주민들에게 결과를 알리고 대화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원자력발전소 내부 모습. <사진=KINS 제공>원자력발전소 내부 모습. <사진=KINS 제공>

◆많은 분야 다뤄···지식 많아지고 두려움 줄어
 
고된 출장이 잦아도 실원들의 불만이 많지는 않단다. 김 실장은 "오히려 젊은 연구원들이 이 실에 오고 싶어한다"며 "전기·기계·제어·방사선 등 많은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우리 실의 특징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해석했다.
 
전공 이외에 여러 분야를 섭렵해야 하는 일이 김 실장에게도 어려웠지만, 1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훈련이 됐다. 이제는 사건 초기 문자 정보만 봐도 사건 원인 경우의 수가 그려진다고. 그는 "아는 게 매우 많아졌고 숱한 경험에 두려움이 없어졌다"며 "이제는 어떤 어려운 일이 주어져도 해내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실장은 구성원들 교육도 강조한다. 그는 "'근본원인분석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국내에 없다"며 "외국 강사를 초빙해 관련 교육을 받거나 직원을 해외로 파견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근본원인분석은 오류가 발생하는 시스템의 원인을 밝히고 수정해 다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와 더불어 사건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조사·분석을 체계화하고 이론까지 갖추는 시스템을 만드는 5년 프로젝트도 가동됐다. 김 실장은 "이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면 원자력 외에 철도·교통·환경 등 위험과 관련된 부처에 적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곧 부산 현장주재검사팀으로 부서를 이동한다. 그는 "처음과 다르게 우리 부서의 존재와 가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명감으로 일하는 구성원들을 응원한다"고 남겼다.


※ [알찬 과학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대덕넷이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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