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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구소기업 500개? 여전한 정량주의인가

과기부·특구진흥재단 30일 연구소기업 성과 발표
500번째 연구소기업이 탄생했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성과 활성화 취지에서 환영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불과 2~3년만에 폭주하듯 증가한 연구소기업 수치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전 정부에 이어 현재 정부 정책도 정량적 평가에 치중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걱정어린 현장의 진단이다.

연구소기업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연구성과를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의 20%이상을 출자해 특구안에 설립하는 기업을 말한다. 대학과 출연연이 연구에서 기술사업화까지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선순환 생태계, 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05년 '연구개발특구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출범시켰다. 연구소와 기술벤처가 집적된 대덕연구단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에서다.

연구개발특구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공공연구성과의 사업화 촉진, 벤처생태계 조성, 글로벌 환경구축 등 대덕연구개발특구(지금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역할을 명시했다.

하지만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소기업 설립 속도는 더뎠다. 2006년 2개, 2009년 7개, 2010년 3개, 2013년 8개 등 느리게 진행됐다. 연구소기업 설립이 본격 속도를 낸 것은 2014년 43개, 2015년 71개, 그리고 지난해 179개, 올해 161개로 초창기보다 수십배의 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출범하고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며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돼 일어난 성과라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출범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특구의 역할, 존재를 모르고 있는 대덕특구 구성원이 다수다. 본지가 이전 설문한 결과에 의하면 설문 참여자의 80%이상이 특구의 존재이유를 모른다고 답했다. 그만큼 대덕특구의 생태계는 피폐했졌다는 평가다.

현재 연구소기업의 상당수는 출연연의 기술을 발굴해 창업하기보다는 이미 설립된 기업의 본사를 특구지역(특구내 본사 존재라는 설립 요건 활용)으로 옮기도록 하는 방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출연연과 대학과의 소통과 교류로 생태계를 조성하기 보다 숫자를 늘리기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연구개발특구의 핵심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의 본사를 특구 지역으로 오도록 하는게 나쁜 것인가"라고 거침없이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상위 부처의 평가를 받는 기관 소속자로서 어려움은 짐작된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사회, 국가는 튼튼한 바탕, 생태계, 환경에서 시작된다. 당장 눈앞의 성과에 치중해 생태계 조성을 외면한다면 미래는 불투명할 뿐이다.

지금 정부는 국민의 촛불 염원으로 탄생했다. 같은 정책, 같은 기준으로 과거의 우를 답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당장의 정량적 성과에 치중하기보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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