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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회 대토론회와 관행

달라진 건 없었다. 인사말만 남기고 바로 떠나거나 지역구 의제에만 관심을 갖는 국회의원, 산업 유치와 정부 지원에 관심을 가진 지역 관계자의 발표, 국회의원들의 인사말을 듣느라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토론 등. 

지난 달 30일 열린 '국가 과학기술혁신 국회 대토론회'를 찾았다. 이날 토론회는 지역 과학기술 혁신 과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가 과학기술혁신과 국회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제주도, 대전, 강원 등의 지역 과학기술인들이 함께 모여 직접 국회에서 발표를 하고 토론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사였다.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시작 전부터 전국에서 모인 인파들로 몰렸다. 300여석 이상의 좌석은 만석이었다. 원로 과학자를 비롯해 전국 과학계 인사, 국회의원, 정부관계자 등이 함께 자리해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이날 행사는 아쉬움만 가득 남겼다. 정작 중요한 정부, 국회, 과학기술계의 '혁신'은 없었다. 국가 발전을 위해 활발한 의견 수렴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행사가 주로 형식에 치중하다보니 본질과 내실을 놓쳤던 것이다.

주최측은 국회의원들과 지역 과학기술인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인사말과 소개가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발표 도중에 참석한 국회의원을 소개하느라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기자가 앉은 자리 주변에서는 '인사말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왔는가'라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

지역과학기술 혁신 과제발표와 패널토론은 시간에 쫓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각 지역별로 필요한 정책 지원과 그동안 해당 지역에서 해왔던 일들이 중심이 됐으며, 현장에서 의견수렴은 부족했다. 참석자들은 실망감을 갖은 채로 돌아가는 모양새였다.

최근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감지가 곳곳에서 나온다. 연구현장 뿐만 아니라 대외경제 전문가들은 국가 주력산업 침체, 중국 경제 발전 등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달 KDI(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가 경제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약 90%가 한국 경제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속 개구리와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냄비 속을 탈출한 시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약 65%가 1~3년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어렵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과학계의 변화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가 R&D 예산 주도권을 기획재정부로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기 위한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하다. 국가 과학기술 R&D 예산은 전 정부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삭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으로도 예산안 증감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과학계가 R&D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형국에서 최근 정부가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 R&D 활성화와 같은 새로운 역할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중으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과 '과학기술을 통한 지역주도 혁신성장 실현'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모 전문가는 내실있는 전략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국회,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이 집단지성을 모아야 하며 그동안의 지역이기주의 탈피, 글로벌 동향 주시, 지역 스스로의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세상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과학계에서도 불필요한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먼저 혁신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중지를 모으는 장을 마련하고, 국가경제위기 속에 해법을 찾는데 기여하는 과학계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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