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8시 10분 본격 재가동···밀렸던 산·학·연 R&D 과제 속속 진행
이충성 하나로운영부 부장 "연구 못했던 이용자에게 미안한 마음"
"'외부 소통' 중요성 방점···외부 목소리 100% 수용 각오"

국내 유일 원자로인 하나로가 5일 8시 10분 재가동에 착수했다.<사진=박성민 기자>
국내 유일 원자로인 하나로가 5일 8시 10분 재가동에 착수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올겨울 가장 춥다는 영하 8도의 날씨. 차가운 아침 공기를 헤집고 도착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연구시설. 노란 가운을 입은 연구자들이 매서운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자력 연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하나로가 지난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과 원자력 안전 문제로 일시 가동 중단된지 1243일 만에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재가동 시점은 5일 오전 8시 10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대형장비 한가운데 '가동' 불빛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오랜 기간 불꺼진 시설에서 유지·관리만 이어져 왔던 하나로가 그동안 참아왔던 숨통을 시원하게 몰아 쉬는 느낌이다. 하나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열출력 30MW 수준에 올라와야 하며 평균 5시간 소요된다. 이날 아침 하나로가 열출력을 점차 높이며 국내 유일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하나로 제어실도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하나로 가동이 멈췄을 때에도 제어실은 4명의 인력으로 24시간 운영됐다. 이날은 8명의 인력이 제어 장비 앞에서 차분하게 단계별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 하나로 누적 이용자만 8000명···"그동안 연구 못한 분들께 죄송스럽다"

하나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설계·건조한 열출력 30MW급 고성능 다목적 연구용로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과 중성자 이용 지원 등에 활용된다.<사진=박성민 기자>
하나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설계·건조한 열출력 30MW급 고성능 다목적 연구용로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과 중성자 이용 지원 등에 활용된다.<사진=박성민 기자>

하나로는 원자력 관련 R&D에 필수적인 중성자를 지닌 대형 연구시설이다. 현재까지 누적 80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하나로를 이용해 각종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나로 가동이 멈추면서 중성자 융·복합 연구 등 산·학·연 R&D 과제도 동시에 멈춰섰다.

이런 가운데 하나로운영부 연구자들도 미안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이충성 원자력연 하나로운영부 부장은 "올해 4월 내진보강을 마치고 재가동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지만 시간이 걸렸다"라며 "하나로를 이용하지 못한 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최호영 원자력연 하나로운영부 책임기술원은 "학계 연구자들이 하나로를 이용하지 못해 논문 발표에 차질을 겪었다. 해외로 떠난 연구자들도 상당수"라며 "하나로를 이용하지 못한 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로를 통해 전세계 시장 20%를 점유했던 비파괴선원 제조기업 매출이 가동이 중단된 지난 3년간 6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원료 수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지난 3년간 45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로가 재가동되면서 밀렸던 산·학·연 공동 연구도 잇따라 재개될 예정이다. 재가동 당일에도 하나로 이용자들이 줄지어 찾았다. 중성자를 이용한 기초연구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다.

◆ "외부 목소리 100% 수용 각오···시민검증단 대응도 귀중한 시간"

현재까지 누적 80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하나로를 이용해 각종 연구를 진행해 왔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현재까지 누적 80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하나로를 이용해 각종 연구를 진행해 왔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하나로 원자로 건물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내진보강 규제심사와 현장검사를 진행해오며 올해 4월 보강 공사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시민검증단의 추가 안전검증 요구로 재가동이 지연됐다. 시민검증단은 시민 단체와 지자체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충성 부장은 "시민검증단을 대응하는 시간도 귀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그동안 시민검증단이 아홉 차례 현장을 방문하며 내진 보강 관련 검증을 모두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하나로운영부 연구팀들은 하나로 재가동을 계기로 방사성동위원소를 공급하며 중성자 이용을 통한 산업계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속적인 안전성 강화를 실시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장은 "하나로 가동 중단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이제야 해결책을 찾았다"라며 "앞으로 내진보강 강화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연구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목소리를 100% 수용할 각오로 임하겠다. 시민검증단뿐만 아니라 대외적 소통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며 "안전과 안심은 다르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검증됐다. 이제는 안심을 검증하기 위해 더욱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하나로 제어실에서 연구자들이 단계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하나로 제어실에서 연구자들이 단계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하나로는 발전용 원자로와 활용 범위가 다르다. 발전용 핵연료와 노(爐)재료 조사시험을 비롯해 중성자 빔을 이용한 기초연구, 첨단 소재개발 등에 쓰인다.<사진=박성민 기자>
하나로는 발전용 원자로와 활용 범위가 다르다. 발전용 핵연료와 노(爐)재료 조사시험을 비롯해 중성자 빔을 이용한 기초연구, 첨단 소재개발 등에 쓰인다.<사진=박성민 기자>

하나로 재가동 당일 연구시설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분주하게 연구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하나로 재가동 당일 연구시설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분주하게 연구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연구자들이 하나로 연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연구자들이 하나로 연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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