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민 성균관대 교수팀, 인공 시아노박테리아와 범용 파네신 화합물 생산 원천기술 개발
파네신, 뷰티케어·화학·연료 산업 활용 가능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 기후와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에 그대로 노출되며 피해도 커지는 상황이다. 각국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급변하는 세계 기후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국내 각계에서도 기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우한민 성균관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도 그러한 노력에 일조하고 있는 연구자다. 이산화탄소 관련 연구를 오랫동안 이어온 우 교수는 인공 시아노박테리아로부터 아세톤 및 스쿠알렌을 개발하는 등 많은 연구성과로 국내외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 우 교수팀은 미생물 대사공학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다. 인공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을 이용해 범용 파네신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우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농업 및 식품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12월 6일자 65권 48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학술지 관계자들이 연구팀의 연구성과와 의미를 높게 평가하며 표지논문으로 게재할 것을 먼저 제안했다.
 

우한민 교수(좌), 표지논문은 유전공학기술(재조합 DNA)을 이용해 개발한 인공미생물이 태양광 에너지로부터 이산화탄소에서 파네신을 생산하는 과정을 묘사했다.(우) <사진=황정은 기자>
우한민 교수(좌), 표지논문은 유전공학기술(재조합 DNA)을 이용해 개발한 인공미생물이 태양광 에너지로부터 이산화탄소에서 파네신을 생산하는 과정을 묘사했다.(우) <사진=황정은 기자>
◆ 파네신, 뷰티케어·화학·연료 등 다양한 산업 활용 가능
 
시아노박테리아란 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대량배양이 가능한 미생물로, 세포성장과 생산이 식물보다 빠르다.
 
우 교수는 "대사공학기술을 통해 미생물 내 여러 효소 반응으로 이루어진 대사회로를 재구성해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며 "이 기술을 시아노박테리아에 도입하면 이산화탄소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팀이 생산한 파네신 화합물은 일종의 사과향 오일이다. 비타민 전구체, 식물보조제, 방향제, 계면활성제, 접착제, 항공류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가능한 범용 탄화수소화합물이다. 파네신은 탄소(C)와 수소(H)로만 이뤄져있기 때문에 탄화수소 물질과 바이오디젤의 구성성분으로도 쓰일 수 있고 폴리머의 구성성분으로도 쓰일 수 있다.
 
우 교수는 "사과껍질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시아노박테리아에 넣어서 파네신을 생성했다"며 "엄청난 양의 사과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파네신을 추출하는 대신,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을 이용해 파네신을 얻어내기 때문에 그 생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배양 중인 인공 시아노박테리아. <사진=황정은 기자>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배양 중인 인공 시아노박테리아. <사진=황정은 기자>
 
◆ 지속가능한 대량 생산을 위한 연구
 
우 교수에 따르면 해당 연구분야는 미국 에너지성에서도 5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왔다. 시아노박테리아 연구가 한창이지만 세계 각국에서도 대량생산에 대한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는 못했다.
 
우 교수는 "우리 연구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탄소 순환형 생산 기술"이라며 "석유계 비료를 이용해 얻은 비옥한 땅에서 성장이 가능한 일반 식물과 다르게 시아노박테리아를 이용한 광배양 시설은 척박한 땅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규모 식물 경작을 위한 인력과 장비 등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미생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식물 농장 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산업이다"라며 "아직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생산량과 효율, 안정성을 높이고, 대량화 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향후에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동시에 고대 지구 생태계에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제공했던 것처럼 앞으로 더 유익이 되는 기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사공학 기술을 통해 얻은 인공 시아노박테리아. <사진=황정은 기자>
대사공학 기술을 통해 얻은 인공 시아노박테리아. <사진=황정은 기자>
◆ 국내 전무후무한 기술···기반 다지는 과정 거쳐
 
지금의 결과를 얻기까지 연구팀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다. 4~5년 전 해당 연구를 시작할 때 연구팀은 ‘맨 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연구를 이어갔다.
 
우 교수는 "아무것도 없을 때 직접 일일이 시아노박테리아 균주개발을 위한 실험 검증을 이어가며 연구를 진행했다"며 "국내에는 전무후무한 기술이었다"고 밝혔다. 우 교수팀은 연구를 위해 국외에 있는 다른 연구실을 방문해 직접 보기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문헌을 읽고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까지 왔다. 그는 "국내에 없는 기반을 처음 만들어나가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연구 과정을 되짚었다.
 
우 교수는 "시아노박테리아 균주개발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며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고민해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 집단 연구로 커질 텐데, 국내에 아직 이런 연구가 활성화 돼있지 않아서 외국 연구자들과만 네트워크 해야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힘든 시간을 거쳐 온 연구팀의 성과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 교수는 "우리의 기술 이외에도 국내에는 세계 수준의 생물공학기술이 있어 앞으로 바이오 이코노미(Bio Economy)를 실현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오 이코노미는 모든 제품들이 하나의 생태계에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로 생산한 파네신을 이용해 연료·석유계 화합물·식품 첨가물·뷰티케어 등으로 뻗어나가고 동시에 이산화탄소 저감과 같은 사회적 파급효과까지 얻는 구조다.

앞으로 새로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후속 상용화기술을 개발해 그 기술이 기업에 전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우한민 교수. 그는 원천기술과 실용화 기술 확보에 목표로 두고 더욱 의미 있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한국 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Korea CCS) 2020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우한민 교수와 연구팀 구성원들. <사진=황정은 기자>
우한민 교수와 연구팀 구성원들. <사진=황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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