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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역습? 과학계 수장 사퇴 압력에 '뒤숭숭'

[기자수첩] 몇몇 현직 기관장 사퇴 압력 사실로 확인 돼
과학계 기관장 '물갈이' 설이 사실로 확인되며 연구 현장이 뒤숭숭하다. 정부의 과학계 흔들기가 본격화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기관장을 교체해야 하나'라는 문제 제기도 현장에서 나온다.

본지가 몇몇 과학계 기관장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사퇴 압력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금은 근무 중이지만 뭐라 할말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사퇴하라는 식이란다.

연말을 맞아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준비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과학계는 인사태풍, 물갈이의 된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과학계 기관장 물갈이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관행처럼 반복됐다. 지속성과 방향성이 중요한 과학계 특성과 기관장의 역할은 무시하고 정치권의 잣대를 들이대며 내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무조건 끌어내리는 양상이다.

그 자리는 선거 캠프에 이름을 올리거나 눈도장을 찍은 인물들, 일명 '내편' 인사들이 각본에 의한(?) 공모 절차를 거쳐 차지했다. 그들 중에는 나름 열심히 한 인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3년 임기동안 억대의 연봉을 축내며 자리보전으로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기관장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피해는 연구 현장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기관의 미션에 맞는 역할을 하기보다 정부 부처의 지시에 따르며 과제가 중단되거나 공중분해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현장의 연구자들은 우왕좌왕하며 눈치만 봐야 하는게 사실이다. 이런 관행이 수년간 지속되며 결국 과학계 퇴보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우리는 촛불 민심 위에 세워진 정부는 이런 관행을 단절 시킬 것이라 믿었다. 국민의 염원으로 세워진 대통령, 정권은 다를 것이라 굳게 믿으며 지켜봤다. 편 가르기로 과학계 현장을 뒤흔들기 보다 기관장의 그동안 행적과 활약을 제대로 평가해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더 이상 믿고 지켜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현 정권이 발표한 과학기술 정책도 과기분야 본질이 무엇인지 모른 상태에서 보여주기에 치중했다는 우려가 많았다. 거기에 인사까지 국민의 정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보은 인사 행태가 보여지며 과학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보은 인사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서슴지 않는다.

과학계의 한 기관장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 연락이 오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기관장에 임명됐는데 자기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퇴를 종용받고 있다"면서 "이런 인사 적폐가 언제까지 반복될지 걱정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8개 기관의 기관장 인선이 진행 중이다. 각 기관마다 내부 2인 외부 1인 정도로 3배수를 발표한 상태다. 3배수 중에는 캠프에서 활약한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연구와 기술사업화를 위한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후보에는 캠프출신 인사와 전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이 2배수에 올라있다.

각각의 이사회는 12월에서 늦어도 1월초 안에 기관장 인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과학계는 이번 인선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국가의 미래가 과학계의 역할에 달렸다는 물러날 수 없는 기로에서 인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더 이상 정치권의 파당적 다툼에 과학계, 국민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선진국 진입은 과학, 경제, 사회, 정치, 문화, 철학, 국민의 의식이 도약할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국민은 지난해 겨울 남녀노소 촛불을 들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과학자들도 기꺼이 촛불을 들고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국가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젠 남은 것은 정치권이다. 파당적 인사가 아니라 적재적소의 묘미를 발휘한 과학계 인사를 통해 국민에 의해서 세워진 정부답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민을 위한, 국가의 미래라는 합의 아래 연말연시 희망메시지가 과학계에 전해지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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