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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수장 '사퇴 압박' 사실로 드러나

"과기혁신본부와 과기부 고위 관료, 대면 또는 전화로 종용"
과학계 수장 사퇴 압박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고위 관료가 직접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과학계 기관장에게 확인한 결과 일부는 과학기술혁신본부, 일부는 과기부 고위 관료에게 대면 또는 전화 통화로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계 한 기관장은 과기혁신본부의 호출을 통해 직접 대면으로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기관장은 과기부의 고위 관료로부터 사퇴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에 의하면 사퇴 일정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과학계의 한 기관장은 "낙하산 인사로 도덕성 등이 문제되는 기관장은 물러나는게 맞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과학계마저 정치적 기준으로 편가르기식 사퇴 압박은 잘못된 관행의 답습"이라고 꼬집었다.

출연연의 전직 기관장으로 모 과학단체의 회장은 과학계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사퇴 종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선을 잘하고 문제가 없는 기관장은 임기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게 맞지 않느냐. 후임자가 제대로 할 것이라는 보장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과학계, 연구소는 정치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매번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고 있다.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단체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가 기관의 수장으로 있으면 불편하고 일을 진행하는데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해는 된다"면서 "전 정부의 적폐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원론적으로 지금처럼 사퇴 종용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어 "전 정부에서 인선된 인사가 물러나고 이 정부에서 추천한 인물이 왔을 때 그들이 적합한지, 잘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과학계는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면서 "차라리 제도를 마련해 이런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헌시 그런 부분이 담기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과학계의 원로는 "과학계 기관장이 모두 정치적으로 인선됐다는 주장은 심하다. 과학은 철학활동으로 정치 논리가 들어가면 어려워지고 왜곡된다"면서 "지금처럼 정권마다 정치 논리로 보는 것은 진화론과 창조론이 다투는 격이다. 과학계 외부에서 이런저런 기준을 들이대지 않고 과학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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