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 표준연 박사"1초에 10억개 전자···"단전자 펌프로 전자 수송 제어"
"수송 오류 10개 이하로 제어되면, 암페어 단위가 실현됐다 볼 수 있어"

"현실적으로 1 초에 10억 개의 전자를 수송할 때 수송 오류가 10 개 이하로 제어되면, 비록 작은 크기의 전류이지만 암페어 단위가 실현됐다고 판단됩니다. 우리가 개발한 단전자 펌프를 이용하여, 암페어(A) 단위 재정의에 기초한 전류 표준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남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양자기술연구소 박사)
 
2018년 전류 단위 암페어(A)의 정의가 바뀔 예정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도 분주해졌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단위 재정의에 기초한 전류 표준기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 이를 위해 표준연은 단위 재정의에 의한 암페어 단위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 전류 표준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암페어(A)는 1948년 제9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전류가 무한히 길고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서로 1m 떨어져 있는 평행한 두 도선에 흐를 때 두 도선 간에 작용하는 힘은 도선 1 m 당 2x10-7 뉴턴이다'라고 처음 정의됐다. 

하지만  정의대로 암페어를 실현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다. '무한히 긴',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평행한 두 도선과 같은 정의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가정을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위 실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상적인 실험 상황을 가정해 정의돼 있었다.
 
또 전류의 단위 암페어가 국제 기본 물리 단위임에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또 다른 기본 물리 단위인, 길이, 무게, 시간 등의 실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또한, 암페어 단위가 기본 단위 임에도 실현 자체가 직접적이지 못한 것이 한계였다.
 
현실적으로 전세계 표준기관에서는, 현재의 정의에 기반한 실현 방식을 포기하고 간접적인 방식, 즉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양자홀 저항표준기를 이용하여 암페어 단위를 구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전류 표준의 정확도는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양자홀 저항표준기와 비교하면 100 배 이상 부정확하다.
 
◆ 표준연, 단전자 펌프에 '10년 이상 연구'···" 1 초에 10억 개 전자 전송 가능"
 

김남 박사는 단전자 효과를 '회전문을 통과하는 사람의 숫자를 제어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양자점에는 출구와 입구 두 개의 문이 있다. 마치 한 사람씩 밖에 지나가지 못하는 지하철의 개찰구처럼 전자가 이 두 개의 문들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사진=조은정 기자>
김남 박사는 단전자 효과를 '회전문을 통과하는 사람의 숫자를 제어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양자점에는 출구와 입구 두 개의 문이 있다. 마치 한 사람씩 밖에 지나가지 못하는 지하철의 개찰구처럼 전자가 이 두 개의 문들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사진=조은정 기자>
과학자들은 전자 1개가 갖는 전하량 (기본전하, e)을 상수로 정의하고, 이를 암페어(A)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전기는 전자의 흐름으로 발생하기에, 즉 전류는 '단위 시간당 일정한 전하의 흐름'이라고 정의하기로 한 것이다.
 
암페어 단위 재정의에서는, 전류 단위 암페어를 단위 시간 당 단위 전자의 흐름으로 단순하게 정의함으로써, 단위 시간 당 도선에 흐르는 전자의 개수를 제어하거나 측정이 가능하면 도선에 흐르는 전류 크기를 알 수 있게 된다.
 
"전자의 전하량 즉, 기본전하는 물리상수로 정의됩니다. 새로운 국제 단위 체계에서는 암페어 단위가 초 단위 이외의 다른 기본 물리 단위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정의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전류표준 확립이 가능해집니다. 또 물리상수에 기초해 정의됨으로써 단위 체계가 현재보다 훨씬 단순 명료해집니다."
 
현재 기본전하(e)은 e =1.602 176 634 X 10-19 C 까지 구해졌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전하량을 물리상수로 근거한 새로운 암페어 정의가 확정되고, 2019년부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최종적으로 기본전하가 결정될 예정인데, 현재의 전하량에 약간의 수정이 있을 수 있다.
 
"이미 1980년대에 단전자 펌프가 새로운 전류표준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6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국제기구를 결성하여 전하량을 포함한 물리상수를 결정해왔습니다. 측정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보다 정확한 물리상수 값이 발표되었는데요. 이번에 개정될 기본전하는 수 십 년 동안 정밀하게 측정된 결과 값이 축적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단전자 펌프는 암페어 단위 재정의에 기초한 전류표준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소자입니다. 단전자 펌프 소자는 양자점을 통과하는 전자의 개수를 제어해서 전류를 발생시키는 소자다. 소자 제작에는 반도체 나노소자 제작기술이 응용되고, 물리적으로는 '단전자 효과'라는 현상이 이용되어 전자의 개수를 제어하게 된다.
 
김남 박사는 단전자 효과를 '회전문을 통과하는 사람의 숫자를 제어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양자점에는 출구와 입구 두 개의 문이 있다. 마치 한 사람씩 밖에 지나가지 못하는 지하철의 개찰구처럼 전자가 이 두 개의 문들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 양자표준체계 상호 교차 검증···"수송 오류 10개 이하까지 제어한다"

단전자 펌프 구축에 함께한 배명호 박사(좌)와 안예환 박사과정생(우).<사진=조은정 기자>
단전자 펌프 구축에 함께한 배명호 박사(좌)와 안예환 박사과정생(우).<사진=조은정 기자>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은 1 초에 10억 개의 전자를 전송할 때 전송 오류가 전자 100개 이하로 정확하게 전송할 수 있는 수준. 표준연도 동일한 수준의 소자제작 기술과 측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남 박사는 "연구 인프라 구축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나노소자 제작 시설 (나노팹)이 완비돼야 하고, 극저온 고자장 고주파 실험장치 및 극소 신호 측정이 가능한 정밀측정 실험실 등이 필요했다. 이러한 시설 인프라 확립은 단기간에는 불가능했다.
 
"거의 10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연구개발에 필요한 전문가 확보 및 세계적인 연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선진적인 연구그룹과의 네트워크는 필수 요건이었고요.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 구축도 많은 시간을 요했습니다. 표준연에서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에 연구 개발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장기적인 지원은 확실한 비전과 미션 설정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2018년 암페어 단위가 재정의된다고 해서, 표준연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단위 재정의 후,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물었다. 김남 박사는 "당연히 암페어 단위 재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1초에 10억개의 전자를 수송할 때 수송 오류가 10개 이하로 제어되면, 비록 작은 크기의 전류이지만 암페어 단위가 실현되었다고 판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보다 출력이 큰 전류의 구현은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양자홀 저항표준기를 이용한 옴의 법칙으로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 박사는 "위에 언급한 옴의 법칙으로부터 유도된 전류가 새롭게 확립될 표준 전류와 크기가 동일한지 검증하는 실험을 준비 중이다. 즉, 단전자 펌프에서 전송되는 전류의 크기가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양자홀 저항표준기를 이용해 전송되는 전류의 크기와 1 억분의 1의 정확도로 일치되는지에 대한 검증실험 수행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