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잊었던 메이커스 키드의 손맛 "살아있네"

일본성인과학잡지 '어른의 과학' 한국판 '메이커스' 2호 KIT '35mm 이안리플렉스카메라'
고전수동카메라 조립하며 느껴보는 손맛···빛과 카메라 작동원리도 확인
왕년의 메이커스 키드를 소환한 '조립식' 카메라. 들인 공이 아깝지 않다. <사진=윤병철 기자>왕년의 메이커스 키드를 소환한 '조립식' 카메라. 들인 공이 아깝지 않다. <사진=윤병철 기자>
 
조립을 마치고서야 굽었던 허리를 세우니 120분이 사라졌고, 하늘은 어둑하게 저녁을 향해 가고 있었다. '35mm 이안리플렉스카메라(Twin Lens Reflex Camera)' 덕분에 '무잡념 초집중' 시간을 체험했다.
 
카메라는 동아시아출판사(대표 한성봉)가 펴낸 '메이커스 02호'의 부록 키트다. 메이커스는 일본 과학잡지 '어른의 과학'을 한국어판으로 편집한 잡지로, '한국의 메이커 문화 선도지'를 표방한다. 86쪽에 책값은 38,000원. 사실 잡지는 거들 뿐, 주인공은 '조립 키트'다. 키트는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메이커스는 성인이 집중해서 1~2시간 조립이 걸리는 장난감을 내놓는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플라스틱모델이나 브릭과는 다르다. 과학적인 가치와 만드는 재미를 준다.
 
어른의 과학은 일본에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잡지로 신기한 성인 장난감을 26번째 선보였다. 일본 원판보다 한 호 늦게 소개되는 한국판 메이커스는 2호째로, 이번 호의 만들기는 '카메라'다.
 
책보다 20배는 두꺼운 상자 겉면에는, 어른이 한 손으로 쥘만한 본체에 주 렌즈와 조리개가 위아래로 겹쳐 달린 카메라가 박혀있다. 카메라 취미가나 알만한 고전 모델이다.
 
만들기 키트가 주요, 잡지가 부록이다. 잡지는 앞면이 '메이커스', 뒷면은 '어른의과학'판 키트 설명서. <사진=윤병철 기자>만들기 키트가 주요, 잡지가 부록이다. 잡지는 앞면이 '메이커스', 뒷면은 '어른의과학'판 키트 설명서. <사진=윤병철 기자>

기대감을 품고 상자를 열면 깔끔하게 사출된 고품질 플라스틱 조각들이 스티로폼에 단정하게 자리한다. 철로 된 스프링과 나사들을 보니 '함부로' 조립해선 망치겠단 느낌이다. 잡지 뒷면에서 펼쳐지는 조립설명서는 자세한 내용이 담긴 10페이지 해설. 숙련자도 60분 걸린다고 경고(?)해 놨다. 설명서를 살펴보니,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제품이다.
 
정밀하게 사출된 조립 부품과 자세한 설명서. 프라모델 왕국의 솜씨답다. <사진=윤병철 기자> 정밀하게 사출된 조립 부품과 자세한 설명서. 프라모델 왕국의 솜씨답다. <사진=윤병철 기자>

도구는 내장된 소형 십자드라이버. 설명도 꼼꼼하게 잘 돼 있어 조립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나사는 3종류가 있는데, 각 명칭과 조립부위를 주의해야 한다. 설명서 중 오기 발견. <사진=윤병철 기자>나사는 3종류가 있는데, 각 명칭과 조립부위를 주의해야 한다. 설명서 중 오기 발견. <사진=윤병철 기자>

가장 주의할 부위 셔터방아쇠 조립. 스프링C를 반바퀴 더 옥죄어 삽입해야 방아쇠가 제대로 작동한다. <사진=윤병철 기자>가장 주의할 부위 셔터방아쇠 조립. 스프링C를 반바퀴 더 옥죄어 삽입해야 방아쇠가 제대로 작동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셔터 가림판이 열리는 찰나 빛이 들어와 필름에 화학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필름카메라 원리다. 셔터가 열리는 시간과 렌즈 구경·초점 등의 변화가 필름에 빛의 예술을 뿌린다. 과학기술이지만 예술로 격상된 카메라는 이미지 문법을 만들었고, 카메라를 통해 자연은 사진에서 영화와 TV로, 그리고 곧 완전한 가상현실로 무한 재생된다.
 

파손 주의! 한치의 여유도 없는 필름롤러 삽입. 개인적으로 본체조립 전 조립이 좋다고 제안한다. <사진=윤병철 기자>파손 주의! 한치의 여유도 없는 필름롤러 삽입. 개인적으로 본체조립 전 조립이 좋다고 제안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본체조립 완성. 존재감 "뿜뿜!" 렌즈와 파인더 후드 조립이 남았다. <사진=윤병철 기자>본체조립 완성. 존재감 "뿜뿜!" 렌즈와 파인더 후드 조립이 남았다. <사진=윤병철 기자>

카메라 화룡정점 렌즈 조립. 촬영렌즈프레임과 파인더렌즈프레임의 기어를 나란히 정렬해 돌려준다. 나사 회전진입에 힘을 들여야 한다. <사진=윤병철 기자>카메라 화룡정점 렌즈 조립. 촬영렌즈프레임과 파인더렌즈프레임의 기어를 나란히 정렬해 돌려준다. 나사 회전진입에 힘을 들여야 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드디어 완성. 35mm 필름을 끼우고 찍어볼 차례다. 이제는 희귀해진 필름 한 롤을 사러 근처를 돌아다니다 아예 차를 타고 동네를 벗어났다. 원하는 감도의 필름이 없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다. 본인도 필름을 사보기란 12년 만이다.
 
필름카운터기어에 필름 홈 삽입여부 주의. 필름카메라가 사라진 현재, 이 작업을 처음 접한 분도 있을 것. <사진=윤병철 기자>필름카운터기어에 필름 홈 삽입여부 주의. 필름카메라가 사라진 현재, 이 작업을 처음 접한 분도 있을 것. <사진=윤병철 기자>

드디어 출사에 나섰다. 파인더의 상이 대상과 반대로 나온다. 프레임을 맞추는 것도, 다이얼을 돌려 초점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가장 민감한 셔터 방아쇠 부분이 헛도는 느낌마저 들었다. "몇 방이나 찍었지?" 필름 롤을 감는 것도 일일이 기억해야 했다. 초첨 맞추기는 포기했다. 촬영법을 설명한 잡지를 참고해야 한다.
 
잡지는 이안리플렉스카메라의 역사와 촬영원리, 다양한 촬영술과 응용술은 물론 외관 꾸미기까지 다룬다. 카메라에 관련된 내용은 일본판과 같다. 이 외에도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작가 인터뷰와 문경수 과학탐험가의 서호주 천문대 기고, 과천과학관 탐방기, 메이커스 동호회 '모두의연구소' 취재 등 한국판 오리지널 콘텐츠가 실렸다.
 
한 잡지가 생존하려면 정기적으로 즐겨줄 동호인이 2만명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경험치다. 그동안 동호인을 위한 장르지들이 탄생하고 얼마 못가 소멸하는 과정을 봐오며 안타까웠다. 분야를 즐기는 '오덕'들이 많다는 것은 전문가 '풀'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SF든 메이커스든 대중문화로 과학기술 분야를 즐기는 오덕들이 더 많아져야 좋다.
 
수준 높은 어른 장난감을 내놓는 메이커스의 다음 호 키트는 해풍으로 걷는 기계생명체, '테오얀센'의 키네틱아트 '미니비스트'다! 거부할 수 없는 다음 호를 위해 왕년의 '메이커스 키드'는 집사람 몰래 총알을 장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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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된 사진을 공개할 예정···잘 나올거란 자신은 없다.현상된 사진을 공개할 예정···잘 나올거란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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