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800평 논 제초 뚝딱 "로봇이 귀농한다"

[2030이 간다⑮]'무인 자율 농업용 로봇' 개발한 스타트업 그리노이드
쌀농사 짓는 '로봇 농부', 잡초 90% 제거부터 농사 전과정 모니터링
한상권 그리노이드 대표가 '무인 자율 농업용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노이드는 올해까지 성능이 향상된 2차 로봇을 완성시킬 예정이다.<사진=박성민 기자>한상권 그리노이드 대표가 '무인 자율 농업용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노이드는 올해까지 성능이 향상된 2차 로봇을 완성시킬 예정이다.<사진=박성민 기자>

평생 농사만 해온 베테랑 농부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제초작업 탓에 몸 성할 날이 없다. 농촌을 이어갈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지 오래다. 농부는 영농후계자로 '로봇'을 택했다. 로봇 농부는 800평(2644.62m²) 규모의 논 제초를 1시간 만에 뚝딱 끝내버린다.


로봇의 발전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자동화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계의 자동화 공장뿐만 아니라 농업계에서도 농부 없는 농업의 미래도 쉽게 그려진다.

세계적으로 농업 자동화를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친환경 로봇 농법'으로 농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 있다. 주인공은 대덕에 위치한 그리노이드(대표 한상권).

그리노이드가 지난해 개발한 다리로 걷는 족형 구조의 농업용 로봇(왼쪽), 기상·토질·작물 데이터를 인식해 과학화 농법으로 활용한다(오른쪽).<사진=그리노이드 제공> 그리노이드가 지난해 개발한 다리로 걷는 족형 구조의 농업용 로봇(왼쪽), 기상·토질·작물 데이터를 인식해 과학화 농법으로 활용한다(오른쪽).<사진=그리노이드 제공>

그리노이드는 무인 자율 농업용 로봇을 개발했다. 말 그대로 '로봇 농부'와 다름없다. 로봇 농부는 다리로 걷는 족형(足形) 구조를 갖췄다. 논에 직접 투입돼 제초 작업은 물론이고 농작물과 토질의 생태에 따라 비료를 적정량 투입한다.

로봇 농부가 관리하는 논의 쌀은 병충해에 강하다. 로봇 농부의 작업 과정들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영상으로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농약 없이 자라난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에 신뢰를 얻는다.

그리노이드는 로봇 농부 개발뿐만 '친환경 로봇 농법'까지 연구하고 있다. 농업용 로봇이 언제, 어떻게 논에 투입돼야 효율적인 농사 체계를 이뤄낼 수 있는지 등을 과학적인 근거로 풀어나가고 있다.

◆ KAIST 로봇 전공자 똘똘 뭉쳐 그린 꿈 "로봇 농법으로 농업의 혁신을"

한상권 대표가 그리노이드의 창업 배경과 로봇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한상권 대표가 그리노이드의 창업 배경과 로봇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사실 창업을 하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오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로봇이 좋았을 뿐이었습니다. 어느날 로봇이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적어도 농업 현장의 문제점을 로봇이 해결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리노이드를 이끄는 한상권 대표는 지난 2014년 로봇 농부를 처음 접했다. 당시 KAIST에 재학 중이던 한 대표는 농사용 로봇 관련 정부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실 동료들과 농업용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완성단계에 이르렀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완성하지 못한 채 과제가 종료됐다.

당시 연구팀은 농사용 로봇이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에 아쉬움이 컸다. 로봇을 통해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로봇이 인류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상호 공존하는 꿈 하나로 KAIST 로봇 전공자들이 똘똘 뭉쳐 지난해 10월 그리노이드를 탄생시켰다. 이후 이들은 로봇 농법의 전문가인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교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기반을 다져왔다. 

이들은 농민들이 농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농업과 소비자와의 접점으로서 역할을 꾀하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 과정을 추적하고 실시간 농가 모니터링이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리노이드가 개발한 농업용 로봇은 지난해 1차 시제품이 제작됐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성능이 향상된 2차 로봇을 완성시켜 생산성과 효율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내년도 제품 출시를 목표로 두고 있다.

그리노이드는 '로봇 농법으로 농업의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견고한 비전을 품고 있다. 한 대표는 "기존에 사람이 하기 힘든 농작업을 로봇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농작물과 토질의 데이터를 획득하고 분석함으로써 농작물의 품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업에 로봇과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라며 "궁극적으로 로봇으로 키운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을 통해 인류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쌀농사 넘어 다양한 농작물 '로봇 경작' 목표

그리노이드는 현재 쌀농사 중심의 농업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쌀은 단일작물로써 농법이 정형화돼 있어 로봇의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리노이드는 쌀농사 로봇 농법에서 획득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농작물 역시 로봇으로 경작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 대표는 "로봇 농법을 전국 농가에 보급해 소비자가 쌀을 믿고 살 수 있는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자 한다"라며 "쌀농사에서 획득하는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논뿐만 아니라 밭작물까지 경작하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줄어드는 쌀 소비에 대해서도 우려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쌀소비가 줄어 쌀농사가 힘들다고 하지만 이러한 위기가 어쩌면 새로 도약하는 기회"라며 "로봇의 친환경 농법으로 쌀의 품질을 올린다면 소비자는 이를 통해 신뢰를 얻고 친환경 유기농 쌀의 소비는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기업은 당연히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그 이윤이라는 말 속에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며 "농업용 로봇으로 농민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나아가 사회적 기여에 앞장서겠다"고 소회했다.

그리노이드의 친환경 로봇 농법 월별 구상도.<사진=그리노이드 제공>그리노이드의 친환경 로봇 농법 월별 구상도.<사진=그리노이드 제공>

그리노이드의 친환경 농사 로봇 개발 개념도.<사진=그리노이드 제공>그리노이드의 친환경 농사 로봇 개발 개념도.<사진=그리노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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