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②]유명현 한밭대 교수 '올해의 신진 연구자상' 수상 등 연구 역량 인정
호기심 갖고 논리적 생각 노력···지방대도 경쟁력 있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편집자의 편지]

한밭대의 한 교수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30대 중반의 교수가 학생 한명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누가 들어왔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연구실 내부는 과학서적과 논문이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알록달록 흥미로운 물품들이 즐비하다. 화이트보드에는 외국여행 자취를 담은 기념 자석들이 보인다. 연구실 곳곳이 아기자기하다.

지난해 신설된 '올해의 신진 연구자상'을 수상한 유명현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를 찾았다. 유 교수는 한국연구재단과 세계 최대 출판사 엘스비어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갖춘 젊은 학자를 선정하기 위해 마련한 상을 비수도권 대학 교수로는 유일하게 수상했다.

유 교수는 '리튬이차전지의 성능 향상을 위한 홍합유래 접착고분자 재료의 응용' 연구 등을 통해 62편의 국제 학술논문을 게재하고, 1552회 피인용 실적을 기록하면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인정 받았다.
 

유명현 한밭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유명현 한밭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수학의 정석으로 독후감 제출···"호기심, 논리성이 날 키워"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과학자가 돼야겠다는 꿈을 가졌다."

유 교수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높았다고 유년 시절을 기억했다. 집에 있는 비디오, TV, 믹서기 등 가전제품은 그의 장난감이었다. 뜯어보고 조립하는게 놀이였다. 물론 종종 고장을 내곤 했다. 그의 부모는 이를 야단치기보다 적극 지원하는 편이었다.

든든한 부모의 지지로 그는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으로 독후감 숙제를 제출하는 등 독특한 발상을 하기도 했다.   

자라면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추도록 훈련도 이어졌다. 유 교수의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물건을 요청할때 쉽게 사주는 대신 논리적으로 설득하도록 했다.

가령 자전거를 사고 싶다면 이 자전거가 왜 필요한지 입증해야 했다. 논리적으로 준비하는데만 반 년 이상이 소요됐다. 항상 'WWH(What, Why, How)'에 맞춰 무엇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부모 설득에 실패할 경우 이유에 대해 되새기는 시간도 필요했다.

유 교수는 "부모님을 논리적으로 설득한다면 금액에 상관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던 반면 부모님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단 100원짜리 물품도 사주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구실 책꽂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각종 기념품.<사진=강민구 기자>
연구실 책꽂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각종 기념품.<사진=강민구 기자>

유 교수가 해외를 돌며 수집한 전자석.<사진=강민구 기자>
유 교수가 해외를 돌며 수집한 전자석.<사진=강민구 기자>


대학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그는 에너지 생산, 저장 등과 관련된 전지가 미래에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세부전공으로 이차전지 분야를 선택했다.   

유 교수가 대학에 진학한 후 만난 선배 연구자들은 유 교수가 연구자의 자세, 열정을 배우고 가치관 등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첫 지도 교수였던 박정기 KAIST 명예교수는 원로 연구자로서  성실성, 세밀함 등을 전수했다. 박 교수의 은퇴 후에는 최장욱 교수의 지도를 통해 최신 연구 동향에 대해 배웠다.

그는 선배 연구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최소한 선배들보다 더 열심히 배우고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만큼 연구 선배들의 열정이 높았다. 유 교수는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연구 활동 의지를 키웠다. 

유 교수는 "대학원생 당시 새벽 3시에 메일을 보내면 4시반에 답장이 왔다"면서 "이어 답장을 보내면 아침에 답장이 와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스승들을 통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한 사람 중에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본다"면서 "젊은 세대에서 'YOLO'라는 키워드가 유행이지만 기본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으며,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희생, 열정이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실은 독특한 소품들로 가득하다.<사진=강민구 기자>
연구실은 독특한 소품들로 가득하다.<사진=강민구 기자>


◆평일 밤, 주말 등 활용해 연구···지방대도 경쟁력 있어

유 교수의 퇴근 시간은 평일 밤 12시가 넘는 것이 다반사다. 아직까지 박사과정생 없이 학부와 석사 학생들만을 지도하고 있다. 교수로서 많은 대외 활동을 하다보면 연구는 추가적인 업무가 되지만 연구를 위한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업시간, 대외활동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주말에도 연구 활동은 계속된다. 최소한 학생들보다 열심히 하고 학생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이들보다 늦게 퇴근한다. 

유 교수는 "학부생이라서 연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편의점에서 술을 살 수 있는 어른이라면 학부생이나 석사생이라도 연구를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의 지도 학생들이 작업에 열중해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유 교수의 지도 학생들이 작업에 열중해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유 교수가 가진 생각 중 하나는 대학은 사회생활에서 마지막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제자들에게 교수를 피해 다니지 말고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바쁜 업무 중에서도 학생들이 찾으면 언제든지 'OK'다.

유 교수는 지방대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 등과 대비했을 때 자신들이 어떠한 수준에 있는지 기준을 모른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방대 학생들이 30km 속도로 가고 있다면 명문대 학생들은 100km 속도로 가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이러한 비교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이를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에도 종종 학생들을 데려가곤 한다. 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질문에 답변 하면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국제 연구 동향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육자이자 신진 연구자로서 활동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연구장비를 마련하고 각종 과제에 참여해야 한다. 지방대로서의 지원금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그의 목표는 이러한 현실을 딛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 연구자가 되는 것. 연구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창의력 있는 연구자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는 평소에 특이한 발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우수한 논문들을 게재할 수 있는 원동력도 여기서 나온다. 기존에 연구되고 있던 홍합에서 유래한 접착고분자 재료를 활용해 리튬이차전지에 활용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접착제로 활용되던 것에서 벗어나 해당 기술이 에너지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미용 롤러에 착안해 리튬 메탈 전지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등 독특한 발상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양한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 교수의 연구 활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긴장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면서도 제자들을 위한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과학자는 열심히 한 만큼 아직 대우는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이 없으면 계속하기 힘들고 재미도 없죠. 산업계에 바로 발현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학생 성장을 돕는 것이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보람입니다. 제가 키운 학생들이 명문대 학생들과 실력으로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합니다."

"세계적인 연구자 꿈꿔요". 유명현 교수와 지도 학생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세계적인 연구자 꿈꿔요". 유명현 교수와 지도 학생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유명현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유명현 교수는 2001년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 입학해 2006년에 졸업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동일 학교, 동일 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KAIST 응용과학연구소, 독일 뮌스터대 배터리 연구소 등을 거쳐 2013년 8월부터 한밭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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