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바이오 항공유 생산 핵심 기술 개발
에너지와 경제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아

지난해 11월,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조금 특별한 비행기가 착륙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 비행기는 중국 하이난(海南) 항공의 HU497편 보잉 787기. 베이징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까지 11시간 41분간의 항로를 무사히 비행한 이 비행기의 원동력은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 항공유'였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사용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톤 당 3.2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자료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시카고까지 비행기로 이동시 필요한 항공유는 약 73톤으로 한번 이동할 때마다 234톤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때문에 면적이 넓은 미국, 중국, 유럽 등을 비롯해 대륙을 넘나드는 비행기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해 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순증가를 야기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항공유가 주목받고 있다. 폐식용유, 미세조류, 산림 부산물 등을 이용한 바이오 항공유가 그 주인공. 이미 많은 국가와 항공사들이 바이오 항공유 개발 경쟁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속속 실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장용근, 이하 연구단)이 중심축이 돼 바이오 항공유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발상의 전환, 바이오 항공유 경제성 확보 방안 제시

장용근 단장이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 항공유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장용근 단장이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 항공유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연구단의 1차 연구대상은 여러 종류의 바이오매스 중 광합성을 하는 '녹색 미세조류'. 녹색 미세조류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중 '지질'을 추출해 바이오 항공유와 바이오 디젤을 비롯한 에너지원과 고부가가치 산물을 생산한다.

연구단이 최근 새롭게 주목하는 대상은 '비녹색 미세조류'이다. 비녹색 미세조류는 광합성 대신 당류(糖類)를 영양분으로 하여 증식한다. 녹색 미세조류와 비녹색 미세조류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녹색 미세조류와 비녹색 미세조류는 배양과정은 다르지만 '지질추출 과정'과 '연료로의 전환과정'은 같다. 녹색 미세조류의 경우 경제적인 배양 기술을 개발하는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먼저 비녹색 미세조류를 대상으로 추출과 전환 단계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 미세조류에 대한 효율적인 연구와 시간 단축이 가능했다.

특히 연구단에서 사용하는 비녹색 미세조류는 건조세포중량의 50%가 지질로 구성되어 있고 배양공정 관리와 추출과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질 중 50%를 부가가치가 높은 DHA(docosahexaenoic acid)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 일부를 바이오 항공유를 만들기 전에 사전 분리하여 공산물(coproduct)로 생산할 경우 경제적 가치가 높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독자적인 공정으로 비녹색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내 지질을 추출한다.<사진=연구단 제공>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독자적인 공정으로 비녹색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내 지질을 추출한다.<사진=연구단 제공>
바이오 항공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배양과 수확 과정을 거친 비녹색 미세조류로부터 지질을 추출한 후, 화학촉매를 이용한 탈산소(deoxygenation), 크래킹(cracking), 이성화(isomerization) 과정을 거쳐 분자량과 물성을 조절해 주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단은 단순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독자적인 지질추출 공정의 개발과 함께 최민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과의 협력을 통해 자체적으로 촉매를 개발하고 관련 공정을 개발함으로써 국제규격에 맞는 바이오 항공유의 실험실 규모 생산에 성공하였다. 연구단이 개발한 촉매는 동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개발된 촉매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연구단은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추출된 지질을 자체 개발 촉매를 이용하여 바이오 항공유로 전환한다.<사진=이원희 기자>
연구단은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추출된 지질을 자체 개발 촉매를 이용하여 바이오 항공유로 전환한다.<사진=이원희 기자>
그러나 걸림돌은 '경제성'이었다. 장용근 단장은 "주로 식물성유지로부터 만들어지는 기존의 바이오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에 비해 2~3배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바이오 항공유 보급 및 실용화를 위해 경제성 문제 해결은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세조류 유래 바이오 항공유는 생산단가가 기존의 바이오 항공유보다도 높기 때문에 이의 실용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가져온 생각이었다.

이에 연구단은 비녹색 미세조류 지질 중 DHA의 일부를 공산물로서 바이오 항공유와 동시에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DHA의 부가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의 분리정제에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전체공정의 경제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연구단은 6~7 개월에 걸쳐 바이오 항공유와 DHA 간의 생산비율에 따른 수익성 분석을 통해 적정 생산비율과 비용을 도출해 냄으로써 미세조류 유래 바이오 항공유 생산이 충분한 경제성을 가짐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경제성 분석에는 바이오 항공유 생산에 필요한 원료비, 공정비용을 포함하는 모든 비용은 물론 지금까지 생선기름에서 추출해 왔던 DHA가 미세조류라는 또 다른 소스로부터 대량 공급이 이루어질 경우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는 부정적인 시장 상황까지도 반영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연구단은 미세조류 유래 바이오 항공유는 경제성 문제로 인해 실용화가 불가하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새로운 공정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였다.

◆위급 시 유일한 에너지원, "사오지 말고, 자체 확보하자!"

장용근 단장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써 미세조류 바이오매스가 필수임을 강조한다.<사진=이원희 기자>
장용근 단장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써 미세조류 바이오매스가 필수임을 강조한다.<사진=이원희 기자>
현재 주 에너지원인 석유는 고갈시기가 예측되고 있고, 이산화탄소 문제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가 절실한 상황인바, 태양광,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등이 신재생 에너지 자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는 에너지의 희망이다. 극단적인 예로, 전시 상황 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항공유를 수 일 내에 국내에서 자체 제조하여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은 비녹색 미세조류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태양광, 풍력 등으로부터 생산되는 전기 에너지로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미세조류 바이오 항공유는 국가의 안보를 담보하는 ‘안보에너지’의 성격을 가진다.

장 단장은 "현재 국내 바이오 항공유 분야는 기술 개발과 정책 동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속속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하고 실제 운행에 사용할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생산 기반도 없고, 관련 법안과 정책, 보급 인프라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오 항공유가 기존 항공유를 대체해나가고 있는 상황. 주요 해외 허브 공항에선 바이오 항공유를 일정 비율 주유해야 하며, 주유하지 않을 시 공항 이용이 불가능하다. 지난 11월 바이오 항공유를 사용한 대한항공의 KE038편 비행기가 시카고를 출발해 인천에 도착했지만, 혼합비율은 5%로 말 그대로 '맛만 본' 비행이었다.

장 단장은 "'수입과 유통'이 아닌 '자체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자체 개발 없이 단순히 수입과 유통에 의존해 바이오 항공유를 국내에 적용한다면 원료 수입과 연료 전환 촉매는 물론, 관련 설비 등 연관된 모든 요소들을 해외에 의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재생 에너지가 점차 기존 에너지를 대체하며 필수가 되어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바이오 항공유 개발을 비롯한 바이오매스 관련 연구는 과도한 에너지 의존 상태의 개선(에너지안보)은 물론 국가 안보를 지키기(안보에너지) 위한 필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작디작은 미세조류가 비행기를 띄우는 것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사진=이원희 기자>
작디작은 미세조류가 비행기를 띄우는 것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사진=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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