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일로 바꾼다"···'정보 엔진' 효율 100% 구현

박혁규 IBS 연구위원 "나노로봇 효율적 작동에 중요한 역할 할 것"
엔진은 에너지를 일로 전환한다. 그림 (A)는 가장 대표적인 엔진인 자동차의 엔진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피스톤 운동으로 바퀴를 굴린다. 연구팀의 정보 엔진도 자동차 엔진처럼 주기적으로 작동한다. 그림 (B)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고안한 래칫 기어로 브라운 엔진의 일종이다. 파란색 바람개비에 브라운 운동하는 기체가 부딪치면 기어는 충분히 가벼워 이 충돌만으로도 회전하는 원리다. 초록색의 부품은 래칫기어를 한 방향으로만 돌아가게 만들어 한 방향의 일만 뽑아낸다. 그림 (C)는 연구팀이 고안한 정보 엔진의 모습이다. '측정-피드백-완화'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입자들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사진=IBS 제공>엔진은 에너지를 일로 전환한다. 그림 (A)는 가장 대표적인 엔진인 자동차의 엔진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피스톤 운동으로 바퀴를 굴린다. 연구팀의 정보 엔진도 자동차 엔진처럼 주기적으로 작동한다. 그림 (B)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고안한 래칫 기어로 브라운 엔진의 일종이다. 파란색 바람개비에 브라운 운동하는 기체가 부딪치면 기어는 충분히 가벼워 이 충돌만으로도 회전하는 원리다. 초록색의 부품은 래칫기어를 한 방향으로만 돌아가게 만들어 한 방향의 일만 뽑아낸다. 그림 (C)는 연구팀이 고안한 정보 엔진의 모습이다. '측정-피드백-완화'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입자들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사진=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효율 100%인 정보 엔진을 구현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박혁규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연구위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그동안 불가능했던 효율 100% 정보 엔진을 구현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보 엔진이란 정보를 일로 전환하는 장치를 말한다. 전통적인 열역학 법칙을 깨는 정보 엔진은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정보를 일로 전환한다'는 새로운 틀에서 완전한 효율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전한 맥스웰의 도깨비를 실험실에서 구현한 이번 연구를 전통적인 맥스웰의 도깨비와 비교한 모식도. 컴퓨터는 입자의 위치 정보를 읽고, 판별해 광학집게 위치를 조절(피드백) 한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분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고, 조건에 맞으면 문을 연(피드백)다.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도깨비가 컴퓨터인 셈이다. 연구팀이 구현한 정보 엔진은 정보를 모두 일로 전환하는데 낭비가 없어 효율 100%를 달성할 수 있다.<사진=IBS 제공>완전한 맥스웰의 도깨비를 실험실에서 구현한 이번 연구를 전통적인 맥스웰의 도깨비와 비교한 모식도. 컴퓨터는 입자의 위치 정보를 읽고, 판별해 광학집게 위치를 조절(피드백) 한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분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고, 조건에 맞으면 문을 연(피드백)다.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도깨비가 컴퓨터인 셈이다. 연구팀이 구현한 정보 엔진은 정보를 모두 일로 전환하는데 낭비가 없어 효율 100%를 달성할 수 있다.<사진=IBS 제공>

정보 엔진은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물리학 개념에서 출발했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열역학 제2 법칙인 '엔트로피(Entropy)는 감소하지 않는다'를 시험하기 위해 맥스웰이 고안한 사고실험이다.

어떤 가상의 존재(도깨비)가 온도가 같은 두 방 사이에 앉아, 두 방문 사이에 오가는 기체 분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한다고 가정한다. 이 도깨비는 문을 향해 다가오는 분자가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문을 여닫는다. 이를 반복해 빠른 기체분자와 느린 분자를 각각 다른 방에 모으면 두 방 온도가 달라지고 결국 엔트로피가 감소한다.

전통적으로 엔진이 바꿀 수 있는 일의 양은 열역학 제2 법칙에 의해 제한됐다. 그러나 맥스웰 도깨비가 제안된 후 과학자들은 도깨비가 분자의 위치와 속도 '정보'를 온도 차를 만드는 '일'로 바꾼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열역학 제2 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보 엔진의 개념이 등장했다. 정보 엔진은 맥스웰의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이용하는 원리다. 자연스럽게 정보를 고려해 열역학 제2 법칙이 새롭게 수정됐고 최근에 과학자들은 실제로 정보 엔진을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정보 엔진의 효율을 높이려 계속 시도했으나 이전까지는 최대 75%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효율 100%의 정보 엔진을 실현했다. 연구팀은 정보를 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어진 온도에서 무작위한 방향으로 브라운운동(미소 입자의 무작위 운동)을 하는 작은 입자를 레이저 집게로 가뒀다. 입자가 오른쪽으로 치우칠 때마다 레이저를 아주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반복하면 무작위 방향으로 운동하던 입자들을 밀지 않고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입자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오른쪽으로 입자들을 옮긴 것이다.

입자의 위치 정보는 측정 레이저로 파악한다. 측정 레이저가 위치 정보를 측정하면 이를 연결된 컴퓨터가 판별하고 입자를 가둔 레이저 집게를 옮기는 순서다.

이 시스템은 1㎚(나노미터) 단위로 입자 위치를 감지하고, 측정한 순간부터 20μ(마이크로 초·100만 분의 1초) 이내에 레이저를 이동한다. 정보를 수 ㎚, 수십 μ 단위의 정확도로 다룬 것이다.

정보 엔진이 정보를 낭비하지 않는 이유는 입자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저로 피드백을 주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이상적인 수준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고 빠른지 느린지 판별한 다음, 가운데 있는 문을 연다. 반면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입자 위치를 컴퓨터가 측정, 판별해 조건에 맞으면 레이저를 이동시킨다. 컴퓨터가 도깨비 역할을 했다.

박혁규 연구위원은 "정보에서 일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건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증명된 바 있으나 실제 정보 엔진의 효율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양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라며 "이번 연구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100% 일로 변환한 엔진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로 정보를 이용한 열 엔진의 실현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라며 "이 원리를 이용한다면 나노로봇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IF=8.462)'에 지난 12일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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