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통사 지식공유]연구자는 '송무백열' 할 수 없는가

글: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 학습 커뮤니티인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열립니다. ETRI 연구자들이 일반 국민과 선후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들을 탐색하고 고민해 주제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새통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전달드리고자 참가자들이 직접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미래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며, 이를 대비하는 연구원들의 자세와 각오는 어떠한지 글로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이번 112차 새통사 모임은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고구마 박사'와 함께 했다. 한 평생을 고구마와 함께 하며, 고구마가 인류를 구할 최선의 것으로 믿고, 스스로 정한 인류를 구할 길을 손수 실천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열정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명연의 고구마 박사가 아니라, 전 인류의 고구마 박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연구자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내고 한 길을 걸으며 끝없이 정진해온 모습이 그대로 전해왔다. 또 일생에 못다 이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후배와 후학에게 정성을 쏟는 모습, 스스로 가지고 있는 확고한 믿음을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 있으면 나라에 상관하지 않고 협력하는 모습, 협력을 위해 늦은 나이에도 어학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멋지고 신나게 살수 있구나'하는 부러움이 가득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과학자, 세상의 문제와 전문성을 결합한 과학자, 다가 올 인류의 재앙을 준비하는 과학자, 그 준비를 위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협력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과학자, 이런 스토리 가득한 고구마 박사 곽상수 박사가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수훈한 일은 당연한 일이자 과학기술인 전체의 기쁨이 아닌가 싶다. 송무백열(松茂栢悅)!

1. 고구마에 무슨 매력이 있길래···?

현대인들에게 고구마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값싸게 한 박스 싸서 반은 구워먹거나 생으로 먹고 나머지는 썩혀 없애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제 정년퇴직을 시작하는 선배님들, 58년생 이전에 태어나신 선배님들, 특히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선배님들한테는 아련한 추억이 서린 것이 고구마이리라.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에 배를 채워 주었던 고마운 음식이 바로 고구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일까, 아니면 힘든 시절에 같이 했던 그것이 아무리 고마워도 멀리 하고 싶은 심리가 생기는 탓일까. 현대인들은 고구마보다도 감자나 옥수수를 찾는다. 

곽 박사에 의하면 북한에서도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고구마대신 선진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자를 선택해서 실패를 보았다고 하니, 필자의 추측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곽 박사의 어린 시절도 다른 선배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어떻게 저토록 고구마 애호가가 되었을까?

그 답은 생각보다 쉽게 추측이 가능했다. 바로 일본 동경대와 리켄연구소 유학시절 접한 식물 항산화물질에 대한 연구가 고구마 박사를 한 평생 이 길로 인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곽 박사가 쏟아내는 고구마의 장점을 듣고 있노라면, 고구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확신감을 받는다. 

고구마의 가장 큰 장점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산다는 점이다. 고온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염분에도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고온 건조한 땅은 지구촌이 고민하고 있는 사막화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다음으로는, 고구마의 탄수화물 함유량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2003년 일본 농림수산성의 보고에 따르면, 대표 작물들의 탄수화물 생산량을 부양인구 기준으로 환산치(10a당 최고의 부양인구수)가 옥수수는 1명, 쌀은 2.4명, 감자는 3.4명, 고구마는 3.9명이라고 한다. 똑같은 땅에서 4인가족 한 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은 고구마가 유일한 셈이다. 

이것은 우리 지구촌의 기근문제와 직결되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장점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다른 작물들에 비하여 항산화물질-비타민 C, 비타민 E, 안토시아닌, 키로티노이드 등-을 다량함유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건강문제와 바로 연결되는 키워드다. 

특이한 장점이 있다. 바로 에탄올 함유량이다. 이것은 에너지 문제 해결의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습게 보아왔던 고구마가 감추고 있던 매력이 실로 엄청남을 깨닫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과학기술자들도 모르고 있는 고구마의 매력은 류시화 시인은 어떻게 알았을까. 나라의 불빛이 희미하던 1958년도에 고구마에게 노래를 바친다.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류시화


고구마여
고구마여
나는 이제 너를 먹는다
너는 여름 내내 땅 속에서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며
태양의 초대를 점잖게 거절했다
두더지들은 너의 우아한 기품에 놀라
치아를 하얗게 닦지 않고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도 넌 네 몸의 일부분만을 허락했을 뿐
하지만 이제는 온 존재로
내 앞에 너 자신을 드러냈다

남자 고구마여
여자 고구마여
나는 두 손으로 너를 감싼다
네가 진흙 속에서 숨쉬고 있을 때
세상은 따뜻했다
난 네가 없으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쌀과 빵만으로 목숨을 연명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슬픈 일
어떻게 네가 그 많은 벌레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돌투성이의 흙을 당분으로 바꾸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고구마여, 나는 너처럼 살고 싶다
삶에서 너처럼 오직 한 가지 대상만을 찾고 싶다
고구마여
우리가 외로울 때 먹었던 고구마여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결국 무의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
그러나 내 앞에는 고구마가 있다
생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넌 말하는 듯하다
모습은 바뀌어도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나 우리 모두의 곁에 있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죽지 않는다고

그렇다, 난 모든 길들을 다 따라가 보진 않았다
모든 사물에 다 귀 기울이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감히 대지의 신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고구마여, 너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희망은 나의 것이라고


류시화 시인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간의 연명시키는 고구마에 대한 고마움 표시에 그쳤지만, 고구마 박사는 과학자로서 또다시 위기에 처한 지구촌 사람들 앞에 고구마의 화려한 부활을 도우고 있다.

2. 문제찾기 : 고구마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중·일 과학자들의 교류회가 있었고. 한 일본 과학자가 고구마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 왔다고 한다. 그 멋진 질문 하나가 오늘날 고구마 박사의 열정을 존재를 가능하게 했던 중요한 계기였다. 

그 때 찾아 낸 것이 지구촌의 에너지 문제와 환경문제, 식량문제가 따로가 아닌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 것이라는 점이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 문제 때문에 환경문제가 생기고, 환경문제는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를 위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고구마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발견한 곽 박사의 기뻐하는 모습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참 부러운 일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간다면 2050년경 아시아 인구는 51억, 아프리카 인구는 19억명으로 늘어나 전체 97억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한다. 에너지 기준으로 보면 지금의 3~5배가 더 필요하게 되고, 식량 측면에서는 지금의 1.7개 더 필요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화석에너지는 점점 고갈되어가고 있고,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토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UN이 생물다양성 협약, 기후변화 협약, 사막화 방지 협약 등 지구촌 차원에서 노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미래인지라 에너지와 식량 문제는 단순한 수급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안보 차원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 그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은 2020년에 곡물자급률을 95% 유지를 목표로 하는 국가식량안보중장기계획요강을 발표하고, 2016년에는 세계 3대 종자 회사인 ‘신젠타’를 55조원에 인수, 400만ha에 이르는 농지에서 세계 6위 규모의 GMO작물를 이미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자국 농지의 3배에 이르는 해외 농지 1200만ha를 확보하여 식량 자주율 100%를 유지하고 있으며, 칼로리 자급률 50%를 목표로 (2015년 현재, 45%) 꾸준히 식량정책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자급률이 사료용 곡물자급률을 포함해 24%에 머물고 있으며, 농지는 계속 줄어들어 2017년 현재에 165만ha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곡물수입량은 세계 5위이고, GMO곡물 수입량도 세계 3위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전략이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로 가슴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곽 박사의 고구마에 대안을 듣고 있자면, 류시화 시인의 고구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고구마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땅-고온인 땅, 건조한 땅, 염분이 많은 땅 등-에서 오히려 몸에 더 좋은 건강한 식량을 대량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존재라고 하니, 이 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을 수 있겠는가? 

황폐해진 땅에 고구마를 심어 환경을 복구하는 역할과 식량을 동시에 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싶다. 또 GMO로 더 많은 고구마를 생산하여 기름도 만들 수 있고 천연염료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항산화 물질도 추출할 수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고구마 박사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구마에 몰입하고 있다. 2050년 95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고 지구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는 신념과 목표를 세웠다. 세워진 목표와 신념으로 또 과학자의 연구가 방향성을 구체화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곽 박사는 고구마 속에 존재하는 척박한 환경을 버텨내는 물질을 발견하고 추출하고 그것을 더 강하게 하는 연구와 다른 작물에 이식하는 노력을 추구하여 확신을 얻는 결과를 얻고, 이것을 세계에 확산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 확신이 과학자로서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비장의 무기를 갖지 못한 사람이 쉽게 이룰 수 없는 이력이다. 

*한중일고구마연구협의회 회장, 한중사막화방지BT공동연구센터(교과부 지정) 센터장, 중국과학원(CAS) 물토양보존연구소(ISWC) 초빙교수(2008~현재), 중국농업과학원(CAAS) 고구마연구소 초빙교수(2010~현재), 중국 장수성농업과학원 작물연구소 초빙교수(2011~현재), (사)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 자문위원(2008~현재), 중국과학기술조사단, 생명공학기술조사단, 사막화방지기술조사단, 한중사막화방지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 건조농업기술조사단, 한중일 고구마연구협의회, 한중일 식물생명공학연구협의회, 고구마 기반 글로벌 식량자원 및 바이오(화학)소재 생산기술 융합클러스터 등

3. 연구자란 무엇인가?

고구마 박사의 말을 듣고 있자면, MRI와 PET를 만든 후 환갑의 나이에 뇌과학 분야로 입문해 20년만에 세계가 인정하는 뇌과학의 대가 반열에 오른 조장희 박사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오버랩된다. 두 과학자를 보고 있자면, 연구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가슴에 파고 들어온다.

연구자란 무엇인가? 연구자란 말 그대로 '찾는 사람'이다. 문제를 찾고, 답을 찾는 사람이다. 그 전에 분명한 것이 있다.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일상적인 지식만으로 접근할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만들고, 그 개념을 다듬고, 그 개념을 일반화하는 방법론을 만든다. 박문호 박사의 유니버셜랭귀지라는 책에서 이야기 하듯 사람들의 오감으로 확인할 수 없는 세상의 본질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 필요하고,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특별한 새로운 언어로 그 개념을 다듬고 설명해내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연구자는 전문성을 가지고 세상의 문제를 찾고 그 답을 찾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전문성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남들이 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연구자란 남들이 시키지 않는 일을 스스로 찾고 또 찾는 사람들이다. 나아가서 세상의 문제 해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곽 박사의 말 속에서도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식물의 항산화성질‘이다. '저 놈들은 어떻게 저런 땅에서도 잘 살지?', '저 놈들은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수많은 병충해를 견뎌내지?'라는 역발상의 질문으로 ’항산화성질‘이라는 개념이나 가설을 세우고, '그 놈'들과 수많은 시간들을 씨름하셨으리라.

그리고 찾아낸 고구마 속 '오렌지' 성분이 식물의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성분임을 확신하고, 또 그 놈들에게 장난을 친다. 아니나 다를까. 기대했던 대로 오렌지 성분을 추가하니 훨씬 더 강한 식물이 만들어짐을 눈으로 확인한다. 

높은 온도에서도, 건조한 환경에서도, 염분이 강한 땅에서도 잘 견뎌내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겉모습은 같으나 전혀 다른 고구마의 탄생이 가능해진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다른 식물들에게도 마찬가지 실험을 해보니, 동일한 현상이 발견된다. 

지금 곽 박사에게는 '지구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 세계가 곽 박사를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바쁜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차원에서 식량안보전략을 고민해보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2월 19일, 3월 19일, 4월 16일 총 3회에 걸쳐 ‘4차산업혁명시대, 농업혁신’이란 주제로 2018 과총 과학기술정책 혁신포럼이 개최된다.

곽 박사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松茂栢悅(송무백열)이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옆에 있는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항상 푸르면서도 서로 비슷하게 생겼다는 의미에서 흔히 가까운 벗(朋)을 말한다고 한다. 

출연연의 모두가 송무백열의 벗이 된다면 세상의 어려움은 능히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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