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는 선물' 과학동네에 '공구카페'가 생겼다

[과학동네 요기조기] 특허받은 공구 맞춤함 특기 25년 전통 성도공구, 대전 테크노밸리점 개장
그림 보고 커피 마시며 공구 감상 나들이··· 지역 과기인 사랑방 기대
"저게 뭔가?"

대전 대덕테크노밸리를 지나다 낮인데도 유난히 조명이 환한 곳이 있어 들어가 봤다. 개장을 준비하는 공구 매장이다. 교실 4개 붙인 정도 공간(약 260m²)에 크고 작은 공구며 장비들이 진열됐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이 있는데, 공구 보관함이다.
 
보기에도 질 좋은 공구와 측정기들이 한 치 빈틈도 없는 케이스에 반듯하게 자리 잡혀 있다. 기계과 전공자에게도 처음 보는 공구가 있다. 세트 하나 갖고픈 욕심이 들 정도로 공구함이 잘 맞춰졌다. '공돌이' 눈 돌아가는 화려한 구성품이다.
 
양해를 구하고 공구를 빼내 자세히 돌려봤다. 공구마다 브랜드가 다 다르다. 그렇다면 이건 주문제작품이다. 필시 사용자가 고민을 거듭해 고른 공구들을 특별판으로 짠 함. 이런 함에 들어있는 공구라면 소중히 다루고 관리할 수밖에 없다. 곱게 잘 쓰고 후임에게 대물려 주는 전통도 생길 법하다.

다양한 공구들이 제 집에 들어차 있다. 성도공구의 특기 맞춤 공구세트. <사진=윤병철 기자>다양한 공구들이 제 집에 들어차 있다. 성도공구의 특기 맞춤 공구세트. <사진=윤병철 기자>

공구함에서 눈을 떼고 매장을 둘러보니 상당히 많은 물량의 공구와 측정기, 소모품류 등이 있는 것을 알았다. 유명한 브랜드부터 독점 공급으로 보이는 제조사의 물품도 보인다.
 
보통 공구상점은 쇠 냄새를 풍기는 철물들이 종류별로 켜켜이 쌓인 곳이다. 대게 주인은 손님이 '뭘 찾나' 물어보는데, 이곳 사장은 커피부터 건넸다. "제법 괜찮은 원두로 갓 내린 커피"라 한다. 과일 향이 났다.
 
천장에 촘촘하게 박힌 LED 등이 해가 쬐는 밖보다 더 밝은 듯한 빛을 뿜는데, 눈이 편하다. 바닥도 하얀 타일. 벽에는 그림 액자가 군데군데 걸려있다. 매장 구석에는 원목 아일랜드 바를 놓은 카페가 있다. 그 위로 사무를 보는 복층이 있고,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두 조의 탁자가 놓인 아담한 테라스도 갖췄다.
 
남다른 매장에 호기심이 들어 커피를 준 여사장 '박태숙' 성도상사공구(이하 성도) 대표에게 이곳을 꾸민 의도를 물었다. 그도 내가 공구를 사러 들어온 게 아닌 건 진작 알고 있었다. 이렇게 호기심에 들린 행인들이 많다고 했다.
 
"손님이 편안한 마음으로 보시고 원하는 공구를 선물 담듯 고르시라고 꾸몄어요."
 
보면 갖고싶게 생겼다. <사진=윤병철 기자>보면 갖고싶게 생겼다. <사진=윤병철 기자>
박 대표는 공구를 선물, 공구함을 작품이라 했다. 단번에 눈길을 잡는 공구함도 그런 의미로 탄생했다. 손님은 바구니에 심혈을 기울여 '고른' 공구들을 담아온다. 골라진 공구들은 '쓰기 좋고 보기 좋게' 배열돼 맞춤옷을 입는다.

공구들을 배열하는 노하우가 있다. 용도와 크기, 색깔은 물론, 사용자의 손 동선이 최적이 되도록 몇 날을 고민한다. 그 시간이 박 대표에겐 "행복한 몰입의 시간"이라고 했다.
 
새 공구만 맞춤옷을 입는 건 아니다. 손님이 아끼는 헌 공구도 새집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 원래도 좋은 공구가 정성스러운 함에 담기니 가치가 배가 된다. 이 공구함은 5개의 디자인 특허가 있다.
 
알고 보니 박 대표는 중부권에서 가장 큰 산업용재시장인 대전 대화동 산업용재단지에서 공구 상점을 25년째 해왔다. 지금도 그곳이 본점이다. 확장점인 이곳 '테크노점'에 가게를 내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을 뻔도 했다. 그러나 그때 "기적처럼 잡아주는 손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이곳을 마련했다"고 박 대표는 미소를 보였다.

주 고객은 대덕연구단지 연구개발자들. 박 대표는 오랫동안 신뢰와 보답을 쌓으며 알고 지낸 고객들이 여기서 의미있게 머물다 가라고, 수집한 미술 작품들을 걸고 작은 카페와 복층 테라스도 만들어 놓았다. 그는 이곳이 은퇴 과기인의 사랑방이 되길 바랐다.
 
소형 장치도, 대형 설비도 공구로 시작해 공구로 끝난다. <사진=윤병철 기자> 소형 장치도, 대형 설비도 공구로 시작해 공구로 끝난다. <사진=윤병철 기자>
박 대표에게는 그동안 성도 출신 공구들이 다양한 연구소와 기업 현장에서 쓰이며,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나름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공구함에 얽힌 일화 하나. 어느 연구단에 성도에서 맞춘 공구함을 가진 연구자가 있었다. 감사로부터 상대적으로 값나가는 공구함 때문에 "예산 낭비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연구단장이 우연히 이 공구함을 봤다. 연구자는 혼이 날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단장은 다른 연구실도 이 같은 공구함을 맞춰 쓰라고 지시했다. "함이 있으니 공구를 함부로 다루거나 분실하지 않고, 그러다 보면 연구개발하는 자세도 정돈된다"는 말이었다. 그 연구자는 어깨가 으쓱했고, 성도는 대박을 쳤다.
 
케이스에 잘 정돈된 공구들을 본 손님들은 손가락이 근질거릴 것이다. 공장이 가득 찬 이 동네에 훈훈한 사랑터가 생겼다.

대전 유성구 관평동 한신에스메카 동관 101호에 개업한 성도공구 테크노점 <사진=윤병철 기자>대전 유성구 관평동 한신에스메카 동관 101호에 개업한 성도공구 테크노점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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