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측량 척척? 광대한 우주 호기심 '뚝딱' 해결

안상현 천문연 박사, '우주의 측정' 펴내
과학도 등 위한 지침서로 '주목'···"과학 본질 찾아야"
"서울에서 대전까지 150km라고 하면 100km로 차를 몰면 1시간 반이 걸립니다. 일상생활에서 종종 머리 속으로 계산하는 것들이죠. 이러한 계산 방법을 우주로 확장해서 해와 지구의 거리, 은하 등 우주를 실제 측량을 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천문연구자가 어려운 수학과 물리를 알지 못하는 일반인도 우주 측량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책을 선보여 화제다. 

활발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독자들이 직접 계산을 하면서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책 '우주의 측정'을 내놨다. 기초 수학과 물리학 지식만으로 해와 달, 지구, 행성, 별, 은하수, 외부 은하 등의 질량, 거리 측량을 직접 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2012년 영국에 체류하면서 진행한 강연, 경험담 등을 모아 '뉴턴의 프린키피아', '우리 혜성 이야기' 등을 저술한 바 있다. '우주의 측량'은 그 시리즈의 일환이다. 공학도, 신진 연구자 등을 위한 지침서로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선임 연구원은 "천문학에서 우주 측량이 중요한 이유는 우주의 크기 측량에서 찾을 수 있는 천문학적 지식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최대한 어려운 수학을 배제하고, 독자들이 직접 계산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책이 나오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구에서 해까지의 거리 등 우주 측량을 직접해 볼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고지연 디자이너>지구에서 해까지의 거리 등 우주 측량을 직접해 볼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고지연 디자이너>

◆대중 위해 어려운 수학 포기···직접 계산해 보며 호기심 해결

안상현 연구원은 유년시절부터 역사, 한문 등에 능통했다. 종갓집 종손으로 태어난 환경 덕에 어린 시절부터 한자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중고등학교 시절엔 교과서가 아닌 광개토대왕비, 삼국유사 등을 원문으로 읽었다. 

또 미천왕 이야기, 발해 등에 대한 역사 소설을 직접 써보기도 했다.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습관은 과학사, 역사천문학, 천문학 관련 연구자이자 다양한 저술활동에 나선 배경이 됐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2013년 케이브리지 니덤 동아시아과학사연구소에 방문학자로 활동한 경험은 저자로서의 전환점이 됐다. 근대과학의 발상지로 꼽히는 영국에서 뉴턴 생가, 뉴턴이 다녔던 학교, 과학관 등을 둘러보며 뉴턴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영국을 찾은 영재학교 학생들을 위한 강연을 요청받은 그는 강연 겸 책 저술을 준비했다. 10여년 과학사 분야를 연구한 만큼 이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처음에는 지구 형성부터 우주 팽창까지 다루려고 했지만 이와 관련된 책들은 많았다.

이에 다룬 내용은 우주에 대한 거리를 측정하는 것. 안 저자는 영국에서 돌아온 이후 중력파 여름학교 등에서 이 부분을 강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료 천문학자, 전공 학생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기존 서적들에서 우주론적 거리 등과 관련해 잘못된 개념이 많았습니다. 제대로 이해하고 보면 쉬운 이야기이죠.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찾은 측량 방법들이 창의적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기존에 잘못된 부분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오류사항들을 해결하면서 어려운 개념을 쉽게 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알아낸 지식, 월식의 지속 시간 이야기 등을 함께 담았다.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려다보니 어려운 수학은 포기해야 했다. 전자계산기가 도입되고 삼각함수, 로그 등을 활용한 접근이 이뤄졌다. 이야기만 서술하는 것에 탈피해서 연습문제를 통해 독자들이 직접 계산하고 그래프를 그리면서 배워볼 수 있도록 했다.

안 저자는 "일부 수식은 복잡해 보이고 낯설 수 있지만 연습해 보고, 우주 배경 복사 등 계산도 막상 뜯어보면 어렵지 않다"면서 "미분방정식을 이용하고 적분표 등을 참고해 산술계산으로 우주가 어떤지 알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사진=강민구 기자>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사진=강민구 기자>

◆영국서 과학이 일상···"과학의 대중화 꿈꿔"

영국에서 과학은 곧 철학이었다. 안 저자는 영국에 사회과학과 정치철학이 발달해 있었고, 국민들에게 과학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영국에 갔더니 과학이 일상이자 문화였죠. 과학의 풍토나 저변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었어요. 그동안 해온 과학이 진짜 과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의 과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 가령 정교수 아래로 조교수(Reader) 강사(Lecturer) 보조강사(Assisant Lecturer) 등의 직함은 오랜 역사와 문화에서 유래했다. 대학(College)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기숙사 개념의 학교를 의미했는데, 이 학교 30여개가 모여 대학교(University)로 이어졌다.

역사를 거치면서 과학은 문화가 되고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과학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자산이 되어 더 잘살게 되는 경험을 했다.

안 저자에 따르면 영국은 과학을 이해하는 지적 수준도 높다. 가령 케임브리지대 교수 취임식에는 지역민, 교수, 시인, 인문학자 등이 함께 한다. 주입식이 아니라 서로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하면서 열띤 토론이 진행된다. 과학 다큐멘터리 등 프로그램도 잘 구축되어 있다.

"영국이 2차대전 이후 헤게모니를 미국에게 뺏겨 별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죠.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거의 매년 노벨상이 수상자들이 배출됩니다. 수상자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며 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웃주민이자 대중과 밀접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안 저자는 영국과 달리 한국은 과학이 내면화, 문화가 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계산법, 문명권 지식 전파 등을 연구한 결과 한국 과학은 발전을 너무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지식 등 발견이 없었다. 과학보다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 때 달력, 일식계산 등을 위한 메뉴얼화와 실용적인 접근이 이뤄졌다. 일제시대 때는 과학기술이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해방 이후 과학은 경제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안 저자는 국내에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부터 바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과학 교과서에 나온 내용들을 탐구하고, 이를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기초과학이며 이러한 연구에 보다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향후 안 저자는 더 많은 연구와 저술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소행성은 현대적 관점에서는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소행성, 쌍성(雙星) 등을 다루는게 목표이다. 중력파를 비롯한 각종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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