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분자 결합쌍으로 '퇴행성 뇌질환' 비밀 푼다

IBS, 분자 결합으로 '세포 자가포식 실시간 관찰' 성공
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분자 결합을 이용한 세포 자가포식 관찰법.<사진=IBS 제공>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분자 결합을 이용한 세포 자가포식 관찰법.<사진=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형광분자 결합쌍을 이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한발 다가섰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김기문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강력한 형광분자 결합쌍을 이용해 세포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세포내 소기관의 움직임을 관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는 영양이 부족해지면 분해효소를 지닌 세포 소기관이 불필요한 세포 소기관을 분해·재활용한다. 이를 자가포식이라 한다. 자가포식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세포는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어 죽게 된다.

기존 연구에서는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두 세포 소기관을 관찰하기 위해 형광 단백질을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자가포식 과정 중 분해 효소로 인해 형광 단백질이 함께 분해되는 탓에 자가포식 현상을 안정적으로 관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강력한 형광분자 결합쌍인 쿠커비투릴 분자와 아다만탄아민 분자의 특이적 결합 원리를 이용해 자가포식이 일어나는 세포 소기관의 움직임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자가포식 과정에서 함께 사라지는 형광 단백질과 달리, 연구팀이 개발한 형광분자 결합쌍으로는 세포 소기관 각각의 움직임뿐 아니라 두 소기관의 융합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세포 자가포식은 리소좀과 같이 분해 효소를 지닌 소기관과 분해될 다른 소기관이 만나 이뤄진다. 연구팀은 분해 대상인 여러 소기관 중 미토콘드리아를 주목했다.

미토콘드리아는 퇴행성 뇌질환과 연관이 깊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고장 난 채 적절하게 분해되지 않으면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의 자가 포식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의 강력한 분자 결합을 이용했다.

먼저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를 관찰할 수 있도록 각각에 형광 분자를 붙였다. 쿠커비투릴은 세포 내 리소좀을 아다만탄아민은 미토콘드리아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가포식하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의 융합에도 형광이 나타나도록 고안했다.

두 소기관이 융합할 때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가 결합하는데 이들에 붙은 두 형광 분자가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이로 인해 형광이 나타나는 원리다.

실험 결과 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형광 분자 수용액을 세포에 처리하면 쿠커비투릴은 리소좀을, 아다만탄아민은 미토콘드리아를 인지해 서로 다른 색의 형광을 띠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로써 두 세포 소기관 각각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가 자가포식을 위해 융합하면 에너지 전이로 인한 형광으로 이들 두 소기관의 융합과정 또한 관찰할 수 있었다. 즉 세포 자가포식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것이 가능해진 셈이다.

김기문 IBS 단장은 "형광분자 결합쌍을 이용한 바이오 이미징 기술은 복잡한 세포 기작을 보다 세심히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라며 "퇴행성 신경질환의 세포 자가포식 현상을 보다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독일 응용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IF 11.994)'에 지난달 25일(독일시간)자로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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