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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율차 R&D '각개전투'···융합·오류 공유 必

국내 ETRI KAIST 서울대 등 17개 기관 30대 자율차 임시운행 허가
최정단 ETRI 그룹장 "학술용 성과 공유하며 레벨 4, 5 자율차 개발할 것"
ETRI 자율차 연구팀. ETRI는 소외지역과 고령층도 이용할 수 있는 레벨 4, 5정도의 자율차를 2030년께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사진=ETRI>ETRI 자율차 연구팀. ETRI는 소외지역과 고령층도 이용할 수 있는 레벨 4, 5정도의 자율차를 2030년께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사진=ETRI>

구글(웨이모), 테슬라, 포드, BMW, GM, 볼보, 애플, 우버, 현대차 등.

자율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기존 자동차 기업부터 IT 기업까지 자율차 연구개발에 뛰어들며 상용화에 한층 다가서는 모양새다. 특히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자율차 개발로 환경까지 고려한 미래형 자동차로 시장의 기대가 높다.

올해 1월말 시장조사 업체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가 내놓은 '주행기술 리더'에 의하면 현재까지 선보인 자율차 기술 기업 종합평가는 GM이 1위, 구글의 자율차 계열사인 웨이모 2위, 다임러-보쉬 연합이 3위, 포드가 4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예약자가 줄을 이었던 테슬라는 19위로, 평가 기업 중 꼴찌를 기록했다. 국내 현대자동차 그룹은 15위로 평가됐다.

우리나라의 자율차 연구는 ETRI, KAIST와 서울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SK 텔레콤, KT, 삼성전자, 엘지전자, 자동차부품연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자율차 30대가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상태로 사고없이 시범 주행한 기록도 2016년 말 2만6000km에서 1년 사이에 7배가 증가한 19만km로 늘었다.

하지만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30대 자율차의 경우 연구개발을 위해 앞 차와의 거리, 도로 인지 등 분야별 허가를 받은 것으로 실제 주행할 수 있는 전체적인 기술을 갖춘 자율차는 아니다.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 국내에서 자율차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할까. 최정단 ETRI 자율주행시스템연구그룹장은 주변환경에 관계없이 운전자가 제어하지 않을 정도 기술인 레벨 4, 5정도의 자동차는 빠르면 2025년에서 2030년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가 내놓은 자율주행차 발달 수준에 따르면 레벨 4는 고도 자율주행으로 주변환경에 관계없이 운전자 제어가 필요없다. 레벨 5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 자율차를 이른다. 아직 관련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최 그룹장은 "현재 상용화 된 자율차 수준은 레벨 2, 3정도로 평가된다. 여전히 탑승자 제어가 필요하고 운전자의 상시 감독이 요구된다. 또 스마트시스템이 갖춰진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가능해 한계가 있다. 국가별로 다른 도로와 신호체계를 반영한 자율차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차 연구, 융합 연구와 데이터 공유 필수

최정단 ETRI 자율주행연구그룹장. 2009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올해 혁신 과제로 선정,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최정단 ETRI 자율주행연구그룹장. 2009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올해 혁신 과제로 선정,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자율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연구 결과라고 볼 수 있죠. 자동차 동체인 기계와 자율 운전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의해 자율차가 나오게 되거든요. 또 오차를 줄이기 위한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고요."

최 그룹장은 자율차 연구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 '융합 연구'와 '데이터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자율차를 연구하는 17개 기관 간 정보 공유는 전혀 안되는 실정이다. 각 기관별로 연구 성과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술개발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테이터센터를 구축해 자율차 주행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오류 발생 데이터를 서로 공유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를 위해 핵심 부품 국산화, 전문인력 양성, 표준화를 추진키로 했다.

최 그룹장은 "민간기업은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고 정부연구소는 선도적 서비스가 가능한 기술개발이 우선이다. 오류 데이터를 공개하면 상용화도 빨라질 것"이라면서 "현재 자율차 소프트웨어 정비 인력도 없고 기술 업그레이드도 요구된다. 이런 부분을 논의하며 인력을 양성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등 같이 준비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지방 분권화 정책에 따라 각 지자체별로 자율차 시범지역 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하지만 각 지역마다 도로, 신호체계 특성이 다르므로 그에 맞는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ETRI는 대전시와 적합한 서비스를 찾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TRI 레벨 4, 5 기술 개발로 고령화, 소외지역 서비스 목표"

"현재 개발되는 자율차는 거의 자동차 전용 도로나 스마트 시스템이 갖춰진 도심 중심이에요. 실제 자율차가 필요한 고령화 마을이나 소외지역은 혜택을 받을 수 없죠."

최 그룹장은 ETRI는 레벨 4, 5의 자율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TRI는 2009년부터 자율차 연구를 시작했다. 2013년 1차 서비스로 주차장에서 자율 주차에 성공하며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연구원 내부와 연구단지 일대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11월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이르는 일반 도로 580m 구간에서 자율주행 시연에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ETRI의 자율차는 GPS(위성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대신 자체 개발한 차량 센서와 카메라로 인식하는 위치정보 데이트를 활용해 정밀 맵을 구축했다. 그 결과 오차 범위가 30cm 이내로 GPS를 이용하는 자율차에 비해 기술 수준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그룹장은 "자율차는 기계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의 접목으로 ICT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데 서로 낯선 분야로 이해가 많이 필요했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각 나라별로 다른 교통법규, 도로 특성 등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TRI에서 개발하는 자율차의 궁극은 전기차 기반의 딥러닝 자율 자동차다. 그러나 전기차는 저전력, 저발열 상태에서 안정적 구현이 가능해야 하는 특성으로 기술 개발이 쉬운 것은 아니다. 저전력, 저발열 조건을 맞추려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최 그룹장은 "현재 저전력, 저발열 컴퓨팅 환경에서 시험에 성공했지만 시범과 실증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다행히 정부의 혁신 도약형 과제에 선정되며 실패 두려움 없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더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반 자율차는 기업에서 개발하므로 운전을 못하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차는 정부연구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라면서 "스마트 시스템이 없는 농로에서도 가능한 레벨 4, 5의 자율차 기술 개발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고령화 사회와 취약지역에 맞는 자율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현재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최 그룹장은 자율차에 익숙한 환경 조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어릴때부터 자율차를 접하면 성인이 된 후 자연스럽게 자율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기관이 기술개발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학기술 발전과 연구결과를 적극 알리며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ETRI는 자율차 관련 연구성과를 학술용으로 적극 공개하며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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