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포럼,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창업생태계' 주제 포럼 가져
"서로 개방하고 융합한다면 대덕이 혁신 최적지"

대전과 세종, 오송의 산학연관 관계자간의 교류 모임 금강포럼이 15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열렸다. 이날 발제는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맡았다.<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대전과 세종, 오송의 산학연관 관계자간의 교류 모임 금강포럼이 15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열렸다. 이날 발제는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맡았다.<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대덕은 전문 인력, 인프라 다 갖춘 곳으로 문제 요소를 바로 본다면 혁신이 일어나기 가장 좋은 곳이다. 10년, 20년 후 사회와 경제를 바꾸는 중추 역할을 이 곳에서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덕의 특징인 전문가라는 함정을 넘어서야 한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대표는 기술 창업이 많은 대덕 스타트업에게 전문가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조언했다. 자칫 기술 우위에 빠져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문제와 해답 속에서 시장과 거리가 멀어지며 결국 회사의 문을 닫는 사례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대전·세종·오송지역 산·학·연·관 관계자들의 교류 모임인 금강포럼(회장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이 15일 오전 7시 30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7층 중회의실에서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창업생태계: 스타트업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발표를 맡은 이용관 대표는 자신을 KAIST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친 대덕키즈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대학원 재학시 플라즈마 기술로 플라즈마트를 설립, 성장시키면서 국내외 기업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에 회사를 매각하고 딥 테크(Deep Tech) 관련 액셀러레이터로 변신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울때와 기업가로 일할때, 투자자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면서 느껴지는 게 달랐다"면서 "배운 것과 경험했던 생태계가 같지 않았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였다"면서 그동안 경험을 공유했다.

이 대표가 본 대덕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가 집단이 모인 곳이다. 그는 "하지만 전문가가 창업했을 경우 실패를 많이 하게된다. 전문가인 교수와 학생이 창업을 한다면 누구에게 투자하겠는가"라고 질문하며 "교수는 학생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전문가지만 창업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창업은 도전이고 불확실성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창업은 개발, 투자유치, 팀빌딩이 필요한데 이중에 가장 어려운게 팀빌딩"이라면서 "좋은 기술을 가진 교수를 만난 적이 있는데 경력 등 다 좋아서 투자하고 싶었지만 기술 우위와 권위로 동업할 사람조차 모으지 못했다. 스타트업은 간암 치료와 같아 지속해서 잘못된 결정으로 2년내 망할 수 있다"며 전문성이 독소가 된 사례를 들었다.

이 대표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투자한 70여개의 스타트업을 추적 관찰해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가 분석한 대덕 스타트업은 '전민동 스타일' '대바늘 이론'에 속한다. 기술만 지나치게 강조하며 균형이 이루지 못하는 이론이다.

그는 "대학시기 미팅에 갈때 실험실에서 바로 가다보니 바지, 체크셔츠, 운동화 차림으로만 나가 퇴짜를 많이 맞았다. 그때 생긴 별명이 전민동 스타일인데 전문가 창업이 많은 대덕 벤처에도 그런 스타일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본 대덕 출신의 사업계획서는 50장 정도이며, 대부분이 기술 우수성으로 채워진다. 시장 조사와 다른 전문가를 만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고 기술 우수성만 장황하게 늘어 놓은 계획서가 다수다.

그는 "서비스 기업의 경우 다아이몬드 모형으로 균형이 맞는데(배울점도 많았단다) 대덕 스타트업은 바늘 모양으로 기술만 강조돼 균형이 전혀 맞지 않았다"면서 "그러다보니 많은 투자사들이 대덕에 자회사 만들고 투자했으나 실패하고 떠났다. 전문가의 함정은 이처럼 기술이면 된다는 언밸런스한 사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덕에 연구소 기업이 많은데 기술만 강조하다보면 균형을 찾지 못해 폐업하게 된다"면서 "또 우리나라 창업자 중 상당수는 창업이유로 돈 벌고, 사장이 되는 것을 강조하는데 잘못된 인식이다. 좀더 순수하게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관 대표는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 육성하며 느낀 경험을 '스타트업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로 공유했다.<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용관 대표는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 육성하며 느낀 경험을 '스타트업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로 공유했다.<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 대표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팀 빌딩의 조건으로 domain expert + solution expert 를 들었다.  팀 빌딩을 위해 전문가의 현실인식능력+개방성+수용성이 필요한데 대덕의 전문가 대부분 기술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 solution expert 만 많다보니 대덕에서 성공 벤처 모델이 나오지 않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덕은 정부, 행정가, 연구자 등 지성이 있다. 하지만 팀 빌딩을 위해 사고 자체가 다른 전문가와 보완하려는 개방성과 수용성이 따라야 하는데 이는 자기 부정의 용기가 필요한 영역"이라면서 "서로 융합이 된다면 대덕이 혁신의 적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덕과 반대로 창원과 울산 지역은 domain expert 많다. 최근 동남권 산업이 위축되면서 그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대덕까지 오고 있다"면서 "특히 UNIST를 중심으로 적극 움직이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대덕의 스타트업 특징은 대부분 기술 벤처라는 것. 이 대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창업에 성공하기 위한 요소는 문제, 솔루션, 시장확장, 실행팀이 필요하고 그 중에서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솔루션을 만들어 내놔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잘못된 실행팀을 구성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는 "세상에 용이 없는데 많은 스타트업이 용 잡이 칼을 만든다. 자기 기술을 써먹기 위한 상상"이라면서 "이젠 창업하기전 스타트업 팀을 만나 교육하고 창업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빠른 변화에 대한 개방과 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통적 학문과 산업이 시간에 따라 빠르게 달라지고 메인과 경계의 구분도 바뀌고 있다"면서 "신생기업인 셀트리온 등 제약 3총사 시가총액이 70조에 이른다. 우리가 대기업이라고 아는 기업들을 사고도 남는 규모다. 모두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대전은 너무나 평온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덕은 여전히 섬이다. 20년전과 달라진게 없다"면서 "최근 대덕에 아파트를 짓는 개발이야기가 나와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필란드의 노키아가 망하면서 충격이 컸지만 스타트업에서 답을 찾아갔다. 11월께 열리는 슬러시 행사에 수만명이 온다. 대전도 충분히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금강포럼은 대전과 세종, 오송의 산학연관의 관계자들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지역사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5년 11월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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