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연구회·UST·대덕넷, 26일 'Science Slam D' 행사 개최
100여명 참가해 뜨거운 호응···매달 행사 진행 계획

10분 동안 열정적으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한 5인 발표자의 모습.(왼쪽부터 김재호 식품연 박사, 정지선 표준연 박사, 박동일 기계연 박사,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윤성우 IBS 박사).<사진=한효정 기자>
10분 동안 열정적으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한 5인 발표자의 모습.(왼쪽부터 김재호 식품연 박사, 정지선 표준연 박사, 박동일 기계연 박사,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윤성우 IBS 박사).<사진=한효정 기자>
'어둠속의 빛을 찾아서~'
'우리술, 맛의 비밀을 밝혀라.'
'로봇, 한계를 넘어서.'

과학자들이 연구주제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전통주부터 암흑물질, 측정표준, 로봇 속 숨겨진 과학이야기 등. 과학자는 쉬운 설명을 위해 망가지는 몸짓도 마다하지 않았고 어린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과학을 즐겼다.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운데 연구자들의 경쟁이 펼쳐졌다. 과학자는 영상, 몸짓으로 주부가 이해하고 아이들이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연구주제를 10분 동안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청중은 직접 평가자로 참여하고 공감봉 불빛으로 호응했다. 또 서로가 느낀점을 공유하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IBS(원장 김두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 UST(총장 문길주), 대덕넷이 마련한 역동적 과학 소통 프로그램 '사이언스 슬램D'가 26일 오후 6시 30분 첫 포문을 열었다.

첫 행사임에도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새롭게 둥지를 튼 IBS의 과학문화센터 강당으로 이른 저녁 주부, 학생, 연구자 등 다양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사전 신청자들은 '나의 과학 스왜그(Swag)를 전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과학 혁신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창출되었으면 한다' 등의 소감을 전하며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다.

무대 한켠에는 제주에 위치한 조안베어뮤지엄에서 후원한 곰인형들이 전시됐다. 접수대에서 신청 내역을 확인하고, 공감봉을 받은 신청자들은 대강당 한쪽에 비치된 곰인형을 보고 '우와' 환호성을 내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안베어뮤지엄에서 후원한 곰인형도 눈길을 끌었다.<사진=한효정 기자>
조안베어뮤지엄에서 후원한 곰인형도 눈길을 끌었다.<사진=한효정 기자>

"'Science Slam D'와 함께해요"<사진=한효정 기자>
"'Science Slam D'와 함께해요"<사진=한효정 기자>
행사가 시작되자 발표자 5인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에 참가하는 가수들처럼 뽑기를 통해 발표 순서를 정했다. 또 청중들 가운데 시간알리미(Time Keeper), 분위기 메이커가 선정됐다.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발표 경쟁이 시작됐다. 첫 발표자의 등장을 앞두고 100여명의 청중이 가득찬 객석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내 버스커버스커의 '막걸리나' 노래가 나오면서 객석 뒷편에서 김재호 한국식품연구원 박사가 등장했다.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등장한 김 박사는 주제곡과 어울리는 연구 내용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첫 행사의 첫 발표자로 선정된만큼 발표자와 청중들 모두에게 신선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발표자는 이내 재치있는 농담으로 청중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청중들은 공감봉으로 화답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공감봉 흔들며 과학 매력에 흠뻑~.<사진=한효정 기자>
공감봉 흔들며 과학 매력에 흠뻑~.<사진=한효정 기자>

"발표내용에 공감했어요"<사진=강민구 기자>
"발표내용에 공감했어요"<사진=강민구 기자>
한국식품연구원 우리술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술의 맛부터 발효과학이 접목된 술에 대해 소개했다. 누룩을 빚어 만드는 술의 신비부터 재료, 제조공정에서의 과학적 기법을 설명하고, 팀에서 개발하고있는 효모도 상세히 소개했다.

발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 발표 말미에 시간기록원 청중이 "1분 남았습니다"라고 외친다. 또 분위기메이커를 담당한 한 주부도 파도타기를 통해 호응을 유도한다. 낯설지만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재미에 청중 모두 기꺼이 참여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두번째 발표자는 박동일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웅장한 'Lazenca Save Us' 곡으로 등장을 알린 그는 로봇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로봇과 생산장비와의 연계성에 대해 설명했다.

박 박사가 잠시 아이언맨과 비교해 설명하자 청중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박 박사는 자동차 등 생산공정에서 기존 단순 반복 공정에서 벗어나 '협동로봇'으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산업 현장 로봇에 대해 흥미롭게 소개했다.

영화 '아이언맨' 속 이상적인 로봇과 현실 로봇의 괴리감을 재치있게 설명하면서도 점차 사람을 보완·협력할 수 있도록 발전을 거듭하는 로봇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청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세번째 발표자로 무대에 오른 정지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감미로운 영화 노팅힐 주제곡 'She'와 함께 등장했다. 그는 신생아 선별 검사를 비롯한 건강 검진 프로그램을 비유해 설명하며 측정 표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자녀 육아에 관심이 많은 주부 등이 관심있게 지켜봤다. 

"병원에서 채혈 검사 등을 하죠. 정확한 것이 맞을까요? 만약 병원별로 측정값이 달라진다면 어떨까요? 믿을 만한 검사실서 근거 있는 측정을 한 것인가요?"

중간중간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교류가 활발히 진행됐다. 키나 몸무게 등에 비유해 측정값을 설명하고, 측정 소급성 등 측정 표준의 중요성과 참값에 보다 근접하기 위한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열정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정 박사는 "정확한 측정은 신뢰를 준다"면서 "측정이 정확하면 불필요한 자금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사회적 공감대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정 박사가 발표를 마친 후에는 다시 익숙한 영화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영화 스타워즈 주제가와 함께 등장한 윤성우 IBS 박사가 등장하면서 멋진 팔 자세로 객석의 호응에 화답했다. 그의 발표 주제는 '어둠속의 빛을 찾아서'다.

윤성우 박사는 암흑물질 등으로 구성된 우주에 대한 소개부터 쿼크. 렙톤, 경입자부터 힉스보존까지 다소 난해한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청중들은 빅뱅, 우주팽창, 물질과 반물질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윤 박사는 "암흑 물질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을 연구하고 있는데 질량이 작고, 미세한 신호를 탐지해야 한다"면서 "미지의 세계 암흑 물질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태권브이 주제곡과 함께 등장한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는 당찬 발표를 이어나갔다. 레고, 바나나 등을 활용해 쉽게 방사능과 로봇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박종원 박사는 최근 국제 핵연료 점검 로봇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연탄, 경찰에 빗대 핵연료와 핵연료 점검 로봇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하는 한편 대회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5명의 발표가 마무리되고 청중들의 반응을 즉석에서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어린이들이 앞다퉈 발표에 나섰다. 어린이들은 '마음에 남았다, 재미있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알게 됐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 한 대학생이 "평소 술을 좋아하는데 매번 술맛이 다른지 납득이  잘 안갔는데 이를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하자 웃음도 터져나왔다. 

"초등학생도 평가하고 소감을 말해요."<사진=한효정 기자>
"초등학생도 평가하고 소감을 말해요."<사진=한효정 기자>
첫 프로그램의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평가는 문자메시지로 진행됐다. 우승은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에게 돌아갔다. 청중들은 5명 발표자 모두에게 갈채를 보냈다.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는 "이번 발표를 위해 새롭게 자료들을 준비했는데 짧은 시간동안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연구자들이 전문가에게 기술을 설명하는데 익숙한데 이러한 행사를 계기로 자신의 연구를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다가가는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에 만족감을 표하면서 다음 행사를 기대했다.

주승훈 대전대 화학공학과 학생은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미취학 아동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면서 "특히 과학자분들이 이번 발표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것이 10분 발표속에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명희 주부는 "주부 입장에서 과학은 쉽게 접하지 못하고 어려운 부분인데 아이들과 함께 반물질과 같은 연구주제를 알게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아우르는 행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를 전했다.

국내에 'Science Slam'을 도입해 소개한 김인숙 KDI 연구위원은 "독일의 행사에서는 청중들이 평가하고 노래가 아닌 지식을 다루는데 2주전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성황"이라면서 "아줌마가 이해하고, 아이들이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적 지식들이 파급되는 '지식혁명'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논문링크)

한편, 'Science Slam D' 행사는 IBS, 국가과학기술연구회, UST, 대덕넷이 매달 1회 공동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다음 행사는 4월 23일 월요일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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