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기영, 출판사: 창비

◆복잡한 공식과 난해한 그래프는 필요 없다···물리학으로 읽는 물질세계의 신비

저자: 이기영, 출판사: 창비.<사진=YES24 제공>
저자: 이기영, 출판사: 창비.<사진=YES24 제공>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이라 하면 대부분은 뜻 모를 공식과 그래프를 떠올리며 일상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기고는 한다.

하지만 과학은 자연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으로 각종 기술의 발전을 이끈다는 점에서 일상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과학은 공식과 그래프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까? 이러한 의문에 도전하며 일상의 언어로 물리학과 자연세계의 질서를 이야기하는 『어디서나 무엇이든 물리학』이 창비에서 출간됐다.

2006년 출간돼 과학을 훌륭하게 '번역'해냈다는 평가를 받은 『자연과 물리학의 숨바꼭질』의 개정판으로 오랫동안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쳤던 저자 이기영은 '왜 햇빛을 쬐면 몸이 따뜻해질까?' '자석은 어떻게 서로 당기거나 밀어낼까?' 같은,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과학적으로 답하기는 어려워하는 의문들을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갈릴레오와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비롯해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등 현대물리학까지 아우르며, '절대적인 과학적 진리란 존재하는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의 답도 모색해본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며 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오늘날 이 책은 과학과 좀더 가까워지길 원하는 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물리학으로 볼 때 비로소 이해되는 '자연세계의 오묘함'
 
저자는 독자에게 과학 지식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외려 과학과 자연을 겸허한 태도로 대하며 독자와 함께 과학을 통해 자연세계의 질서와 원리를 탐구하려 한다.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어려운 과학적 언어를 배제한 저자의 노력 덕에 여느 과학 교양서와 달리 일종의 에세이처럼 쓰여서 읽는 이를 자연스럽게 물리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과학을 통해 바라보아야 자연세계의 질서가 얼마나 오묘하고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물이 독특한 열적·전기적 특성을 지닌 덕에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고 모든 물질은 자성을 띠지만 교묘하게 그 성질을 감추고 있다는 등 자연세계에는 과학을 모르면 눈치챌 수 없는 신비로움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어디서나 무엇이든 물리학』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잊고 지냈던 과학의 재미를 일깨워줄 것이다.

◆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을 파고들다

1부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는 물, 불, 공기, 소리, 열, 에너지, 빛 등의 현상을 다룬다. '눈에 보이는 세계'란 '경험할 수 있는 세계'라는 뜻이기도 하며 동시에 갈릴레오와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물리학이 다루는 세계를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지만 자세한 원리는 모르던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빛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왜 굴절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 궁금증을 단순한 비유로 해소해준다.

육지에 있는 사람이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해야 한다면 어떤 경로로 이동해야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을까? 당연히 직선은 아닐 것이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보다 육지에서 달리는 것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헤엄치는 거리를 줄일수록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빛도 마찬가지다. 빛은 물보다 공기에서 더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목표 지점에 가장 빨리 가기 위해 물속에서 꺾이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방에 퍼진 가스가 자연스럽게 한데 모일 수 없는 이유, 저녁노을이 붉은 이유,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이유 등 무심코 지나치던 자연현상의 원리를 명쾌하게 알려준다.

◆ 물리학으로 이해하는 원자와 우주의 세계

2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전자기학, 상대성원리, 양자역학으로 대변되는 현대물리학의 흐름을 설명한다. 원자나 분자 또는 우주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기울인 노력과 그 과정에서 겪은 좌절, 마침내 이루어낸 과학의 성과를 알기 쉽게 서술했다. 특히 복잡하고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개념들을 공식 하나 없이 설명해낸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불확정성의 원리'는 우리가 움직이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전자의 위치를 측정할 때 빛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빛을 쏘아 보내는 순간, 전자는 빛의 에너지 때문에 충격을 받아 움직이게 된다. 즉, 정확히 어디에 있다고 측정하는 그 순간, 전자는 측정한 자리가 아니라 다른 자리로 가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현대물리학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미시적 상태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 인식의 한계를 깨달은 셈인데, 저자는 이 또한 자연에 숨겨진 오묘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내용은 뉴턴의 물리법칙 등은 언제 어디서든 변치 않는 진리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신선한 전환을 불러일으킨다.

◆ 과학으로 답하는 철학적 질문들

3부 '과학으로 들여다본 세계'에는 얼핏 과학과 상관없어 보이는 미신, 종교, 생명, 외계인, 진리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지만 저자는 그 나름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독자들에게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특히 3부의 마지막에 변치 않는 과학적 진리란 없다는 저자의 말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대물리학이 발전하며 이제는 과학자들도 과학적 진리를 절대시하지 않는다.
어떠한 법칙이라도 '그르다'고 판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과학이 이뤄낸 성과가 부정되지는 않으며, 자연세계의 신비로움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과학의 즐거움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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