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135회 대덕과학포럼 강연
도구에 의해 변하는 인류와 미래 '증강 인간' 소개

컴퓨터 칩에 쥐의 뇌세포를 놓아, 전기신호에 반응하는 바이오칩이 탄생했다. <자료=KAIST 제공>
컴퓨터 칩에 쥐의 뇌세포를 놓아, 전기신호에 반응하는 바이오칩이 탄생했다. <자료=KAIST 제공>
불임 치료로 유명한 미국 '뉴 호프 퍼틸리티' 센터의 존 장 박사에게 한 부부가 찾아왔다. 아이를 두 번 출산했는데, 장애로 둘 다 사망했다. 알고 보니 엄마 난자 속 미토콘드리아에 중추신경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었다.
 
의료진은 다른 여성의 미토콘드리아를 엄마 난자에 이식해, 아빠 정자를 체외수정시켰다. 그리고, 엄마 자궁에 수정란을 착상했다. 아이는 태어났고 현재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알려졌다. 2016년에 일어난 실제 화제다. 당시 의료진은 유전자 규제를 피해 멕시코에서 시술했다.
 
"그러면, 이 아이의 엄마는 누구입니까? 엄마가 둘입니까?"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사진=박승주 기자>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사진=박승주 기자>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석좌교수가 이같이 말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26일 오전 라온호텔에서 열린 135회 대덕과학포럼에서, 이 교수는 '도구와 사상의 변화' 주제로 낯선 질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인류가 불의 발견으로 현재까지 진화한 과정을 도구의 혁명으로 짚었다. 인류는 불로 익힌 음식을 먹으며 얼굴이 변하고 말이 늘었다. 말은 글이 돼 지식은 퍼지고 후대로 이어졌다. 불로 녹인 금속은 무기와 인쇄기·망원경·범선·엔진·기계로 발전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인류에게 세 가지 도구의 도전이 닥쳤다"고 소개했다. 배아복제와 유전자 가위의 '하드웨어', 인공지능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체와 기계의 결합인 바이오닉스로 대표되는 '펌웨어(Firmware)'의 도전이다.
 
2014년, 남윤기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쥐의 뇌세포를 컴퓨터 칩에 올려놨다. 세포는 칩의 금속 회로를 따라 자랐다. 칩에 전기로 신호를 주니 세포가 반응했다. '바이오 칩' 탄생이다.

아직 전기신호에 대한 세포 반응이 일관성 없고 해독이 어렵지만, 점점 더 정교해질 것으로 학계는 예상한다.
 
이광형 교수는 바이오칩을 설명하며 기계의 도움을 받는 '증강 인간' 탄생이 멀지 않음을 전망했다.
 
그는 "유전자 조작으로 우수한 형질을 갖고 태어난 인간, 기계 심장과 컴퓨터 뇌를 이식한 인간이 현재 우리 인간과 비교해 위상과 능력 면에서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나"며 "분명 사회의 제도와 사상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규제가 없어 유전자 가위 임상연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우려에 유전자 실험을 규제에 묶어 둔 다른 나라들도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 1억원이면 유전자를 조작해 지병 없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면, 돈이 있는 그 누군들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새로운 철학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물음을 남겼다.
 
이광형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미래학자로, 현재 사단법인 미래학회장을 맡고 있다. TV드라마 '카이스트'의 괴짜 교수 모델로도 알려졌다.

이 교수가 강연한 50분 분량의 포럼은 대전과총 유튜브 채널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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