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 ⑲]과학커뮤니케이터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유튜브·EBS·디스커버리 과학채널 '덕후'···大家 보며 '소통법' 체득
국제원자력기구가 주목하는 원자력 '핵연료 점검 로봇' 개발까지

과학커뮤니케이터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지난해만 50회 이상 대중 앞에서 과학 대중화 역할을 해왔다.<사진=박종원 박사 제공>
과학커뮤니케이터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지난해만 50회 이상 대중 앞에서 과학 대중화 역할을 해왔다.<사진=박종원 박사 제공>
일주일에 한 번은 대중 앞에서 과학을 전달하는 박종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그는 청중들에게 과학지식은 물론이고 과학기술의 소중함까지 알린다. 굵직한 목소리와 재치있는 입담이 더해지자 순식간에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관객들은 그의 과학 개그에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기도 하며 때로는 중요한 메시지를 필기하기에 여념이 없다. 청중들은 단 1분의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며 강연이 끝나면 박수갈채를 쏟아붓는다. 그 자리에서 장래에 '과학자'가 되겠다고 굳건히 다짐한 학생이 열 손가락으로는 셀 수 없을만큼 탄생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과학을 감동으로 전달하는 박종원 박사. 그는 왜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려고 할까?

박종원 박사가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박종원 박사가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박종원 박사의 KAIST 대학원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는 9년 전 KAIST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석사·박사과정으로 로봇을 전공했다.

학과에는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기질 않았다. 로봇 연구실을 견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중·고등학교의 교사들과 학생들이 수시로 찾았다.

특히 학교 방학 시즌이 되면 외부인이 연구실을 찾는 빈도수가 많아진다. 하루에 서너팀 이상이 찾아오면 학과 교수들이 직접 연구실을 소개·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부터 박종원 박사가 일종의 '땜빵'(?)으로 대중 앞에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중 앞에 서는게 쉽지 않았다. 대중의 언어가 아닌, 과학계 언어로 과학을 설명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대중들이 궁금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고 있던 셈.

청중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유튜브·EBS·디스커버리 등의 과학채널을 수시로 시청했다. 하루에도 1~2시간 이상은 과학커뮤니케이터 대가들을 보며 '과학 소통법'을 스스로 배워왔다. 이후 로봇 기술을 설명할 때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변하는 대중들을 보며 과학 대중화의 중요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는 KAIST를 거쳐 원자력연 4년차까지 수많은 대중강연에 나서고 있다. 원자력연 로봇 연구실에도 외부인이 찾아온다면 박종원 박사가 발벗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기록을 보면 50회 이상 대중 앞에 섰다. 1년 52주를 고려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해왔다. 현재까지도 과학 대중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로봇 학계 트렌드 바뀌다···논문보다는 '영상'

그는 대중 앞에서 직접 과학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SNS 콘텐츠로도 과학을 알리고 있다. 과학을 더욱 이해하기 쉽도록 '텍스트' 보다는 '영상'을 선택했다. 연구팀이 만들어내는 성과들을 영상으로 표현해 기술 이해의 폭을 한층 넓히고 있다.

박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모니터링하고 방사선 오염 지도를 작성하는 로봇 'RAM'을 개발했다. RAM 로봇의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로 일반에게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KAIST 대학원생 시절에도 '과학 영상' 제작을 활발하게 했다. 박사과정 당시 46km의 속도로 달리는 로봇 '랩터'를 개발하고 즉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새벽 4시에 업로드된 영상을 보고 당일 아침에 해외연구소와 다수의 언론에서 연락이 왔다. 심지어 중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CF 광고에 랩터를 출연하자는 러브콜까지 받았다.

로봇 학계에서도 연구 내용을 논문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저명한 국제 로봇 학회인 'IROS'에서도 영상 세션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다. 연구 결과를 어려운 논문 형식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 형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박종원 박사는 "국제 로봇 학술대회에서도 연구 내용을 좀 더 알기 쉽게 동영상을 제출해 설명하라고 한다"라며 "세계적인 학회 흐름도 과학 대중화 쪽으로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과학 대중화는 가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무형적 가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 훌륭한 연구들이 많지만 페이퍼에 갇혀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연구 결과가 대중에게까지 다가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성과가 국가 기밀이 아닌 만큼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기술계 R&D 분야 1인 미디어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스티븐호킹 박사도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대중들이 과학에 대해 동기부여를 갖기까지 큰 역할을 했다"라며 "1인 미디어가 가능한 시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 대중화의 길이 열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심사위원들(전문가)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일반인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욱 의미가 크다"라며 "과학자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고 대중이 평가하며 응원하는 선순환 문화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IAEA가 '주목'···'핵사찰'로봇 개발까지

박종원 박사가 핵사찰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박종원 박사가 핵사찰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최근 로봇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언맨의 동력은 가슴에서 빛나는 원자로에서 나오죠. 로봇기술과 원자력기술이 합쳐진다면 꿈에 그리던 과학기술이 탄생하리라 믿습니다."(웃음)

박종원 박사는 지난해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주목하는 '핵사찰' 로봇을 개발했다. 세계 각국의 원전에서 사용하고 난 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비평화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즉 폭탄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IAEA에서 사용후핵연료의 무기화를 감시하는 역할이 '핵사찰'이다.

박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열린 'IAEA 로보틱스 챌린지 경연대회'에서 수상(水上) 로봇 부문에 선정됐다. IAEA는 지난해 'IAEA 로보틱스 챌린지 2017' 대회를 열고 17개국 27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서류 심사와 11월 모의시험을 통해 지난 2월 수상로봇 분야에 3팀을 선정했다. 

박 박사 연구팀의 '핵사찰' 로봇은 수상로봇 분야에서 영국·헝가리 참가팀과 최종 3팀에 올랐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상로봇은 깊이 10m 이상의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핵연료를 정확하게 검사한다.

연구팀의 핵사찰 로봇은 경연대회 참가한 로봇 중 유일하게 IAEA가 제시한 모든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다른 로봇보다 월등히 빠른 30㎝/s 이상의 속도로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탑재한 검사장비를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자동으로 인식·검사했다. 올해 말께 최종 한팀이 선정될 예정이다.

박종원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핵사찰' 로봇이 IAEA 로보틱스 챌린지 2017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박종원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핵사찰' 로봇이 IAEA 로보틱스 챌린지 2017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박종원 박사가 핵사찰 로봇에 도전한 이유는 '상용화'였다. 그동안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연구성과가 상용화에 못 미치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도전했단다. 그는 "핵사찰이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원자력연의 기술이 인정되면 수출 효과까지 꾀할 수 있다"라며 "핵사찰 로봇은 검사원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핵물질을 평화적인 용도로만 활용되게끔 효과적인 감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수많은 로봇 공학자 가운데 원자력 연구자들과 가장 가까이 있음을 '기회'로 여긴다. 그는 "아이언맨 핵심 기술도 원자로인 만큼 로봇과 원자로가 만난다면 무궁무진한 미래기술이 탄생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박사는 젊은 과학은 '하고 싶은 것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이 끌리는 분야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것. 특히 젊을수록 '과학 콘텐츠를 과소비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우리나라 과학 교육에 직접 체험하거나 구현해 보는 기회가 적다"라고 하며 "학생들은 과학기술을 시험지로만 접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직접 손으로 해볼 기회들이 필요하다. 과학 콘텐츠를 접하며 다양한 과학 실험을 접하고 경험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 박사는 "대중이 과학기술을 이해할 때 국력이 상승된다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고 있다"라며 "향후 전공 연구뿐만 아니라 더 많은 과학지식과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박사는 젊은 과학은 '하고 싶은 것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의미다.<사진=박성민 기자>
박 박사는 젊은 과학은 '하고 싶은 것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의미다.<사진=박성민 기자>
◆박종원 박사는?

지난 2002년 성균관대에서 기계공학부 학부생으로 입학했다. 이후 2009년 KAIST 기계공학과 석사로 입학하고 2011년 같은 학과 박사과정으로 입학했다. 학사·석사·박사 학위 모두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2015년부터 원자력연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덕넷은 젊은 과학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젊은 과학자의 ▲이름 ▲소속(연락처 포함) ▲추천 사유를 적어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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