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 단위 미래 대비해 130년만의 '대변신'

오는 11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서 4개 단위 재정의 안건 의결
표준연 연구진 "불확도 최소화로 측정표준 신뢰성 향상"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 관련 4개 측정 단위가 한꺼번에 개정된다.

올해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기본 상수를 활용한 4개 단위 재정의 안건이 최종 의결되며, 바뀐 정의는 내년 5월 20일 '세계측정의 날'부터 공식 사용될 예정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은 15일 '대덕특구 출입기자단 초청세미나'를 열고 국제단위계 재정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표준연 연구진에 의하면 국제단위계 재정의는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난 수십여 년 지속되던 단위의 개정으로 보다 정밀한 측정표준 확립이 가능해지고, 불확도(측정의 불확실한 정도) 최소화 등을 통해 미래 과학기술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인류 역사와 우리 실생활 측면에서 살펴보면 측정과 표준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면서 "앞으로 국제 단위계가 개정되는 가운데 이를 주시하며 변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기 변화, 물질 불완전성, 현실 결여성 등 이유로 개정 추진

지난 1960년 열린 '제1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단위계(SI: international system of units)가 국제 표준 단위 체계로 채택되면서 국제단위계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표준연에서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원기.<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표준연에서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원기.<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현재 국제단위계를 구성하고 있는 7가지 기본단위는 미터(m, 길이), 킬로그램(kg, 질량), 초(s, 시간), 암페어(A, 전류), 켈빈(K, 온도), 칸델라(cd, 광도), 몰(mol, 물질의 양)이다.

국제단위계는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서 처음 정의된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나 발전하는 기술을 반영해 단위의 정의를 보완하고 '변하지 않는 단위'의 구현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기존 단위 중 일부가 물체의 변화, 물질 자체의 불완전성, 정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이를 방치하면 궁극적으로 단위 기준이 흔들리거나 점점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개정이 추진됐다.   

기존 단위 중 일부는 특정 물체를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 경우 표준이 되는 물체인 원기(原器)가 정교하게 만들어졌어도 세월에 따른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원기를 정의로 삼았던 대표적인 단위가 미터와 킬로그램이다. 미터는 애초 국제 미터원기를 사용했으나 1983년 빛이 진공중에서 일정 초(1/299 792 458)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개정된 바 있다.

반면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은 지난 1889년을 기준으로 삼은 '국제킬로그램 원기'를 정의로 고수하고 있다.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들어진 원기둥 모양의 이 인공물은 유리관에 담겨 130년 동안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되고 있다. 

이 원기는 파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사용할 수 없다. 실제 50년 간격으로 1회 사용됐다. 또 질량이 작아질수록 측정 불확도가 높아진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이러한 질량의 정의에 변화가 발생하면 다른 단위들도 영향을 받는다. 가령 은 탄소12의 0.012 킬로그램에 있는 원자의 개수와 같은 수의 구성요소를 포함한 어떤 계의 물질의 양으로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몰의 정의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켈빈과 같이 정의가 특정한 물질에 의존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온도 단위인 켈빈을 정의하려면 물이 있어야만 한다. 물이 얼음(고체)‧물(액체)‧수증기(기체) 상태로 동시에 존재하는 고유한 온도인 '물의 삼중점'이라는 특성을 온도를 정의하는 기준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물은 물질 자체에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물에 포함된 원자들의 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지는 등 미세한 차이가 발생했다.

표준연 연구진에 의하면 암페어의 정의도 불분명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존재했다. 전류 단위인 암페어 정의에 포함된 '무한히 긴',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평행한 직선을 현실 세계에서 결코 만들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현재 각국 표준기관에서는 저항표준기와 전압표준기로 '옴의 법칙'을 이용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암페어를 구현해 왔다.

◆개정 방향? 물리상수 등 도입해 기본단위에 불변의 속성 부여

올해 가을 단위 재정의로 인해 기존 4개 단위인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은 각각 플랑크 상수, 전하량, 볼츠만 상수, 아보가드로 상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개정된다. 

킬로그램 정의에는 변하지 않는 기본 상수 중 하나인 '플랑크 상수'가 활용된다.

플랑크 상수는 '키블 저울(Kibble Balance)'이라는 장치를 통해 구할 수 있다. 이 저울에는 질량, 중력, 전기, 시간, 길이 등 다수의 측정과학 기술이 활용된다. 이를 통해 측정의 불확도를 10억분의 1 수준으로 구현해야 하는데 전 세계에서 키블저울을 제작해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국제단위계 재정의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도표. 해당 단위를 정의하는 상수가 포함됐다.<자료=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국제단위계 재정의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도표. 해당 단위를 정의하는 상수가 포함됐다.<자료=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표준연은 지난 2010년부터 연구팀을 만들어 키블저울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광철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킬로그램 정의가 개정되면 키블저울이 없는 나라들은 타국의 질량표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면서 "표준연 연구진이 직접 부품부터 하나하나 신경써서 만든 이 장치를 활용해 추후 태국 등 해외 각국에 수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켈빈 정의에는 볼츠만 상수가 활용된다. 볼츠만 상수는 에너지와 온도를 연결시켜주는 기본상수이다. 양인석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프랑스와 영국의 표준기관에서 음향기체온도계를 활용해 볼츠만 상수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는데 표준연이 기여했다"면서 "이를 통해 켈빈 재정의의 가장 큰 걸림돌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암페어는 기존의 모호한 정의에서 벗어나 전하량 기준으로 새롭게 정의된다. 새로운 암페어 정의는 기본 전하를 나타내는 상수를 활용한다. 이에 따라 '단위 시간당 전하의 흐름'이 활용된다.

전 세계 표준 과학자들이 새로운 전류 표준 확립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표준연 연구진도  지난 2015년 단전자 펌프 소자를 개발한 바 있다.

단전자 펌프 소자는 전하를 띈 기본 입자인 전자를 외부 전자기파에 의해 주기적으로 발생시키는 소자이다. 이를 활용해 전자를 한 개씩 제어해 주기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전류의 양은 전자의 전하량과 발생빈도의 곱으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전자 펌프를 활용해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에 대한 새로운 표준 정립이 가능하다.

국제도량형총회(CGPM)은 4년마다 열린다. 지난 2014년 총회 모습.<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국제도량형총회(CGPM)은 4년마다 열린다. 지난 2014년 총회 모습.<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김남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단전자 펌프 소자가 새로운 전류 표준 소자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새로운 전류표준을 통해 전기 단위 전체의 정밀도를 높이고, 양자정보통신 등 차세대 전략기술 개발의 원천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단위 기준의 변화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매우 미미한 수치이다. 예를 들어 국제킬로그램 원기는 100여년 동안 50㎍(마이크로그램)이 가벼워졌다고 추정되며, 이는 머리카락 한 가닥 정도의 질량이다.  

표준연 연구진은 4개 기본 단위에 불변의 속성이 부여됨에 따라 국제단위계가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질량·온도 등의 측정이 원자 또는 양자 수준의 미시적 영역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상열 표준연 원장은 "지난 수십여년 사용되던 국제단위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면서 "단위 재정의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 발전 추세에 맞춰 측정 표준의 신뢰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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