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 한림원, 미래지향적 수학교육방안 '한림원의 목소리 72호' 공표

플라톤이 본인의 아카데미 앞에 "기하학을 모르는 사람은 이 문을 들어서지 말라"는 푯말을 붙였을 만큼, 기하학은 '지식세계의 입장권'이라고 불린다. 과기한림원 만평.<이미지=한국과학기술한림원>
플라톤이 본인의 아카데미 앞에 "기하학을 모르는 사람은 이 문을 들어서지 말라"는 푯말을 붙였을 만큼, 기하학은 '지식세계의 입장권'이라고 불린다. 과기한림원 만평.<이미지=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계 석학들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영역서 기하 배제' 사태에 대해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18일 '미래지향적 수학교육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한림원의 목소리 제72호'를 공표했다고 20일 밝혔다.

한림원 목소리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능력은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정의되지 않는 문제의 개념을 정립하고 접근방법을 찾는 창의성이다.

과기 석학들은 "대부분 지식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고 인간 최고수도 인공지능을 바둑에서 이기지 못한다. 수학교육을 통해 생각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면서 "'기하학'이 필요하면 대학에 가서 배우면 된다는 주장은 교육을 지식 전달로만 평가절하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석학들은 "평창 올림픽에서 1200대가 넘는 드론을 한사람이 제어해 장면을 연출했던 것처럼 3D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최첨단 기술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면서 "수학교육 범위를 축소한 것은 특히 공간적 상상력을 배울 수 있는 기하를 배제한 것은 아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과기 석학들은 지난해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1614억원 규모)의 기금으로 캐나다에 설립된 인공지능 연구기관 명칭이 '벡터연구소'인 것도 기하는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방증임을 강조했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국가는 대학입시에 모두 기하 영역을 반영하고 있다. 또 심화된 내용을 다루는 서술형 문제도 출제하고 있다.

OECD의 공교육 평균 수학수업은 12%인 반면 한국은 전체 중 11%로 낮은 편이다. 수업 후 수학 활동 참여시간은 OECD 평균인 3.1시간보다 높은 주당 5시간으로 수학 수업이 사교육에서 채워지는 상황이다.

과기 석학들은 "수학 교육이 왜 필요한지 또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중등교육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는 문제도 지적했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되고 거의 3년마다 교육과정이 바뀌고 있어 고등학교 3개 학년이 서로 다른 입시체제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일본과 미국은 10년 주기로 교육과정을 바꾼다. 특히 미국의 대입시험인 SAT는 90년째 그대로 유지돼 예측가능하다.

미의 과학교육은 1985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76년동안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면서 'project 2061'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한림원의 목소리를 통해 제안된 사항은  ▲새로운 수학 중등교육시스템의 도입 ▲수학 교육방법 연구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적용 ▲일관성 있는 교육과정 도입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이다.

과기석학들은 "국민기초 보편 교육과정을 정하는 것은 어렵고 중요한 만큼 오랜기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정권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성 있게 이해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명철 원장은 "캐나다에 설립된 인공지능 연구기관의 명칭이 ‘벡터연구소(Vector Institute)라는 것에서 볼 수 있듯 기하는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는 학문으로 최근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서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 교육의 방향을 굳건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한림원은 과학기술분야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석학들의 전문 의견을 제시하고 해결방안과 정책 대응, 관련 법규, 제도의 개선 방안을 건의하기 위해 '한림원의 목소리'를 발간하고 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