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총, 13일 이응노미술관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포럼' 첫 행사
정원보다 많은 과학인들 참석··· 작가와 과학과 예술 의견 나눠

 

늦은 밤 이응노 미술관을 50여명의 과학자들이 찾았다. <사진=윤병철 기자>
늦은 밤 이응노 미술관을 50여명의 과학자들이 찾았다. <사진=윤병철 기자>
"추상적인 개념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다 보니 과학을 찾게 됐습니다. 자연 이치를 담은 공식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더라고요"(노상희 작가)
 
당락의 환호와 한숨이 터진 대전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불과 2km 떨어진 이응노 미술관. 같은 시간 그곳에서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응노 오마주-땅 담벼락, 눈 살갗에 그리다' 작품들을 감상하는 과학자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대전지역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박윤원·이하 대전과총)는 13일 '과학과 예술의 융합포럼' 첫 행사로 이응노 미술관과 협업 행사를 열었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으로 서로간에 창의를 유도하고, 문화적 삶이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행사 취지다.
 
행사 참여 정원은 30명이었으나, 당일 그보다 많은 50여명이 이응노 미술관을 찾았다. 관계자에 의하면 예정보다 포럼 참석자가 많았던 사례는 거의 없었단다.  한 참석자는 "평소 포럼 개최소식을 받아보긴 했지만, 오늘 예술가와 만나는 첫 행사를 한다기에 오랫만에 포럼을 찾았다"며 "대전에 살지만 이응노 미술관도 처음 왔다"고 말했다.
 

노상희 작가는 여성의 맥박을 기술을 이용해 미디어아트로 표현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노상희 작가는 여성의 맥박을 기술을 이용해 미디어아트로 표현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참석자들은 학예사의 해설을 따라 설치된 작품들을 감상했다. 특히 노상희 작가의 작품 앞에서 많은 이들이 발길을 멈췄다. 작품은 여성의 맥박수를 오픈소스 연산 보드 '아두이노'를 사용해 RGB 컬러 영상으로 변환한 미디어 아트다.
 
작품을 감상하던 노홍구 KISTI 박사는 "심장박동보다 데이터가 많은 뇌파가 더 풍부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즉석에서 노 작가와 더 나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 박사는 "작가와 대화해보니 과학기술 공부를 진지하게 하고 있더라"면서 "대중이 작품의 의도를 알지 못하면 작품이 고립된다. 작가의 의도를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근거리 통신 기술이나 로봇 해설사 등 과학기술을 사용하면 미술이 대중적 영역을 더 넓혀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술가가 어떻게 과학기술을 이용하고 표현할 생각을 했나"는 관객 물음에, 노 작가는 2016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아티언스 프로젝트 레지던시' 작가로 미세먼지 관련 작품을 만들던 경험담을 소개했다.
 
노상희 작가 <사진=윤병철 기자>
노상희 작가 <사진=윤병철 기자>

당시 노 작가는 과학에 관심없던 설치미술 작가였으나, 스트레스 등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과학기술에 눈을 돌렸다. 그 후 아티언스 작가로 표준연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과학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노 작가는 "단순하면서도 자연 이치를 담은 공식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꼈다"며 "이 경험으로 미세먼지와 스트레스를 과학과 접목해 표현했다. 앞으로 빅데이터와 원자력 등도 미술로 표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류하던 과학자들이 예술로써 영감을 받은 사례도 있나"는 질문에 작가는 "자기 작품이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데 강한 관심을 두더라"라며 "연구원 내에도 방식은 다르지만 거의 예술적인 경지와 솜씨로 연구를 하시는 분이 있었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박윤원 대전과총 회장은 "인공지능이 이제 사람이 만들 법한 예술품을 시범적으로 내놓기 시작하던데, 예술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를 질문했다. 이에 노 작가는 "작가 역시 일상을 미술로 표현하는 사회구성원이며, 작품을 만드는 인공지능을 만났을 때는 그 자체도 미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과학자들의 진지한 관심을 확인한 과학과 예술 융합포럼은 다음 달 '미술품 복원기술'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대전지역 작가들이 지역 터전을 소재로 한 미술작품들이 전시됐다. <사진=윤병철 기자>
대전지역 작가들이 지역 터전을 소재로 한 미술작품들이 전시됐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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