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논란···표준연 '정밀분석'으로 방사성원소 잡다

방사선표준센터, '감마선분광분석법'으로 라돈 관련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이종만 박사 "측정은 교정과 보정용 계산 거쳐 1주일 정도 소요"
(왼쪽부터)감마선분광분석기 외부와 내부 모습. 이종만 박사는 이 장비를 사용해 이번 라돈침대의 원인물질을 분석했다. <사진=한효정 기자>(왼쪽부터)감마선분광분석기 외부와 내부 모습. 이종만 박사는 이 장비를 사용해 이번 라돈침대의 원인물질을 분석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라돈침대 사태로 1급 발암물질 '라돈'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어느 곳보다 바빠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선표준센터. 지난 몇 달간 수많은 침대 샘플이 이곳을 거쳐 갔다. 센터 2층 실험실 한편에 놓인 장롱 모양의 기계가 침대 방사능 물질 분석에 쓰인 측정장비로 최근 쉴 새 없이 작동했다.
 
쇠로된 장비 문을 양쪽으로 열면 바닥에 박힌 구릿빛 원기둥이 보인다. 이 원기둥에 시료가 담긴 측정 용기를 꽂아 분석한다. 측정 용기는 지름 15cm에 높이 12cm 크기의 플라스틱 통이다.
 
라돈침대 사건이 국민에게 알려지기 전인 지난 3월. 라돈침대 최초 제보자의 매트리스를 조사하던 관계자들이 다급히 이종만 표준연 방사선표준센터 박사에게 전화를 했다.
 
이종만 박사는 표준연에서 라돈을 연구한다. <사진=한효정 기자>이종만 박사는 표준연에서 라돈을 연구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침대에서 라돈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측정기를 가까이 대면 라돈 수치가 올라가고 조금만 측정기를 떼면 수치가 내려가요. 측정기가 잘못된 것인가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이들은 이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시작으로 문제의 침대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핵종 검사가 시작됐다.
 
이 박사는 "측정 결과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U-238) 외에 토륨(Th-232) 관련 핵종들이 매트리스에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토륨이 붕괴돼 생긴 토론(Rn-220)은 반감기가 55.6초로 짧아 공기 중으로 퍼지지 못하고 매트리스 근처에서 검출됐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침대에서 멀어질수록 측정값이 낮아졌던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 결과가 지난달 공중파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센터는 더 바빠졌다. 이 박사는 "보도 후 침대 회사, 정부부처, 언론사뿐만 아니라 시민에게서 측정 요청이 쏟아졌다"며 "당시 시험 의뢰를 접수한 사람들이 매트리스, 솜, 스펀지 등을 큰 봉지에 넣어 센터에 가져왔고 취재와 상담을 하려 방문한 사람들로 붐볐다"고 말했다.
 
◆ 매트리스서 나오는 '감마선' 측정해 방사성 동위원소 전체 분석
 
라돈 수치를 빠르게 알려주는 휴대용 측정기와 다르게, 연구원에서 정확히 시료를 분석하는 데는 1주일 정도가 걸린다.
 
이 박사는 30 cm 정사각형 크기로 자른 침대 매트리스를 측정 용기에 말아 넣고 하루 동안 측정했다. 이후 측정 기준이 될 표준 시료를 만들고 백그라운드를 측정하는 데도 각 하루가 소요됐다.

그는 "본격적인 분석은 교정과 배경 방사선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조금 복잡한 계산을 거쳐 이뤄진다"며 "다른 시험기관도 있지만 토론(Rn-220) 측정은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표준연에서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우라늄과 토륨이 각각 라돈(Rn-222)과 토론(Rn-220)을 거쳐 안정된 납(Pb)으로 되기까지 10단계 이상 핵 변환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감마선이 방출된다"며 "시료에서 나온 감마선을 통해 방사능 수치와 자세한 방사성 동위원소 종류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정보들은 표준연이 의뢰자에게 전달하는 성적서에 기입된다.
 
이 박사가 분석에 사용한 장비는 감마선분광분석기. 이 장비는 시료에서 라돈 또는 토론으로 붕괴되기 전후의 방사성 동위원소까지 알아낸다. 그는 "이 장비는 다른 장비에 비해 에너지 분해능이 높으며 많은 방사성 동위원소 중 10개를 혼합해 만든 '감마선 방출 핵종 혼합 인증표준물질(CRM)'로 교정한다"고 소개했다.
 
감마선분광분석기가 있는 실험실에서 조금 떨어진 연구동에는 라돈 챔버(chamber)가 있다. 표준연은 1990년대 중반, 공기 중 라돈 방사능 측정표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챔버를 구축했다.

챔버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라돈 기체를 측정하려면 밀폐된 공간이 필요하다. 챔버에 라돈을 주입하고 문을 닫으면 챔버 내 공기 중 라돈 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라돈 챔버. <사진=한효정 기자>라돈 챔버. <사진=한효정 기자>

챔버 외에도 표준연은 1990년대에 라돈 기체에서 나온 알파선을 측정하는 라돈 '1차 표준기'를 개발하고 2012년 라돈을 직접 측정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1차 표준기를 새로 만들었다. 이 박사는 "이 측정기를 다른 국가 측정표준기관과 비교한 결과 우리 장비가 매우 우수한 국제적 동등성을 갖췄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표준연은 1차 표준기 보다 성능은 낮지만 크기가 작고 이동이 가능한 라돈 '2차 측정기'를 개발 중이다. 2차 측정기는 국가공인시험기관 등이 현장에서 라돈을 측정할 때 사용된다.
 
표준연은 라돈침대 사건 이전에도 의료용으로 판매되던 온열매트와 등산용 램프의 심지에서 방사능 물질을 분석했다.

시료를 용기(우)에 담아 라돈 1차 측정기(좌)에 연결하면 라돈 양을 알 수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시료를 용기(우)에 담아 라돈 1차 측정기(좌)에 연결하면 라돈 양을 알 수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 건축재료·도시가스 등에 섞인 라돈 관리해야
 
이 박사는 "그동안 토론(Rn-220)은 라돈(Rn-222)에 비해 위험성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측정이 쉽지 않아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 나라에서 표준물질을 보급하지 않는 상태"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라돈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준연에서는 라돈(Rn-222) 기체 표준물질을 만들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토론(Rn-220) 표준물질을 개발하고, 다른 시험기관에서 개발한 라돈 측정법을 확인해주는 시험 서비스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라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 인식과 더불어 국가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국내 라돈 권고기준은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신축 공동주택은 200Bq/㎥이지만 다중이용시설 등 기존 건축물은 이보다 낮은 148Bq/㎥로 기준이 모순된다"서 "유럽에서는 건축에 사용되는 일부 모래와 시멘트 등 주재료의 방사성 동위원소 농도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리도 제대로 된 건축법을 만들어 라돈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생활 속에서 라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가스에 섞인 라돈의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거나, 라돈 농도가 높은 건물 지하실이 상층과 연결되지 않게 설계하거나, 방사성 물질을 대체할 나무 등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국내서 표준연 외에 라돈 측정 성적서를 발급하는 국가공인시험기관은 한 곳뿐"이라며 "능력을 갖춘 민간 기관들이 더 늘어나 기업과 개인이 시험 서비스를 쉽게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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