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통사 128차 모임, 도룡동 공동관리아파트 現 관리소장 초청 대담
공동관리아파트는 대덕단지 성공모델의 역사 일부··· 이야기로 남아야

'대덕몽' 사람들이 밤에 가본 공동관리아파트. 뒤 현대아파트는 주민이 거주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대덕몽' 사람들이 밤에 가본 공동관리아파트. 뒤 현대아파트는 주민이 거주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당시에도 지은 지 32년 된 아파트였다. 변압기가 고장 나 전기가 끊기고, 단종되어 구할 수도 없었다. 수도관, 배수로, 난방 배관 모두 부식됐다. 새 변압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시설을 전면 공사해야 했다. 그 참에 퇴거 명령이 내려왔다. 2012년 일이다.

떠나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했다. "아깝다. 그래도 살만한 곳인데···."
 
유시각 도룡동 공동관리아파트 관리소장이 7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새통사)'은 16일 128차 모임에 유 소장을 초청해 공동관리아파트의 비화를 듣는 자리로 마련했다. 
 
유 소장은 8년 전부터 지금까지 공동관리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부임한 지 2년 되던 2012년, 공동관리아파트는 주민없는 단지가 됐다. 단지 소유권을 가진 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현상 유지 차 용역으로 관리소를 두고 있다.
 
텅 빈 아파트였지만 아파트가 위험 시설로 전락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책무가 남았다. 자연 풍화에 떨어지는 옥상 덮개나 아파트 외벽 페인트 처리, 수목 관리, 낙엽 쓸기, 공터 주차장 관리 등 유 소장과 2명의 관리인이 매일 손 봐야 할 업무는 분명 있었다.

제일 큰 일은 가끔 빈 집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화재나 범죄 발생이 없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1층 창문이 제대로 남아난 것이 없을 정도다. 인근 대덕중학교에서 우범 공간을 염려하는 공문을 보내온 적도 있다. 그래서 격일제로 당직자가 아파트의 밤을 지키고, 유 소장은 24시간 관리소 전화를 착신으로라도 돌려서 받는다.
 
이웃한 현대아파트 주민과도 민원이 가끔 발생한다. 주차장이나 아파트 울타리 사이 출입로 통제 문제가 있다. 주차장 공터를 사용하겠다는 외부 문의도 자주 들어온다. 하지만 관리소장이 결정할 권한은 없다. 
 
주민은 없지만  빈 공간에 오가는 계절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유 소장은 틈틈이 단지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둔다. 유 소장은 "기반시설이 낡긴 했지만, 아파트 건물 자체는 튼튼하게 지어져 무너질 염려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에겐 퇴거 전 2년 간 주민이 살 때 기억이 분명히 남아있다. 그는 "이곳 주민들이 다른 곳과 문화가 달랐다"라고 기억한다.
 
공동관리아파트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자신의 집이 아니고 잠시 머무는 곳이니 개보수가 필요해도 입주민이 고칠 필요는 없었다. 공동으로 쓰는 시설에만 부분적인 보수가 있었다.

아파트에 첫 주민이 들어온 때는 1978년. 당시 해외과학자를 유치하고자 '중앙 난방 방식' 등 선진적인 시설로 지어졌다. 초기 아파트에 살았던 이재설 전 원자력연 박사는 "주민들 만족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대덕넷의 기사를 검색해보면, 2000년 중반까지도 주민들끼리 바베큐파티를 하며 친목도 다졌다는 기록이 있다. 외국에서 온 과학자들도 있어서 문화 교류도 활발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커뮤니티 문화가 형성됐다.
 
이재설 박사에 따르면, 차례가 안 와 공동관리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과학자들은 하는 수 없이 둔산 신시가지나 신성동에 빚을 내 아파트를 구했다. 나중에 그 아파트들은 시세가 올라 재산을 벌어줬다. 역설적으로 공동관리아파트에서 거주했던 과학자들은 인근 집값이 올라 구할만한 집이 없었다. 
 
이재설 박사는 "아파트를 관리하던 7개 연구소들보다 차라리 당시 대덕단지관리소가 관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관리소가 현재 특구재단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아파트 소유와 관리를 재단에 넘기고 효과적인 재생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함진호 ETRI 박사도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소가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판매금을 나눠 가져도 해당 이익이 다음 예산에 편입돼 의미도 없다"며 "대덕에 창업 생태계가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시설을 아파트 대신 짓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용환 KAIST 대학원생은 "유 소장이 공동관리아파트에서 보낸 8년의 세월 자체가 역사적으로 가치 있고 독보적인 이야기"라면서 "아파트가 재생되고, 유 소장이 산증인으로 일을 이어간다면 이 자체가 대덕 생태계에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설 박사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구원들 자체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도, 공유된 것도 없다"고 아쉬워하며 "지금부터라도 각 연구소와 부근에 흩어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대덕특구의 역사로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이곳 사정을 모르는 대전 시민들은 언제 아파트가 들어오는지 묻고, 특구인들도 언제 바뀌는지 물어보곤 한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에 다시 새 아파트가 들어오면 안된다고 본다"는 말을 남겼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에서 '스마트시티 테마형 특화단지 마스터플랜 지원사업' 대상지로 대전시 등 4곳을 선정했다. 대상지역은 대전 유성구 가정동과 구성동 일원으로, 현재 재생이 논의되고 있는 공동관리아파트 일대도 포함된다. 사업은 마스터플랜 수립과정에 주민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새통사 간사인 이순석 ETRI 박사는 "최근 새통사나 대덕몽 등 대덕특구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며, 정부와 시의 지원도 가시화되고 있다. 더 의견을 모아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는 재생계획을 만들자"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유 소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는 새통사 <사진=윤병철 기자>
유 소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는 새통사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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