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㉔]유호영 ETRI 연구원 "교육소외 과학기술로"
소프트웨어 콘텐츠 연구 기반···사회적 약자 찾아가는 '창업' 결심
사용자 수준·개념·이해도 'AI 온라인 플랫폼 교육 서비스' 제공 목표

유호영 ETRI 연구원은 수저계급론인 금수저, 흙수저 갈등을 과학기술로 풀겠다고 자신한다. 갈등의 출발은 '교육'이며 이를 AI 가정교사로 해결한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유호영 ETRI 연구원은 수저계급론인 금수저, 흙수저 갈등을 과학기술로 풀겠다고 자신한다. 갈등의 출발은 '교육'이며 이를 AI 가정교사로 해결한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AI 가정교사가 교육 평등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문제를 과학기술로 풀겠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금수저·흙수저 갈등을 '교육'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초기 교육 기회조차 막히는 것이 교육 불평등의 원인입니다. 교육만이라도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 젊은층에게 좌절을 안기며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문제를  '과학기술'로 풀어내겠다고 굳게 자신하며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직접 사회적 약자 곁으로 다가가고 있는 유호영 ETRI 연구원.

유호영 연구원은 고등학교시절 SK 장학금, 대학시절 장학금을 받았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따뜻한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경험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육평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유 연구원은 따뜻한 사회가 보내준 지지와 응원에 꼭 보답을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리고 보답의 수단으로 '과학기술'을 선택했다.

대학에서 선택한 전공은 '전기공학'.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쏟았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하드웨어 기술보다 가치가 더 쉽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그는 학사·석사 학위를 마치고 교육 평등을 위한 'AI 가정교사'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사회적 약자들의 사각지대인 교육문제를 과학기술로 풀어보겠다는 도전에서다. 이후 AI 온라인 플랫폼 연구가 가능한 ETRI 소프트웨어콘텐츠부서에 지원했다. ETRI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슬로건에 마음이 끌렸다.

2014년도부터 본격적으로 ETRI에서 AI 가정교사 개발에 나섰고 4년간 진행된 과제가 지난해 종료됐다. 그는 ETRI에서 쌓은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R&D 과제는 '핵심기술'이 중심이라면 창업은 '현장' 중심이기 때문.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무장했다.

그는 ETRI의 휴직 보장 창업지원 제도를 활용했다. 지난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창업 준비단계를 거치고 내년 1월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ETRI는 3년 동안 휴직을 보장해준다. 

◆ "매년 찾는 사회적 약자 멘토링···대치동 교육 현장 발 벗고 경험까지"

유호영 연구원은 대학·대학원 시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멘토링 교육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사진=박성민 기자>
유호영 연구원은 대학·대학원 시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멘토링 교육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사진=박성민 기자>

"대학·대학원 시절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는 멘토링에 빠짐없이 참여했습니다. 청소년 시절 사회로부터 받은 수혜를 꼭 베풀고 싶은 마음이었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유호영 연구원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에 발 벗고 나섰다.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직접 찾아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했다. '서울대 멘토링 프로그램'에 한 회도 빠지지 않으며 봉사를 이어갔다.

그는 "횡성 우천중학교에 찾아갔던 수학·과학 교육 멘토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지만,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도움의 손길을 받아줬다"라며 "학생들과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만남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학·과학 교육뿐만 아니라 자유주제 교육도 진행했다. 노래 네모의 꿈을 편곡해 합창하며 그들과 진실한 마음으로 소통했다"라며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 평등의 현장을 몸소 경험하기 위해 학원가가 밀집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향했다. 1년 남짓 학원 교사로 활동하며 일종의 금수저·은수저 이상(?)의 학생들이 찾는다는 대치동 학원가의 특별함을 확인했다.

그는 "대치동에서 중학생에게 대학물리 수업을 가르쳤다. 대부분의 학생이 따라오지 못하지만, 부모는 대학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공부에 흥미를 잃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지나친 선행학습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교육이 부족한 학생들과 마음의 상처는 다를 바 없어 보였다"라며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습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 "교육 평등의 실마리를 제공"···나를 너무 잘 아는 'AI 가정교사'

유 연구원이 AI 가정교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유 연구원이 AI 가정교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유호영 연구원이 개발한 AI 가정교사는 '학습자 수준'에 초점을 맞췄다.

학습자가 문제를 풀면 학습 로그 데이터들은 곧바로 서버로 보내진다. AI는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자의 수준을 개념도·이해도 등으로 진단한다.

AI 가정교사는 진단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자에게 세분화된 학습 콘텐츠들을 제공한다. 학습자 수준에 따라 교육 콘텐츠를 달리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는 "예를 들어 한 고등학생이 수능 수리영역 기출문제 30문제를 풀고 나면 AI 가정교사는 즉시 학생의 수준을 파악한다"라며 "이어 지수·로그·함수 등등 부족한 범위를 진단하고 계산력·이해력·판단력을 분석한다. 결과에 따라 부족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AI 가정교사는 웹과 앱에서 만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현재 기술적인 부분은 대부분 완성된 상태"라며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교육 현장 경험의 강점을 살려 최적의 가정교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수저계급론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막고 싶다. 과학기술로 교육 평등을 이뤄내겠다"라며 "단체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습자 수준에 맞춰 교육 플랫폼이 제공되는 '개인 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유호영 연구원은 젊은 과학을 '젊음 그 자체'라고 정의한다. 그는 "젊음이 가지는 패기와 도전정신, 행복 자체가 젊은 과학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젊음의 도전정신으로 만들어진 기술들이 수많은 사람에게 따뜻하게 전해지도록 진실성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유호영 박사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사를 2011년도에 졸업했다. 이어 서울대 전기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2014년도에 받았다. 2014년 2월부터 ETRI 소프트웨어콘텐츠부서에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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