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현·박현서 박사팀, 금덩어리서 '코팅 금촉매' 한 번에 만드는 기법 개발
과기부 KOREA CCS 2020 사업 통해 '전기분해' 기술 이용한 CO₂전환 연구

금(Au) 입자에 코팅을 더하니 온실가스를 잡아내는 힘이 보다 강해졌다. 

장종현·박현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 연구팀은 금 나노입자 표면을 고분자로 '코팅'했을 때 촉매 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히고, 코팅된 금 나노입자를 간단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금을 작게 쪼갠 금 나노입자는 이산화탄소(CO2)를 유용한 물질로 바꿀 때 사용되는 전기분해 '촉매' 중 하나다. 금 나노입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기물 코팅이 생길 수 있는데, 촉매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로 씻어낸 후에 사용된다.

그러나 연구팀은 코팅을 그대로 둔 채 실험을 시도했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코팅된 금 촉매가 기존보다 이산화탄소를 30% 더 잘 흡착했고, 내구성은 20% 더 높았다.
 
장종현 박사는 "이 기술은 온실가스 저감과 이산화탄소 전환 실용화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종현 박사(왼쪽)와 박현서 박사(오른쪽). 장 박사는 2007년부터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에서 연구하고 있다. 박 박사는 2015년 장 박사 옆 연구실로 새로 부임했다. 두 사람은 2016년부터 이번 연구를 함께 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장종현 박사(왼쪽)와 박현서 박사(오른쪽). 장 박사는 2007년부터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에서 연구하고 있다. 박 박사는 2015년 장 박사 옆 연구실로 새로 부임했다. 두 사람은 2016년부터 이번 연구를 함께 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 재생에너지서 나온 남는 전력, CO2 '전기분해' 사용 기대
 
고분자 코팅된 금입자를 이용한 전기화학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왼쪽)과 기존 금입자를 이용한 반응(오른쪽)을 비교한 개념도. 전기분해 시스템에 금입자를 바른 전지와 이산화탄소, 물을 넣고 전기를 가하면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 등이 발생한다. <그림=장종현 박사 제공>
고분자 코팅된 금입자를 이용한 전기화학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왼쪽)과 기존 금입자를 이용한 반응(오른쪽)을 비교한 개념도. 전기분해 시스템에 금입자를 바른 전지와 이산화탄소, 물을 넣고 전기를 가하면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 등이 발생한다. <그림=장종현 박사 제공>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로 바꾸려는 '전환' 연구가 활발하다. 여러 가지 전환 방법 중 장 박사 연구팀은 '전기분해'를 연구한다.

전기분해 시스템에 이산화탄소와 물을 넣고 전기를 가하면 화학산업에서 기초 원료로 활용되는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가 혼합된 합성가스가 나온다.
 
금 나노입자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주로 비커에 금과 화합물을 넣어 반응시키는 화학적 방법이 쓰인다. 이 방법은 과정이 복잡하고 씻어야 할 화합물이 나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최신 기술인 '액체 스퍼터링 공정법'을 택했다. 이 공정법은 가스를 금속판에 충돌시켜 금속 원자를 떼어내고 이 원자를 액체에 모아 작은 입자로 만드는 기법이다.
 
장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는 아르곤(Ar) 기체로 금덩어리를 강하게 쏴서 금 입자들이 탄소고분자 용액 안으로 떨어지게 했다. 떨어진 금 입자들은 용액 안에 있는 탄소지지체 표면에 박혀 금 나노입자가 됐고, 여기에 덤으로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이 금 나노입자 위에 코팅됐다"고 설명했다.

탄소지지체 크기는 수십 나노미터(nm)이며, 금 입자는 10nm 정도다. 장 박사는 이 금 나노입자의 구조를 '빵(탄소지지체) 위에 건포도(금 입자)'가 박혀 있는 모양에 비유했다.
 

(a), (b)는 연구팀이 개발한 고분자가 코팅된 금 나노입자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진한 검은색이 금 입자이고 그 아래 있는 흐린 부분이 탄소지지체다. (c), (d)는 기존 금 나노입자의 사진. <사진=장종현 박사 제공>
(a), (b)는 연구팀이 개발한 고분자가 코팅된 금 나노입자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진한 검은색이 금 입자이고 그 아래 있는 흐린 부분이 탄소지지체다. (c), (d)는 기존 금 나노입자의 사진. <사진=장종현 박사 제공>
  
고분자 코팅은 금 나노입자의 보호막이 되고, 촉매 반응성과 내구성도 끌어올렸다. 연구팀은 촉매 효율이 올라간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코팅을 제거하거나, 판매되는 금 나노입자를 코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박 박사는 "결과적으로 이번 실험을 통해 액체 스퍼터링 공정법으로 고효율 코팅 금 나노입자를 한 번에 만들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 기법은 금 촉매를 대량 생산할 때 공정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분해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전환 연구는 재생에너지 시대가 오면서 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 박사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까지 20%로 늘어나게 되면, 화력발전소 대신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남는 전기를 전기분해에 쓸 수 있다"며 "이 연구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왼쪽)이산화탄소 전환 연구에 사용하는 장치. 위에 있는 파란색 장치가 전기를 공급하고 반응기(오른쪽)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반응을 거쳐 일산화탄소가 생성되어 나온다. 일산화탄소가 얼마나 생성됐는지 분석할 수 있다. 가운데 장치는 온도, 전류, 전압 등을 조절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왼쪽)이산화탄소 전환 연구에 사용하는 장치. 위에 있는 파란색 장치가 전기를 공급하고 반응기(오른쪽)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반응을 거쳐 일산화탄소가 생성되어 나온다. 일산화탄소가 얼마나 생성됐는지 분석할 수 있다. 가운데 장치는 온도, 전류, 전압 등을 조절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 두 박사팀 공동 연구····그동안 해오던 연료전지 개념 CO2 전환에 응용
 
이번 성과는 공업화학을 전공한 장종현 박사와 화학을 전공한 박현서 박사가 2016년부터 연구팀을 함께 이끌며 이뤄냈다. 당시 박 박사는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에 온 신입 연구원이었다.
 
평소 협동 연구가 활발한 센터 분위기에 맞춰 두 박사는 각자의 전공을 활용해 연구를 시작했다. 장 박사팀은 나노입자 합성·제조와 전반적인 연구에, 박 박사팀은 코팅 효과를 분석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두 박사의 연구실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한 연구실처럼 오가며 연구할 수 있었다.
 
KIST에서 오랫동안 연료전지를 연구한 장 박사는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연구로 영역을 넓혀왔다. 그는 "물·전기 분해, 연료전지 등 전기화학에 쓰이는 개념을 이산화탄소 연구에 응용했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2013년부터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KCRC)의 KOREA CCS 2020 사업에 참여해 전기분해 기술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전환 실용성 향상 연구를 했고 이번 성과는 그중 하나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산화탄소 전환 실용화 연계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박 박사는 "전기분해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전환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실용화까지 갈 길이 멀어 조바심도 난다"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친환경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 우리 기술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촉매 분야 학술지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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