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㉕]김용현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
많은 질문하며 궁금증 해결···"국민 생활 도움되는 연구 목표"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공기. 이러한 공기가 둘러싸고 있는 층인 대기의 오염이 첨단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운전, 흡연, 음식 조리와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각종 유해물질이 발생해 인체에 나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각종 유해물질은 사람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매년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세먼지나 인명 피해를 초래한 가습기 살균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침투한 독성물질의 성질과 질량을 분석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김용현 박사는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며, 국민의 실생활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용현 박사는 궁금증, 호기심이 많은 연구자다. 어려웠던 학창시절을 극복하고 늦깎이 공대생으로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독성분석 연구자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그는 현재 음악, 고양이, 육아 등에도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새 신랑이기도 하다. 그를 만나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용현 안전성평가연 박사는 흡입독성을 평가하기 위한 정량분석법을 연구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김용현 안전성평가연 박사는 흡입독성을 평가하기 위한 정량분석법을 연구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학창시절 진로변경 고민도···졸업 후 공부 시작해 대학 입학

김용현 박사는 유년시절 여느 아이들과 같이 곤충을 잡는 것을 좋아했다. 인근 산에서 가재, 매미 등을 관찰하고, 개미가 개미집에 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곤 했다. 단순한 현상보다 그 이유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실제 김 박사는 집에 매미를 갖고 와서 나무에 놓고 수명주기를 관찰하고, 투명 수조에 개미를 넣어 개미의 이동과정과 집을 만드는 과정을 실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던 습관은 과학자를 꿈꾸게 된 바탕이 됐다. 김 박사는 "사람 이외에 식물, 곤충 등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고, 이를 관찰하거나 해부해보기도 했다"라면서 "초등학생 때 각종 과학대회에 나가서 수상할 정도로 과학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생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잠시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다. 학업은 사실상 포기해야 했다.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와 장사를 하는 날이 이어졌다.

"샌드위치 장사, 고깃집 아르바이트 등 안 해 본 것이 없었습니다. 고물상에서 가져온 장비와 공사장에 가서 가져 온 폐목재를 가져와서 군고구마 장사도 했죠.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학교라는 울타리의 소중함과 사회생활의 각박함을 배우는 시간이 됐습니다."

졸업 당시 그의 성적은 400점 만점에 120점.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는 성적이 나왔다. 그동안 장사를 하면서 돈이라는 직접적인 보상을 받자 어린 마음에 장사를 지속할 생각도 했다. 

이때 모친이 그를 붙잡았다. 모친은 김 박사가 가정 때문에 과학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당시 생활이 개선되며 모친의 지원으로 그는 재수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뒤늦게 준비한 대입은 쉽지 않았다. 김 박사는 스스로 1000개 단어 중 100개만 기억할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공부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영어 지문 하나하나에 삶의 지혜가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며 순간을 즐겼다.

재수 끝에 서울 소재 대학의 경제학과에 진학한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연구자의 길을 포기할 수 없어 다시 1년 공부를 시작해 결국 세종대 환경과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한양대 환경공학과에서 최종 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과학 분야 중에서도 김 박사는 화학에 흥미를 느꼈다. 사람과 동물, 주변의 무기물이 몇 가지 종류의 같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궁금했다. 미래에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환경공학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도 전공을 선택하는데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대학생활은 새로운 즐거움이자 호기심의 장이었다. 김 박사는 교수들이 귀찮게 생각할 정도로 많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었다. 수업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서도 각종 질문이 계속됐다. 질문이 계속되자 연구실로 찾아와서 직접 질문하라고 답변을 들을 정도였다.

교수 연구실에도 줄곧 찾아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던 그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연구 멘토인 김기현 교수를 만났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논문을 고민하고, 실패하는 연구에서도 배우는 모습, 학생에게서도 연구 아이디어를 구하는 모습 등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  

김 교수의 지도 속에 김 박사는 값비싼 분석기기를 간편화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GC-MS)를 활용해 대기 중 여러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탐지·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최상위 연구 저널에 5건 이상 게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진 연구자로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김용현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신진 연구자로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김용현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학생한테서도 참신한 아이디어 얻어···"사회 가치 창출 연구자 꿈꿔"

현재 김 박사는 인체에 침투한 독성물질의 양을 추적·정량화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 입사한지 1년 반이 넘은 새내기 연구자로서 연구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 대학원 졸업 이후 연구를 지속하고 싶었던 그에게 안전성평가연은 최적지였다. 

김 박사가 속한 흡입독성연구센터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 등이 경구를 통해 흡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을 연구한다. 그는 인체의 흡입독성량 파악과 이를 정량화하는 연구를 팀원들과 수행하고 있다.  

연구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그가 지도하고 있는 UST 학생들을 통해 배우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흘려듣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검증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싫어했던 그는 이제 고양이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고양기 키우기 전문가가 됐다.<사진=김용현 박사 제공>
고양이를 싫어했던 그는 이제 고양이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고양기 키우기 전문가가 됐다.<사진=김용현 박사 제공>
서울 태생의 김 박사는 정읍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다. 서울의 복잡함을 좋아하지 않았던데다 한적하고 공기좋은 시골에서 연구를 수행하니 생각할 시간도 많고, 몸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평소 김 박사는 취미는 고양이 키우기와 건반 연주. 초등학생 때 피아노학원에 다니면서 건반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습관이 이어졌다. 노래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결혼할 때도 직접 작곡한 노래를 선물하기도 했다. 음악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인 때문에 데려온 고양이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식구가 되었다. 고양이를 관찰하고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이제 그의 일상 속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됐다. 새신랑으로서 육아도 병행하며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분야에서 즐겁게 연구를 수행하며 자신의 꿈을 이뤄나갈 계획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며 정년 이후에도 자신의 이름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연구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연구를 즐기고, 주변과도 나누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젊은 과학은 '열정'이다.<사진=강민구 기자>
젊은 과학은 '열정'이다.<사진=강민구 기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덕넷은 젊은 과학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젊은 과학자의 ▲이름 ▲소속(연락처 포함) ▲추천 사유를 적어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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