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융합연구는 보르도 와인처럼

글: 최아름 DGIST 학술문화팀 사서
미래를 준비하는 집단지성 A-WINE 융합학습포럼
향긋한 와인과 함께, 융합연구기술사업화 파트너 만남 시간 가져
지난 26일 DGIST 산학협력관 1층 Business Lounge에서 '비슬밸리·A-WINE 융합학습포럼'이 개최됐다.<사진= DGIST 제공>지난 26일 DGIST 산학협력관 1층 Business Lounge에서 '비슬밸리·A-WINE 융합학습포럼'이 개최됐다.<사진= DGIST 제공>

장마가 코앞에 다가온 6월의 마지막 화요일 저녁,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총장 손상혁) 산학협력관 1층 Business Lounge에 달콤한 와인 향과 유쾌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DGIST의 융합연구사례를 나누고, 비슬밸리 일대 산·학·연 협력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2016년부터 DGIST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이어온 'A-WINE 융합학습포럼'의 특별 세션으로 열렸다. 기관 내 연구자 모임을 DGIST가 자리 잡은 비슬밸리의 출연연과 지역기업체 관계자에게 개방했다.

포럼은 리더인 이명재 지능형소자융합연구실장의 간단한 소개 후 박상철 DGIST 석좌연구원,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특별 강연 사이에는 정순문 스마트섬유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의 융합연구 사례 발표가 있었다. 김상규 기업육성팀장의 원내 연구자 창업과 지역기업체 지원을 위한 DGIST의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진행됐다.

마지막 순서였던 신성식 박사의 '와인과 융합연구'를 주제로 한 유쾌한 강연 뒤에는 와인과 함께하는 토론회가 이어져 참가자 전원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 열린 모임 : 만나고 소통하고 토론하고

'A-WINE 융합학습포럼'은 DGIST의 연구부와 학사부를 잇고, 중견 연구자와 신진 연구자 간의 가교 구실을 하는 열린 모임이다. 'A-WINE'은 포럼이 처음 시작된 DGIST 융합연구원의 대표 연구 분야인 'Automotive, Wellness & Biology, IoT·Robotics, Nano & Solar Energy'의 두문을 따 만들었다. 잘 익은 포도 당분을 발효·숙성시켜 만드는 와인 한 잔처럼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융합연구문화를 발전·성숙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A-WINE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사교적이고 여유로운 인상 그대로 포럼의 분위기는 개방적이고 화기애애하다. 모임이 꾸준히 이어지며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은 더욱 다양해졌다.

초반에는 젊은 연구원들이 주축을 이루었는데, 지금은 교수, 중견 연구원들도 멤버가 돼 함께 한다. A-WINE에서는 경험이 많은 중견 연구자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신진 연구자가 격의 없이 교류한다. 또 비슷한 연구주제를 공유하는 교수와 연구원이 만나 토론하면서 융합연구를 위한 문화적 자양분을 만들고 있다.

융복합연구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자주 마주치고,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재 박사는 연구과제 기획 등 최신 동향에 대한 내용을 A-WINE 포럼을 통해 공유한다. 그는 팀의 리더로서 실장이라는 지위와 상관없이 항상 겸손한 태도로 화목한 대화 분위기를 만들고, 연구자들 간의 수평적인 문화를 이끈다.

포럼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데에는 간사인 강대천 박사의 역할도 크다. 포럼의 기본 살림을 꾸리고, 기관 내의 연구자를 탐색하고 섭외해 모임에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도록 만든다. 가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행사나 정보 등을 공유한다.

모임이 온·오프라인으로 살아있게 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요즘에는 비슬밸리로 A-WINE의 융복합 문화를 확산하고자 KIMM·ETRI 등 주변 출연연 연구자들과 기업체까지 협업 범위를 넓혀 새로운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 "난 이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A-WINE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 모임을 하는데 거의 매달 새 멤버가 생긴다. 새 멤버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고, 현재 몰두하고 있는 연구 주제에 대해 소개하는 세미나를 한다. 필자는 작년부터 DGIST에서 사서로 일하며 포럼에 참가하고 있다. 

이 모임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 한 사람에게 익숙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해결책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또 가끔은 집중하던 일에서 빠져나와 주변에 눈을 돌려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자극은 연구자들간의 토론을 촉진한다. 한 번은 포럼에서 로봇공학 전공의 장경인 교수가 피부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늘어나는 '생체집적 전자소자 센서'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센서를 활용해 환자 상태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용량을 조절하며 약물을 주입하는 기술 개발 중이라고 했다. 이때 당뇨에 대한 연구를 하는 동반진단의료기술융합연구실의 이경민 박사가 이 기술의 당뇨병 치료 응용에 대해 이런저런 가능성을 질문하는 식이다.

A-WINE은 협업할 동료를 탐색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같은 기관에 있더라도 다른 전공·분야를 가진 경우 서로 소통하기 쉽지 않다. 우리 기관 안에서 누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융복합 연구 파트너가 될 가능성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아 더욱 유익하다.

와인 향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자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사진= DGIST 제공>와인 향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자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사진= DGIST 제공>

◆ 오크통에서 숙성된 와인이 처음 세상에 나오듯

포럼에서 안면을 튼 연구자들이 점심을 함께하고, 정해진 시간 없이 궁금증이 생길 때 만나 토론하는 모습을 DGIST 학술정보관 1층 카페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일상적 교류가 꾸준히 지속된 덕분일까.

포도가 발효돼 와인이 되듯, 와인이 오크통에서 숙성돼 풍미가 더해지듯, A-WINE 멤버들의 융합연구도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낯선 분야의 연구자와 밤새 토론하고, 새로운 연구 주제 탐색을 위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A-WINE 멤버들의 열정이 통한 것이다.

연구 분야도, 부서도 다른 세 명의 연구자가 힘을 합쳐 새로운 연구 주제 도출에 매진하고 있다. 임성준 박사(지능형소자융합연구실), 정순문 박사(스마트섬유융합연구실), 김영훈 박사(태양에너지융합연구센터)가 그 주인공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순문 박사와 김영훈 박사가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연말 포럼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막 입사한 김영훈 박사가 자신의 연구 관심 분야와 입사 전 발표한 논문을 설명했다. 발표 사이와 발표를 마친 뒤에도 정 박사의 질문이 계속되었다.

이번 융합연구 사례발표를 들으며, "초면에 죄송하지만..."라며 이것저것 열정적으로 질문하던 그때 그 모습이 떠올라 괜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 다양한 포도를 블렌딩해 최고의 맛을 만드는 보르도 와인처럼

비록 연구자는 아니지만, 사서로 일하며 논문을 수집하다 보면, 우리 기관의 연구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내용이 궁금해진다.

A-WINE 융합학습포럼에서는 이런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어 좋다. 마침 학술정보관이 Academic Unit과 Research Unit의 중앙에 있어 연구자들이 만나기에 좋은 입지를 갖춘 덕에 자연스럽게 포럼에 참석하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한다.

포럼에서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고민을 듣고 나면, 내 업무의 어떤 부분을 개선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DGIST의 연구 성과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구과제 신청과 실적 입력 등 일련의 과정에 반복되는 행정적인 소모를 최소화해 연구자들의 시간을 아끼고자 노력한다. 최근에는 A-WINE 세미나 자료들을 잘 모아 DGIST 기관 리포지터리에 공개해 우리 멤버들을 홍보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달 A-WINE 포럼에는 새로운 멤버로 지식재산경영팀장인 원동식 변리사가 합류하게 된다. A-WINE 멤버들도 연구의 결과물 특허와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 새로운 멤버의 역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이제 A-WINE에는 연구자 뿐 아니라 기관 내에서 연구의 성과를 홍보하고, 사업화하는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멤버들이 모였다. 따라서 기관 내외로 연구자 풀이 확대돼 융합연구의 폭이 넓고 깊어질 것이다.

보르도 와인은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블렌딩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해 풍흉의 영향을 최소화 한다. A-WINE 융합학습포럼도 더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경계를 넘는 협력을 통해 앞으로 더 큰 시너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