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㉗] 최태용 기계연 박사, 로봇 SW연구에 올인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사회 꿈꿔 ···실력 키우기위해 끊임없는 연구 폭식"

최태용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로봇 연구를 위해 석박사시기 받은 기업 장학금도 반납하고 직장을 그만뒀다. SW 개발로 기계연에서 '로봇 마법사'로 통한다. 사진은 산업용 로봇 아미로와 함께한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최태용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로봇 연구를 위해 석박사시기 받은 기업 장학금도 반납하고 직장을 그만뒀다. SW 개발로 기계연에서 '로봇 마법사'로 통한다. 사진은 산업용 로봇 아미로와 함께한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로봇 연구를 위해 입사했는데 갑자기 다른 부서로 가라는 거에요. 석·박사시기 기업에서 받은 장학금도 반납하고 얻었던 집도 해지하고 직장을 그만뒀어요. 손해가 컸죠. 기계연 면접 때도 로봇 연구를 하겠다고 선언 했습니다. 아니면 입사를 포기하겠다면서."(웃음)

로봇연구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다. 안되면 될때까지 반복하고 새벽 퇴근도 밥먹듯 한다. 감춰둔 승부 근성까지 발동한다. 실력 키우는 일에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머지않은 시기에 직접 만든 로봇을 비서로 채용하겠다는 최태용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그는 기계연에서 '로봇 마법사'로 통한다. 하드웨어(HW)인 로봇의 몸체가 완성되면 로봇의 뇌(영혼)를 심는(최 박사의 표현) 소프트웨어(SW) 개발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로봇이 움직이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 넣는 일, 그야말로 마법사가 따로 없다.

최 박사는 기계연에서 산업용 로봇 '아미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며 로봇의 기능을 높여 가는 중이다. 그의 궁극 목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다. 그러면서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 대학교 시기 컴퓨터에 빠지며 프로그램 흥미

 최 박사가 로봇 SW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교 무렵. POSTECH에 입학한 그는 그 시기 물밀듯 보급된 컴퓨터에 매료됐다.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떠나지 않았다. 수업에 빠지는 일도 예사였다.

컴퓨터 게임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했다. 학점은 당연히 기대이하였다. 최 박사는 3.0대를 겨우 유지했다고 고백했다. 최 박사는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다.

 "게임을 하면서 컴퓨터 C 언어에 흥미를 느끼고 직접 해보기 시작했어요. 클릭, 클릭하면 움직이는데 재미있었죠. 석사는 당연히 로봇 소프트웨어를 해보겠다고 생각했어요. 로봇 관련 다양한 SW를 하고 싶어 대학원은 KAIST로 왔어요."

최 박사는 "로봇이 처음 왔을 때는 그냥 쇳덩이인데 목각인형 피노키오에 숨결이 들어가면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SW를 통해 쇳덩이가 움직이게 된다"며 SW의 특성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클릭 몇번으로 로봇이 움직인다는게 무척 매력적이다. 로봇에 문제가 발생해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는 디버깅에 들어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원인이 하드웨어에 있음을 찾기도 한다"고 밝혔다.

◆ 산업현장 적용 로봇 '아미로' 과제 참여, 지속적인 업데이트

최 박사는 2011년 1월부터 기계연 연구자로 오자마자 '아미로' 연구에 참여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아미로 움직임을 안정화하는 SW 업데이트.

아미로는 산업현장에 적용해 사람과 반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양팔 로봇이다. 각 팔의 무게는 16kg정도, 팔의 자유도 7, 허리 자유도 2로 사람처럼 자연스런 동작 구현이 가능하다.

장점은 양팔 사용으로 기존 산업형 로봇보다 정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포장, 제품 조립 등 다양한 공정에 적용 할 수 있다.

또 양팔 사용으로 사람과 움직임이 비슷해 휴대폰 조립이나 포장 공정 등 사람들이 모여 작업하는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다. 특히 지속적인 개선으로 소형화되며 사람 크기의 공간만 있으면 설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계연은 지난 4월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아미로3을 전시, 행사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국내 기업 2곳과 구두 계약도 맺은 상태다.

최 박사는 "기계연에 오자마자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아미로 SW 업데이트에 참여하고 있다. 잠시 카네기멜론대(CMU)에 포닥으로 가 있으면서도 아미로 SW를 연구했다"면서 "그만큼 아미로에 대한 애정이 크다. 내부에서는 로봇 소울 전문가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소 내부에 제어인력이 많지 않다보니 한사람이 여러 일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럼 당연히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로봇 관련 인력 양성이 급하다"고 강조했다.

로봇 SW 개발을 로봇에 뇌를 심는다고 표현하는 최 박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스스로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 젊은 과학도 '끊임없는 폭식'이라고 적었다.<사진=길애경 기자>
로봇 SW 개발을 로봇에 뇌를 심는다고 표현하는 최 박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스스로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 젊은 과학도 '끊임없는 폭식'이라고 적었다.<사진=길애경 기자>
◆연구철학 "로봇 관련이라면 다한다"

"로봇 관련이라면 뭐든지 합니다. 특히 로봇은 융합연구분야로 멀티플레이어가 되려고 하죠. 나 아니면 안될정도로 합니다.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죠."(웃음)

최 박사는 로봇을 종합과학으로 표현했다. HW와 SW는 기본이고 지능, 감성, 제어 등 다양한 분야가 합쳐져야 로봇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철학은 멀티플레이어와 집중이다. 그는 "로봇 분야는 융합연구로 작동한다. 때문에 자기만의 연구영역을 고집하다보면 제대로된 연구성과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 과학을 '끊임없는 폭식'이라고 적었다. 로봇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각 분야별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후배에게 조언도 자신이 없으면 조직이 안돌아갈 정도로 실력을 키우라고 당부한다"고 밝혔다.

도전도 멈추지 않는다. 최 박사는 "내년 KAIST와 같이 인공지능 로봇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아직 기술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준비하고 있다"면서 "10년 후 직접 개발한 로봇을 비서로 채용할 꿈도 갖고 있다"고 살짝 공개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연구는 성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 로봇 연구에 어려움도 있다"고 아쉬워하며 "로봇은 미래를 보고 하는 연구로 기초과학측면에서 봐주면 좋겠다. 특히 논문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평가를 유연하게 할 필요도 있다"고 역설했다.

로봇 연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로 성과 중심이 아니라 기초과학 측면에서 봐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최 박사. 그의 표정에서 로봇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사진=길애경 기자>
로봇 연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로 성과 중심이 아니라 기초과학 측면에서 봐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최 박사. 그의 표정에서 로봇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사진=길애경 기자>

◆ 최태용 기계연 박사는
POSTECH에서 학사를 KAIST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학부시기 컴퓨터에 빠지면서 프로그램 언어에 관심을 갖고 로봇 SW연구에 집중해 왔다. 언젠가 영화에 나오는 로봇 비서를 개발해 직접 채용할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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