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전비엔날레' 참여 수잔 앵커 뉴욕시각예술학교 교수, 필립 비즐리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기술 발전 속 윤리적 질문 등 담아···'과학+예술' 통해 시각 확장

"생물학은 황금기에 있습니다. 생물학 기술이 발전하며 '유전적 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바이오아트는 이러한 기술 발전 속 윤리적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수잔 앵커 뉴욕시각예술학교 교수)

"합성생물학, 계산학, 디지털 제작 등의 기술을 합쳐 혼합물을 만들었습니다. 혼합은 불안정한 특성이 있지만 순환하면서 살아있는 미래 건축물의 모습으로 승화됩니다."(필립 비즐리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예술로 들어온 생명과학을 접할 수 있는 '대전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올해 주제로 선정된 바이오아트는 단순한 생명기술 제시에서 벗어나 미학적·사회적 맥락에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진다.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정체성과 생명윤리에 대한 상상적 딜레마도 발생한다.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은 예술가의 시각으로 생물학의 다양한 양상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미생물, 박테리아, DNA 등을 활용해 생명에 대한 예술적 상상력을 표현한 바이오 미디어를 비롯해 탄소와 실리콘이 조화를 이룬 생태계를 디지털 생물학으로 구현한 작품 등을 접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세계적인 작가 2인을 만나 바이오아트로 표현한 작품, 과학과 예술의 융합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예술로 들어온 생명과학. '대전비엔날레'에서 전시된 다양한 예술작품.(왼쪽부터)헤더 듀이 해그보그 '스트레인져 비젼스', 루이 필립 데메르 '블라인드 로봇', 피냐 욜다스 '과잉의 에코시스템', 길베르토 에스파자 '자동 광합성 식물'<사진=강민구 기자>
예술로 들어온 생명과학. '대전비엔날레'에서 전시된 다양한 예술작품.(왼쪽부터)헤더 듀이 해그보그 '스트레인져 비젼스', 루이 필립 데메르 '블라인드 로봇', 피냐 욜다스 '과잉의 에코시스템', 길베르토 에스파자 '자동 광합성 식물'<사진=강민구 기자>
◆수잔 앵커 "예술가만 연구실 방문? 과학자도 화실 찾아야"

​"예술가가 과학을 배우고, 과학자도 예술을 알아가야 합니다. 뉴욕에서 바이오아트 실험실을 만든 것도 그 이유입니다. 과학자를 화실에 초대하고, 바이오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습니다."

수잔 앵커(Suzanne Anker) 뉴욕시각예술학교 교수는 바이오아트의 선구자로 꼽힌다. 지난 1988년부터 이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수잔 작가는 이번 행사에 총 3개의 작품을 전시했다. 실내 화초를 활용한 조각품인 '우주농업(Astroculture)'은 우주에서 식물 배양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NASA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LED 불빛을 활용해 식물이 자라도록 했다.

식물은 손으로 하나하나 작품에 옮겨 심었으며, 한국에서 얻은 씨앗으로 키운 식물도 함께 전시됐다. 이 작품은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 식물재배에 화두를 제시한다. 

'우주농업(Astroculture)'.<사진=강민구 기자>
'우주농업(Astroculture)'.<사진=강민구 기자>
또 다른 작품은 '배양접시 속 바니타스'이다. 살아있는 물질과 죽어있는 물질이 사진으로 표현됐다. 배양 접시 속 완두콩과 벌레, 버섯, 꽃 등이 각종 유기물질이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양식인 바니타스를 통해 표현됐다. 작품은 물질 만능주의 사회를 경고한다.

'원격감지(Remote Sensing)' 작품은 '배양접시 속 바니타스' 사진들로부터 시작됐다. 3D 프린팅을 통해 집, 운송수단 등 다양한 시제품을 제작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수잔 작가는 미국에 SVA바이오아트연구실을 만들어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식물, 물고기, 유전자 조작 식품 등을 활용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자의 연구실도 종종 찾으면서 생물학이 초래할 변화를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 

수잔 작가는 "바이오아트는 어려운 개념"이라면서 "예술가는 비유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데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유도 할 수 없으므로 과학을 배울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작가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 아트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유기체와 조직 공학, 바이오 인포매틱스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수잔 교수는 "대전비엔날레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홍보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대전을 찾고 과학, 기술, 예술, 지적자산 활동을 결합한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수잔 앵커 작가.<사진=강민구 기자>
수잔 앵커 작가.<사진=강민구 기자>

수잔 작가는 예술가도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바이오아트 연구실 모습.<사진=SVA 바이오아트 연구실 제공>
수잔 작가는 예술가도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바이오아트 연구실 모습.<사진=SVA 바이오아트 연구실 제공>
◆필립 비즐리 "열린 결말로 구성된 탐험 즐기세요"

"과학과 예술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학은 가설로부터 출발합니다. 가설은 무엇일까요? 질문입니다. 질문은 궁금증서 시작합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죠. 예술은 변화를 제안하고 가능성을 표현하는 일입니다. 과학과 예술이 결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누워서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사진=강민구 기자>
"누워서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사진=강민구 기자>
필립 비즐리(Philip Beesley) 작가는 필립 비즐리 그룹에서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시인 등과 협업해 인체에서 일어나는 생체 반응을 건축에 도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필립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식에 작품을 전시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필립 작가는 "건축가이자 예술가로서 바이오아트 관련 작품 작업을 해왔다"라면서 "바이오아트를 통해 마법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을 설치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필립 작가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성장과 재생 가능한 유기적 건축물인 '빛나는 토양'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천장에 매달린 유리, 금속으로 만들어진 높은 식물 같은 구조로 미래 건축물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에 부착된 적외선 센서가 열과 동작을 감지하고, LED 조명으로 빛이 나오면서 주변과도 연결된다.

필립 작가는 이를 화학적 신진대사처럼 용액이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자 개별 물질이 합쳐져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우주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워서 예술작품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생각으로 작품을 즐기기를 권유했다.

필립 작가는 "이 작품은 반응성이 좋고, 잔물결처럼 반짝이면서 열린 결말을 제공한다"라면서 "관람객들이 비엔날레를 찾아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확장시켰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오는 10월 24일까지 '대전비엔날레'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10개국 23여 작가(팀)이 참여해 48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행사는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 DMA아트센터, KAIST 비전관,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 플라자 SPACE C#, IBS 과학문화센터 전시관 등에서 진행된다. 

작품은 열린 결말을 제시한다.<사진=강민구 기자>
작품은 열린 결말을 제시한다.<사진=강민구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