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정 연구자 신상 상세히 공개하고 지원 금지
일본, 연구부정 대응 가이드라인 이행 위해 과학계 같이 노력

가짜 학술단체 WASET에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하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연구활동 부정시 대응 가이드라인이 소개돼 주목된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연구비 유용과 연구활동 부정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연구 부정 당사자는 여전히 대학, 기관에서 버젓이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고 부정 사용된 연구비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국민들이 보는 연구 현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그에 따라 연구현장의 사기까지 저하되고 있다.

연구 현장에서는 이번 WASET 같은 사태 방지를 위해 '일벌백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양이 아닌 질 중심으로 평가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가짜 학술단체로 지목되고 있는 WASET과 유사한 Omics에 논문을 게재했거나 학술회의에 참석한 사례가 380여건이 이른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예방책 마련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미국, 연구 부정시 영구 지원 금지도 가능

#1 NIH(미국립보건원)에서 연구비를 받은 아이오아 주립대 A 조교수는 데이터를 조작해 위조했다. 그는 교수 자격을 박탈당하고 징역 4년 9개월, 벌금 750만 달러가 부과됐다. 

#2 펜실베니아 주립대 B교수는 NIH와 ARPA(고등연구계획국)에서 각각 120만 달러, 190만 달러의 연구비를 받았다. B교수는 환자 혈액 가스를 측정하는 연구를 하겠다고 연구제안서를 작성했으나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고 가족 여행 경비 등으로 연구비를 유용했다. 그는 대학에서 사임하고 징역 3년 5개월과 벌금 64만 달러가 내려졌다.

과학기술 선진국은 연구활동 부정과 연구비 유용에 엄격하다. 미국 역시 연구 부정 교수, 연구자의 신상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은 연구비 부정집행시 실명은 물론 소속기관, 사진을 공개한다. 또 불법행위를 세세하게 기록해 연구자 개인으로서 연구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연구지원제재 조치도 강력하다. 연구부정을 저지른 연구자는 연구지원 금지가 가능하다. 연방연구비지원에 대해서는 영구지원금지조치가 대부분이다.

내부 고발자제도를 두고 있어 연구비 부당 사용시 내부 고발도 활발하다. 한국은 내부고발시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문화인데 비해 미국은 연구비 부정 사용에 대한 내부 고발자의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은 문화다.

내부 고발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부당사용액의 15~30%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때문에 한국이 대학원생들의 인건비 횡령, 허위 세금영수증 처리가 빈번한 것과 비교해 미국은 대학원생들의 인건비 횡령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사법 처리 결과까지 공개해 연구 윤리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연구비 부정처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강력한 사법조치가 필요하고 미국처럼 대학에도 책임을 물어 책임지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정행위를 방치했다면 연대책임을 지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부정 사전 방지하고 조직의 관리책임 명확화

일본은 2000년대 초반까지 연구비가 개인에게 지급되는 개인보조제를 채택했다. 하지만 연구비 부정 문제가 커지면서 2007년 일본문부과학성에서 '연구활동 부정행위 대응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소개했고 2014년 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일본의 연구비 관리는 부정을 사전에 방지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연구자 개인의 억제와 기관의 사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부정시 이름 등 신상과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부정 내용은 허위 출장, 허위 고용 등 가공청구와 대체 청구를 포함하고 연구자 성명, 소속, 직책, 연구자 번호까지 명시토록 한다. 또 부정이 이뤄진 연구과제는 연구종목명, 연구기관, 연구과제명, 연구대표자 성명, 소속, 연구자 번호를 기재하게 돼 있다. 부정 내용도 가능한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

책임자의 관리 감독 책임, 역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고발이 접수된 날로부터 210일 이내에 조사와 최종 보고서 제출을 마감토록 하고 있다. 지연될 경우 개인은 연구비 집행을 정지하고 기관은 다음해 이후 1년도의 간접경비를 최대 10%까지 삭감한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일본 역시 연구 부정이 만연해 있었으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연구자, 과학커뮤니티, 연구기관의 노력을 촉구하고 가이드라인 점검이나 미비시 기관의 제재조치를 명시해 연구기관에 엄격한 관리책임을 요구한다"면서 "국내 연구윤리지침이 실행력을 확보하려면 연구기관의 지침 이행 여부 조사와 불이행시 제재 조치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와셋사태가 발생하면서 연구현장에서는 "와셋 뿐만아니라 가짜 학술대회에 반복해서 참석했다는 것은 고의성이 짙으므로 엄중하게 짚고 가야한다"면서 "연구비 부정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대학과 연구 현장에서 스스로 자정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어 현장 과학자들은 "몇몇 비윤리적 연구자, 대학 교수로 인해 과기계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연구 윤리와 도덕성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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