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 나노 ⑪] 피코팩, 의료용 구강센서 패키징 ODM 석권국내 유일 특수 센서 패키징 역량으로 창업 2년간 성장률 55% 달성

센서와 소재, 디스플레이,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나노는 4차 산업의 시작 조건입니다.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연구단지에는 유망 나노 기업이 많습니다. 남다른 노력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계를 돌파하는 기업의 현장을 생생히 밝힙니다. <편집자의 편지>


"여보, 우리 몇 달 버틸 수 있어? 삼개월··· 알았어!"
 
제 손으로 부릴 수 있는 기술과 시장성을 믿고 나온 그는 삼개월을 시한부로 뒀다.
매일 새벽 3시까지 3평 사무실에서 버텼다. "불 안 끄는 사무실이 도대체 누구냐"며 쫓아 올라온
대전경제통상진흥원장은 "당신 같은 창업가가 잘돼야 대전이 산다"며 후속 지원을 약속했다.
드디어 첫 의뢰를 준 고객의 제품을 완성했다. 3개월 만에 통장에 찍힌 1000만원···.

그날 저녁 가족은 통닭파티를 열었고, 아내는 펑펑 울었다.

 
"지금도 일찍 집에 가는 편은 못돼요." 오근영 피코팩 대표는 창업 일화를 말하다 코끝이 빨개지자 바로 일행을 연구 공정실로 안내했다.
 
회사는 대덕 테크노밸리 벤처타운 다산관 1, 2층을 공정실로 쓴다. 작고 다양한 기계들이 클린룸에 모여있고, 수명의 연구원들이 작업 중이다. 오 대표는 장비음이 울리는 가운데 공정을 일일이 설명했다.


(※ 마우스드래그로 사방을 돌려볼 수 있는 VR)

"센서가 20cm 이상 큰 것을 다루는 곳이 우리뿐입니다. CMOS(방사능반도체센서)와 PCB(인쇄회로기판)를 평면에 연결하는 대면적 반도체 센서 패키징 기술이 있는 거죠. 광학정렬도 마이크론급으로 맞출 수 있고요. 내년 3월부터 구강센서 6만개 정도 패키징을 시작합니다."
 
이곳 공정실에서 특수 센서를 패키징한 제품들이 양산된다. 패키징은 각종 반도체와 센서, 부품들을 조합 포장하는 공정이다. 최종 단말기나 장비 내 모듈로서 본연의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최대한 작고 튼튼하며 가벼워야 좋다.  

피코팩이 패키징한 제품은 환자의 치아를 고치고 유방암을 검사하는데 요긴하게 쓰이게 된다. 치열한 시장맞춤형 제품개발이 피코팩을 분야 강소기업으로 만들고 있었다.
 
성능은 올리고 가격은 내린 패키징으로 글로벌 브랜드 ODM 납품
 
 

구강센서를 들어보인 오근영 피코팩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구강센서를 들어보인 오근영 피코팩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해외품에 비해 우리는 성능은 더 좋아졌는데 가격은 절반이하로 저렴하게 만들어요. 차기 모델까지 주문이 찼습니다."
 
오 대표가 들어 보인 조그만 장치는 '구강센서' 패키지다. 치과에서 엑스레이 촬영시 치아 뒤에 대면 구상상태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입안에 넣도록 작으면서 해상도가 높아야 한다.
 
피코팩의 혁신은 부품을 조합하는 기술과 소재에 있다. 구강센서 패키지 안에는 빛을 감지하고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센서와 부품들이 있다. 스마트폰처럼 내부 구성품을 어떻게 조합하냐에 따라 제품은 고성능 소형화가 된다.
 
오 대표는 "특수한 접합제와 소재에 많은 공을 들였고, 피코팩만의 특화된 기술력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특허받은 조성기술로 만든 에폭시로 엑스레이 발광물질인 신틸레이터(scintillator)를 다른 부품과 접합한다. 고가 부품인 세라믹패턴 보드는 저렴한 금속 플레이트로 대체했다. 입속에 들어가도 안전하고 견고함과 방수는 기본, 게다가 저전력이다. 부피를 줄이면서도 기존보다 월등한 성능에 공급가는 절반 이하로 내렸다. 

피코팩 구강센서 패키징은 글로벌 의료기기 브랜드 세곳에 ODM(주문자개발생산)이 계약됐고, 현재 방사선 인증을 받고 있다.
 
차기 모델도 마련했다. 현장의 요구를 파악해 잇몸에 맞춘 굴곡형과 소프트형 패키징을 개발했다. 같은 패키징도 프리미엄과 보급형으로 이원화하고 세트를 구성하는 등 고객 수요에 다각적으로 대응했다.
 
오 대표는 "창업 2년새 매출이 55%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요한 시장 추구 전략이 성공 비결이다.
 

 

공정실은 소규모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불량을 단속하고 공정 데이터를 축적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공정실은 소규모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불량을 단속하고 공정 데이터를 축적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센서와 부품 조합 문제 해결···더 큰 성장 위해 창업, 독보적 기술 축적
 
"제 능력과 회사에서의 역할이 비대칭일 때 창업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오 대표는 영상센서를 만드는 지역 중견기업에서 10여년을 일했다. 센서를 후공정 하는 패키징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시장의 빈틈이 보였다.

전자제품은 센서를 여러 개 조합한 모듈로 만들어지는데, 한 센서만 고장 나도 모듈 전체를 교체 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부품과 센서 간 열팽창계수가 달라, 제품이 가동돼 열이 발생하면 모듈 안에서 센서들이 뒤틀렸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전문가의 오기로 꾸준한 시도를 했고, 문제의 열팽창계수를 극복하는 접합 비밀을 찾아냈다. 개별 수리가 가능해지니 모듈 수리비가 1/10로 내려갔다. 특허를 냈고, 또 다른 개발 거리를 궁리했다. 그러자니 회사원으로서의 한계가 느껴졌다.
 
오 대표는 창업의 불씨를 가슴에 안고 첫 회사를 나왔다. 2년간 다른 기업을 다니며 기술을 연마했다. 2016년, 셋째를 임신한 아내를 반년 설득 끝에 창업했다.
 
처음에는 1인 사무실에서 알음알음 센서 수리를 하고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하며 1년을 버텼다. 천안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도 2년간 통학했다. 책임자가 쫓아 올라간 대전경제통상진흥원의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그의 사무실이었다.

그 후로 인재가 모이고 자금이 쌓이며 장비가 하나둘 갖춰지자 마음먹던 제품 생산을 시도했다. 현재 주력제품이 된 구강센서인데, 당시 시제품 제작에 도움된 건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의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인 '실증지원사업'이었다.
 
그는 "우리처럼 신생 기업을 챙겨주는 곳이 있다는 게 나에겐 큰 응원이었다"며 "지원이 끝나도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는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도움 줄 것을 물었다"고 말했다.
 
현재 피코팩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협업하며, 글로벌 기업과 거래한다. 내년부터 시판될 구강센서 패키징은 독보적인 기술 수준을 이뤘고, 방사선 센서와 진공센서, 의료용 CNT 엑스레이 튜브 등 다양한 센서 패키징 기술은 물론 원천 기술도 마련하고 있다. 기업 목표는 반도체 패키징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오 대표 본인도 회사원에서 창업가로, 그리고 지역 기업가로 성장하고 있다. '직원 가족이 사랑하는 회사'를 목표로 복지제도도 갖춰나가며 사내분위기 유지를 위해 웃음치료사 자격증도 땄다. 청년 기업들이 모인 교류회장도 역임 중으로 "지역에 도움 주는 기업이 될 터"라고 그는 말한다.
 
"매출 300억 정도의 회사로 성장시키려 합니다. 그 정도가 제 능력에서 내실을 축적하며 집중할 수 있는 규모인 것 같아요. 그다음은 저보다 더 나은 경영자를 육성해 3M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 대표는 손에 들고있는 대면적 반도체 센서를 패키징할 수 있는 곳은 피코팩이 국내유일이라고 자부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오 대표는 손에 들고있는 대면적 반도체 센서를 패키징할 수 있는 곳은 피코팩이 국내유일이라고 자부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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