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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몰이로 과학자 내몰기? "시스템 먼저 갖춰야"

비난 질타보다 시스템 문제부터 짚어야···연구 모멘텀 지켜줘야
과학기술계 연구자·교수 공공기술사업화 생태계 파괴 우려
"과학기술계 시스템 부재를 개인의 사적인 이익 취득이라고 매도하면 안된다. IBS 단장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과학자다. 이들이 세계적인 성과를 이어가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부정행위를 묵인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 죽이기 여론몰이에 앞서 도덕적 문제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출연연 A 기관장)

"기술을 이전할 당시에는 아무도 가치를 모르고 있었다. 당시의 기술을(저평가) 지금의 기술과(고평가) 같은 눈높이에서 평가하면 안된다. 기술이라는 씨앗이 꽃 필 때까지 고단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씨앗과 꽃의 가치는 확실히 다르다. 교수·연구자들의 공공기술사업화 생태계가 파괴될까 우려스럽다."(민간 VC 대표)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꼽히는 유전자가위에 대한 '특허 도둑'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전자가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김진수 단장은 지난 1999년 유전자가위 원천기술로 툴젠 기업을 설립했다. 1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징크핑거뉴클라아제'(ZFN) 기술로 창업했고 곧이어 2세대 유전자가위 '탈렌'을 개발했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던 지난 2012년에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도입했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김진수 단장이 서울대 재직 당시 국가지원을 받아 개발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툴젠으로 빼돌려 특허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꼼꼼하게 따져 문책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여론몰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과학자를 질타하며 짓밟기보다 절차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명확히 하는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과 대학은 발명신고를 하게 돼 있다. 과제는 혼자 하는게 아니므로 IBS나 서울대의 직무발명 신고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보면 된다. 지키지 않았다면 배임 횡령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런 과정 없이 과학자 개인을 비난하는 처사는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연구 현장에서는 행정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B 연구자에 따르면 일부 대학 과제는 연구비에 특허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추후 과제 연구비에서 특허비를 끌어오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는 것. 

B 연구자는 "김진수 단장의 IP 기술 등록 문제를 행정적으로 풀어야 한다. 개인이 사적으로 이익을 편취했다고 매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자리 잡지 못한 행정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C 연구자는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드러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연구소기업 창업 등 현구조는 잘 되면 세금, 못 되면 내 책임 등으로 귀결되는 구조로 창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관련 제도, 시스템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학기술계의 공공기술사업화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간 VC 대표는 "이번 사안의 결과에 따라 공공기술사업화 생태계가 좌지우지될 것"이라며 "대학이나 출연연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으로 연결되는 공공기술사업화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초기 기술 가치가 수백억원은 아니었다. 기술이 시장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수백억원이 된 것이다. 초기 기술가치와 시장의 기술가치를 같은 위치에서 평가한다면 아무도 사업화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툴젠과 서울대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특허 도둑 사건을 반박했다. 툴젠 관계자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권리를 이전받은 것은 서울대와 체결한 계약 내용에 의한 것"이라며 "법과 규정을 어기고 관련 특허를 단독 명의로 최초 출원하고, 서울대가 수익을 남기지 않고 특허를 민간기업에 넘겼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가 책정한 기술료가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만약 모든 특허가 사업화 성공을 가정해 기술이전료가 책정되면 기술이전과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수 단장은 유전자가위 분야 세계적 권위자이다. 김 단장은 올해 6월 네이처가 선정한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단장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2년간 서울대 교수신분을 유지하며 석학연구위원으로 연구단장을 겸임했다. 이후 2016년부터 교수직에 퇴직한 후 IBS 연구단장직을 수행해 왔다. 

IBS(원장 김두철)는 지난해 유전자교정체연구단 설립부터 2년 동안의 연구단 운영관리 전반에 대한 내부 감사 결과를 진행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내부 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김 단장은 툴젠과 연구단과의 비밀유지계약 철회, 연구비 부당 집행, 겸직 수행 부적정 등의 징계 주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해당 사안은 현재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IBS는 지난 7월경부터 민원접수에 따라 연구비 집행, 지식재산 확보와 활용 등에 대한 내부감사를 수행하고 있다. IBS 관계자는 "경찰수사, 내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대학교 D 교수는 "연구자가 연구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라며 "과학기술 발전과 연구사업 규정의 경계에서 고민이 많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인식도 변해야 한다. 특정 기술과 사람에 집중하는 시기는 아니다. 연구사업 규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여론몰이보다는 도덕적·행정적 문제를 명확히 짚어내야 한다"라며 "세계적인 과학자가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쉽사리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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