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특구진흥재단서 '국가R&D 혁신방안 설명회' 열려
관계자들 기술이전 보상제도 개선 등 필요성 강조

"국가 R&D 20조 중에 최종사용자(End User)에게 지불되는 자금이 얼마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기술사업화 측면에서도 중간단계가 많다. '중간 예산'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기존 혁신방안에 대한 실행력도 중요하다. 출연연과 중소기업의 사업화 관계가 혁신 방안에 명시되지 않아 현장서 오해할 여지가 있다. 연구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출연연이 기업 육성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김서균 ETRI 중소기업협력부장)

국가 R&D 혁신에서 기존 기술사업화에 변화가 필요하며, 제도적 개선과 문화 변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14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양성광)에서 열린 '국가R&D 혁신방안 설명회'에 참석한 출연연, 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국외 특허 확보 장려, 기술이전 보상제도 검토, 연구원 창업 문화 개선과 창업 활성화, 성과 평가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14일 '국가R&D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혁신생태계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사진=강민구 기자>
14일 '국가R&D 혁신방안 설명회'에서 혁신생태계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사진=강민구 기자>
◆기술이전 보상제도 검토, 연구원 창업 문화 개선 등 의견 제시

이날 설명회에서 R&D 성과가 실제 수요자인 기업과 시장으로 원활하게 이전되어 사업화, 창업으로 이어지는 혁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혁신생태계 활성화에 앞서 창업 존중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석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과확산부장은 "정부에서 창업을 많이 하라고 하지만 창업해서 롤모델이 되는 부자 과학자가 많지 않고, 이를 경시하는 문화도 존재한다"면서 "속칭 연구자가 '대박'을 만들면 그만큼 간섭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김서균 ETRI 중소기업협력부장도 "규모 있는 창업을 연구자들이 팀으로 창업하고, 창업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줬으면 한다"면서 "창업자가 복직하면 연구윤리 문제로 주식 등을 처분하는 것이 실정이다. 기술 창업을 장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경한 씨투씨소재 대표도 "출연연 연구자 창업할 사람이 많지 않으며, 정부 정책과 달리 창업 문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의견을 듣는다"며 "서로 창업할 수 있는 문화 조성과 함께 IPO(기업공개)까지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 R&D 운영자금 확대, M&A 활성화 등에 정부가 연결다리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화가 대학생, 교수에게도 확산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는 "한국 학생 창업은 미국 4%, 중국 8%에 비해 낮은 0.8% 수준"이라면서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 창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평가제도 개선, 기술이전 보상제도 재검토 등 법제도 개선도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의 부장은 특허 출원에서 정량 평가제도 개선, 해외 특허 비중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홍석의 부장은 "해외에 특허를 출원하고 싶어도 정량평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좋은 기술이 기술적 우수성을 기반으로 권리가 확실히 보장되고,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이전 보상제도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구자 인센티브, 특허관리 배분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의 부장은 "비과세였던 기술료 인센티브가 몇년전부터 과세로 부과되고 있다"면서 "연구자 인센티브를 조금 줄이고, 본 취지에 맞게 과세를 비과세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균 부장도 "기술이전 보상제도에서 착수기술료가 아닌 경상기술료 전환도 고려돼야 한다"면서 "경상기술료로 70~80%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사업화에서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서균 부장은 "중소기업이 겪은 인력 어려움을 출연연이 해결할 수 있으며, 실제 ETRI에서 추진하는 파견 정책이 효과가 좋았다"라면서 "5년안에 출연연에서 2000여명 가량이 퇴직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에 따른 지원이 아니라 비주류 과제, 장기적 과제 지원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종인 한밭대 교수는 "영향력 있는 기술 개발 방법 고민도 필요하다"며 "비주류 연구결과가 주류에 들어오도록 하는 제도, 장기적이거나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사업화를 추진할 때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주영 비즈니스전략연구소 대표는 "중국이나 미국에서 느낀 것은 한국에서 바라보는 기술사업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며 "R&D 계획이나 기술사업화에 대해 한국은 자국에 국한된 사고를 하는 반면 중국 등 해외서는 더 높은 차원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고민과 함께 다양한 방안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주영 대표는 "기술을 한국에서 개발하면 국내에서 2년동안 마케팅 거쳐야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기본조건이라는 암묵적 규제를 풀며, 글로벌 사업화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실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현장 의견에 대해 "특허관련 개선이 필요하며, 기관평가가 개편되면 연구부분이 정성평가로 바뀔 것"이라면서 "건수 평가가 지양될 것이기 때문에 질적인 과제 평가가 강조되고 있지만 기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과제평가 표준을 통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기술료 소득세법, 비과세법도 한도를 높일 것이며, 인센티브와도 관련이 있어 전체를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14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컨퍼런스홀에서 '국가R&D 혁신방안 설명회'와 '과학기술혁신본부 주요 정책과제 발표' 행사를 개최했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가R&D 혁신방안에서 제시한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혁신방안에 대해 현장의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실행력 확보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컨트롤타워로서 좀더 실행에 집중해 R&D 혁신이라는 과학기술계의 오랜 숙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연구현장과 소통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주요 정책과제 발표'도 함께 이뤄졌다.<사진=강민구 기자>
'과학기술혁신본부 주요 정책과제 발표'도 함께 이뤄졌다.<사진=강민구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