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 나노 ⑫] SK솔라에너지, 주문형 태양광 모듈 시장 '1위'전력 발전에 '제로에너지건축물' 정책 충족···태양광 토털솔루션 사업 목표

센서와 소재, 디스플레이,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나노는 4차 산업의 시작 조건입니다.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연구단지에는 유망 나노 기업이 많습니다. 남다른 노력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계를 돌파하는 기업의 현장을 생생히 밝힙니다. <편집자의 편지>


"SK 계열사인가요?"

회사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물었다. "아뇨, 서광(曙光)의 이니셜입니다."
서광, 떠오르는 태양이 주는 충만함을 그는 좋아했다. 기업명도 태양을 따랐다.
만물의 에너지 태양. 그와 동료들도 태양으로 먹고 살아왔다.
미래는 에너지 전쟁임을 직감하고 국내 태양광 산업 초창기부터 거쳐 올라온 15년.
업계가 포화상태로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 그는 동료들과 창업했다.

 

"창업이 늦었다고 볼 수도 있어요." 미디어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조근영 SK솔라에너지 대표는 본인을 "태양광 업계에선 알아주는 유명인"이라고 호칭했다. 태양광 분야에서 그가 만든 설계 라인이며 서식은 업계 표준처럼 남았다고도 했다. 손댄 설비에 대기업과 중견기업명이 줄줄이 나왔다.  
 
이야기 도중 공장에서 호출이 왔다. 공정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이다. 직원은 '사장님이 꼭 보셔야' 한단다. 대전 전민동 갑천을 곁에 둔 공장에는 직원들이 패널을 조립하고, 기계가 빛과 소리를 내며 가동 중이다. 

 

 

"대표님, 지금 인터 커넥트 리본이 틀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5버스바에서 4버스바로 변경하면서 틀어진 것 같은데. 셀 석션이 잘못된 것 같으니 저 부분을 검토해봐요."
"네. 그러면 지금 진행들은 계속할까요?"
"계속 생산하면서 지켜봅시다."
 
공장을 둘러보며 지나온 벽면에는 회사가 시공한 건물들이 길게 액자로 걸려있는데, 절반은 서울 건물이다. 조 대표는 "창업 1년도 안 됐지만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분야 1위"라고 했다. 태양광 분야서 값싼 중국산과 대기업 제품 틈에서 '주문형 모듈'이라는 독자 시장을 개척하는 SK솔라에너지가 '서광'처럼 떠오른다.

◆ 건물 벽과 창문, 지붕까지 태양광 모듈로···전력 생산에 건축미, 정책 혜택까지 '일석삼조'
 

 

BIPV로 외장 시공된 서울 은평성모병원 <사진=SK솔라에너지 제공>
BIPV로 외장 시공된 서울 은평성모병원 <사진=SK솔라에너지 제공>
BIPV는 건물 외장재가 되도록 제조한 강화형 태양전지 패널로 전력 생산과 건설 비용 감소, 디자인 효과 등이 있다. BIPV모듈의 구조는 강화유리 사이에 태양전지를 봉지재와 함께 적층해 밀봉 압착한 샌드위치 구조다.

솔라셀이라고도 불리는 태양광 셀에는 나노 입자로 무반사 피막 처리를 하는데, 빛의 투과율을 높여 전력 생산성을 높인다.

패널은 주문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제작되고 건물 외벽 또는 지붕과 창문으로 설치돼, 건물을 지탱하고 태양광 전기를 만든다. 출력은 패널당 100~400Wp 수준. 배경판이 어두운 'G to B' 건축 외장형과 빛을 투과하는 'G to G' 창호형이 있다.

BIPV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정책에 부합한다. 단열 등 에너지 절약 또는 전력생산 자재를 15% 이상 사용하면 용적률과 층수 등에서 혜택 있다. 세련미 효과도 있어 신축 건물에서 수요가 잇따른다. 

그러나 설치 현장 규격에 맞게 주문 생산하는 BIPV는 저가 중국 제품이나 자동화 공정으로 대량생산하는 대기업에는 맞지 않아, 중소기업이 주로 사업해왔다.

"주문형은 물량 수주가 일정하지 않아 생산관리가 어렵고 하자가 많았죠. 우리 경쟁력은 연구개발로 기존보다 뛰어난 제품은 물론, 설계부터 AS까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힘줘 말하는 조 대표를 포함한 부사장 등 창업 동료들은 태양광 업계에서 십수년 간 단련된 경력자들이다. 제품을 완성도 높게 만들 줄 알고, 고객 요청에 앞서 대응하기에 빠른 시장 장악이 가능했다. 
 

 

BIPV는 주문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제작되기에 숙련된 수작업 공정이 필요하다. <사진=윤병철 기자>
BIPV는 주문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제작되기에 숙련된 수작업 공정이 필요하다. <사진=윤병철 기자>
◆ 국내 BIPV부터 자리매김···태양광발전 토털솔루션 사업 확장

"태양광 에너지가 장려되고 있지만, 실상 시장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조 대표는 "태양광 사업에도 '임야개발제한' 등 규제가 많아 시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 시장도 미국 반덤핑관세와 값싼 중국 제의 유럽시장 장악으로 국내 업체 도산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SK솔라에너지는 향상된 BIPV로 국내시장을 채우면서 신제품을 개발한다. 우선 '아파트 루버'가 유력하다. 루버는 신축 공동주택 베란다나 보일러룸에 설치되는 개폐식 실외기창으로, 태양광 패널로 만들면 제로에너지건축물 혜택이 적용돼 수요가 밝다. 현재 서울시 '미니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LH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도 합동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또 다른 차기 제품은 컬러 BIPV로, 스위스 제보다 뛰어난 국산화 성공을 노린다. 짙은 남색 셀보다 밝은 컬러 셀은 광효율이 낮지만, 연구개발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불에 강한 방호형 모듈과 태양광 에너지 주택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조 대표는 연이은 사업 진행들이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의 '실증지원사업'덕임을 밝혔다. 그는 "창업 초기 원재료 구매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방호기능과 효율 개선에 대한 투자가 어려웠는데, 실증지원사업으로 현재 주력 제품인 BIPV 개발을 앞당겨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대기업 주문과 영업이 확대되며 더 큰 공장이 필요해 지역 부지를 찾고 있다. 차기 모델을 진행할 연구개발 인재도 필요하다. 올해 80억원 매출을 예상하는 SK솔라에너지는 태양광발전 토털솔루션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조 대표는 태양광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업을 발전시켜나가는 기업가로서의 초심을 되새겼다.

"주문이 없어 3개월 공장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창업 동료들은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이었어도, 생산직 근로자분들께는 절반의 월급을 유지했어요. 생산직을 유지해야 품질관리가 되거든요.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라 성과가 나는 데로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출신인 조 대표는 지역 산학연과도 협력할 계획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출신인 조 대표는 지역 산학연과도 협력할 계획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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