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초청해 강연 마련
박 소장 "의견을 들여다보고 사람과 생각 이어 솔선수범 필요"

ETRI는 19일 박현모 세종리더십소장을 초청, 소통 문화 확산을 위한 명사초청 강연을 가졌다.<사진=ETRI 제공>
ETRI는 19일 박현모 세종리더십소장을 초청, 소통 문화 확산을 위한 명사초청 강연을 가졌다.<사진=ETRI 제공>
'소술선지(紹述先志) 성심적솔(誠心迪率).'

소술선지, 이전 의견을 검토하고 생각과 사람을 잇는다. 성심적솔, 진심을 다해 솔선수범하며 실천한다. 즉, 서로 소통하며 솔선수범해 실천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올해로 즉위 600년을 맞은 세종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소통 부재 문제 처방이 제시돼 관심이 쏠린다.

ETRI는 19일 오전 10시 7연구동 국제회의장에서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을 초청, '소통문화 확산을 위한 명사초청 강연'을 가졌다.

박 소장은 '세종대왕의 소통 리더십'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소술선지'와 '성심적솔'을 꼽았다. 그는 "각 권마다 500페이지 이르는 '세종실록' 19권을 13번 완독했다"면서 "세종의 리더십은 소통과 협업으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은 일방이 아닌 쌍방 소통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라고 질문하고 답변을 경청했다. 신하의 답변에는 '경의 말이 매우 아름답도다'로 화답, 대화를 이어갔다.

경청과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간 세종은 조선시대 최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집현전과 전문가 20명을 지근 거리에 두고 경연을 통해 자유로운 토론을 펼치며 나온 결과가 일로 연결되도록 했다.

박 소장은 "조선시대 과학기술은 노벨상 이전 아시아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성과를 냈다"면서 "그 기반에 집현전이 있다. 오늘날에는 출연연이 한국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프로젝트 실행에 앞서 세종이 적용한 리더십으로 박 소장은 착심, 협업, 일 중심 세가지를  들었다.

우선 세종은 일을 하는 취지를 충분히 상기 시키고 현재의 성과를 칭찬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일을 간절히 당부하며 인재의 마음에 착심되도록 한다. 설명과 설득으로 공감하도록 하는 것.

이후 각 부서간 팀을 이뤄 협력하도록 하고 일 중심의 경연과 토론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일을 진행하며 성과를 내기까지 권위를 초월해 참여케 했다. 또 지속적으로 성과를 칭찬하며 향상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일련의 과정은 진단-도달목표 공감-처방조치-평가- 결과 공유로 요약된다. 세종의 리더십은 비전 공감을 통한 성과 추구와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한 셈이다. 이런 사례는 갑인자 도감 구성에서 사례를 잘 찾아 볼 수 있다.

"금속활자 20여 만자를 만들어 찍게 하니 하루에 40여장을 인쇄할 수 있게 되었다. 글자체가 깨끗하고 반듯했으며 일하기 쉬움이 예전에 비해 갑절이나 되었다."(세종실록 중)

박 소장은 "갑인자는 1420년에 제작된 경자자보다 훨씬 향상된 활자였다. 이후 여섯번 개주되며 140년간 사용될 정도로 명품이었다"면서 "세종은 금속활자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부처간 경계를 넘어 협력을 이끌어 냈다. 특히 싱크탱크인 집현전이 핵심역할을 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소장은 소통 난국에 직면한 출연연을 위한 처방으로 이위하여(以爲何如, 어찌하면 좋겠는가: 지시보다 물음으로), 경언심가(卿言甚嘉, 그대의 말이 매우 좋다: 긍정적 반응하기), 자부지자(自不知者,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겸손하게 듣기), 소술선지(紹述先志, 이전 의견 검토하자: 생각과 사람 연결), 성심적솔(誠心迪率, 진심을 다해 솔선수범: 책임지고 한발 앞서 솔선수범) 5가지를 들었다.

그는 "5가지 중 출연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술선지와 성심적솔"이라면서 "출연연의 문제와 해결안은 이미 다 나와 있는데 잠자고 있다. 그 의견들을 들여다보고 사람과 생각을 이으며 솔선수범하면 될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국책사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부처 간 높은 칸막이와 권위를 내세워 일을 방관하는 지식인들의 태도, 싱크탱크의 부재나 미활용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지금은 우리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협업의 지혜를 배워 적용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연 후 참석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가 "세종의 인재 선발"을 질문하자 박 소장은 "세종은 강점 경영을 했다. 즉 사람의 강점을 봤다. 그리고 언행일치와 행동 동기, 일의 즐김 여부를 확인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현모 소장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를 마쳤으며 '정치가 정조' '세종의 수성 리더십'  저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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