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국가나노안전성 기술지원센터, 입자 크기 측정 기술 개발
이태걸 센터장 "나노제품 수출과 안전성 기준 확립에 기여할 것"

지난 2009년 미국 환경청은 국내 한 기업에 '살충제법에 따른 등록규정' 위반에 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앞서 2006년에도 같은 규정으로 국산 은나노 세탁기의 수출길에 제동이 걸렸다. 두 사례는 제품 속 '나노물질'의 정보와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성능을 가진 나노물질이 출시되고 나노물질의 사용처는 전자제품·화장품·배터리·의약품·자동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실과 기관마다 서로 다른 안전성 평가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나노제품을 분석·평가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이 나섰다. 표준연 국가나노안전성 기술지원센터(센터장 이태걸)는 나노입자 크기 성적서 발급 서비스를 시작했다. 센터는 나노물질의 물리적 특성 측정기술을 개발해 지난 8월 처음으로 모 대학 연구실에 나노입자 측정 성적서를 발급했다.
 
이태걸 센터장은 "지금까지 해 온 기초연구를 대외 기관에 적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나노물질 안전성에 관한 과학 정보를 정부에 제공해 인증체계를 만드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나노입자 측정에 쓰인 DLS 장비. <사진=한효정 기자>
나노입자 측정에 쓰인 DLS 장비. <사진=한효정 기자>
연구팀이 나노물질 측정에 사용한 기법은 동적광산란법(Dynamic Light Scattering, DLS)이다. DLS는 용액 내 나노입자뿐 아니라, 공기 중 먼지나 퀀텀닷의 물리량을 측정할 때 쓰인다. DLS 장비는 빛의 산란을 이용해 나노입자가 움직이는 속도를 측정한다. 이 기법에서 입자의 속도는 입자의 크기를 의미한다.
 
표준연에 의뢰된 첫 시료도 용액 상태로 접수됐다. 연구팀은 시료를 받은 직후, 15일 후, 30일 후, 총 세 번 측정했다. 구체적인 측정 방법은 시료에 따라 다르다.
 
표준연은 시험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DLS를 이용한 나노입자 연구를 수행했다. 2012년 나노입자의 측정 신뢰도를 평가해 논문을 발표했고, 이후 표준 측정절차서 개발과 국제비교를 마쳤다. 4년 전부터는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국책 과제에 참여해 나노안전성 평가를 위한 인증표준 나노물질을 보급하고 성적서를 발급하는 등 대외 서비스에 나섰다.
 
이 과제에는 표준연 외에도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등의 연구원 100여 명이 참여한다. 표준연은 나노입자 표면에 붙은 화학물질 등 특성 분석을, 대학과 병원에서는 독성평가 등을 담당한다.

(왼쪽부터)직경 20 nm와 50 nm 실리카 표준나노입자를 투과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으로 찍은 사진. <사진=국가나노안전성 기술지원센터 제공>
(왼쪽부터)직경 20 nm와 50 nm 실리카 표준나노입자를 투과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으로 찍은 사진. <사진=국가나노안전성 기술지원센터 제공>
과제 실무를 맡은 권수용 표준연 박사는 "나노입자는 섞인 용액에 따라 측정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며 "대외 서비스를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현재 구형 나노입자의 크기만 측정할 수 있지만, 앞으로 막대기나 판 모양 나노입자의 특성도 분석하고 다양한 입자가 섞인 샘플에서 입자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연이 발급한 성적서는 나노제품 수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근 나노물질이 피부와 체내에 흡수되면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해외 국가들은 나노물질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 나노제품을 수출하려면 제품 정보를 특정 사이트에 등록하고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권 박사는 "표준 측정절차서와 인증서는 국내 기업이 안전한 나노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수용 박사(좌)와 곽민정 기술원(우)은 나노안전성 평가를 위한 인증표준 나노물질과 표준 측정절차서 개발에 참여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권수용 박사(좌)와 곽민정 기술원(우)은 나노안전성 평가를 위한 인증표준 나노물질과 표준 측정절차서 개발에 참여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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