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펨토초 레이저로 신 극자외선 발생 규명
초고정밀‧초고성능 반도체 시대 견인 기대

펨토초 레이저 압축 장치의 모습. 연구진은 압축 장치 속 여러 개 특수 거울을 이용해 레이저 펄스의 모양을 조절, 수 펨토초의 펄스로 만들었다.<사진=IBS 제공>
펨토초 레이저 압축 장치의 모습. 연구진은 압축 장치 속 여러 개 특수 거울을 이용해 레이저 펄스의 모양을 조절, 수 펨토초의 펄스로 만들었다.<사진=IBS 제공>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얽혀 진동하며 나가는 파동이다. 파동의 길이가 매우 짧은 극자외선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지만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IBS(기초과학연구원, 원장 김두철)는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의 김경택 교수(GIST 물리광과학과) 연구진이 기존 물리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은 새로운 극자외선 발생 경로를 구명했다고 27일 밝혔다.

극자외선은 파장이 10~1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한 빛을 말한다. 짧은 파장을 이용해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조밀하게 그려내는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나노미터 해상도로 물질을 관측하는 극자외선 이미징에 활용된다. 또 극자외선을 쪼여 물질의 물성을 파악하는 분광학 연구에도 사용된다.

다양한 분야에 극자외선을 활용하려면 결맞음성이 요구된다. 결맞음성은 빛 파장의 위상과 주파수가 같아 서로 간섭할 수 있다는 의미로 가간섭성으로도 불린다. 별개의 파장이 서로 보강하는 간섭을 일으킬 수 있어 강력한 빛을 생성하기 위한 기본 성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결맞은 극자외선 생성 경로는 '다중광자흡수' 현상이다. 이는 별도의 광원을 이용해 원자에 빛을 가하면 원자가 여러개의 빛 입자(광자)를 동시에 흡수해 들뜬상태(excited state)가 된 후 낮은 에너지 상태인 바닥상태로 이동하면서 결맞은 극자외선을 내놓는 현상이다.

김경택 교수팀은 광원에서 강력한 빛을 가하면 다중광자흡수 현상과 다른 새로운 경로로 극자외선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000조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빛을 가하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발생시킨 극자외선은 기존과 달리 레이저의 위상 변화에 따라 세기와 발생방향이 달라지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좌절된 터널링 이온화(FTI)' 현상으로 이러한 극자외선이 발생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펨토초 레이저를 가하면 전자와 원자는 완전히 분리된다. 이후 전자는 자유롭게 가속하며 진동하다가 레이저빔이 사라지고 난 뒤 원자와 다시 들뜬상태로 결합한다. 원자가 바닥상태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그 에너지 차이만큼 결맞은 극자외선을 내놓는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결맞은 극자외선의 정확한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 기존 다중광자흡수 현상은 극자외선 발생 과정에서 광원의 세기가 고려되지 않은만큼, 이번 연구가 광물리학 연구의 근본적인 이해를 넓힌 셈이다.

또 세기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FTI극자외선의 특징을 이용하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더 강력한 극자외선 광원 개발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현재 최고 선폭인 7nm보다 더 가는 회로로 초고정밀‧초고성능 반도체 시대를 견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경택 교수는 "펨토초 레이저는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연구실만 가지고 있는 최첨단 기술"이라며 "새로운 광원 발견은 종종 새로운 학문분야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에 규명한 극자외선이 무궁무진한 관련 연구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광학분야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IF 32.521) 25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좌절된 터널링 이온화(FTI)로 인한 극자외선 생성 메커니즘과 스펙트럼.<사진=IBS 제공>
좌절된 터널링 이온화(FTI)로 인한 극자외선 생성 메커니즘과 스펙트럼.<사진=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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