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한림원, '2차 연구윤리 대토론회' 개최
행정 분리·전문화, 신기술 활용, 과학계 자정 노력 등 필요성 강조

"연구비 관련 규정만 120개다. 규정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과 문화다. 마음가짐만으로도 규정을 초월할 수 있다. 연구자의 철학과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원 기관 입장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구 지원이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한다. 솔선수범하며 스스로 자정하는 연구계의 변화가 필요하다."(안화용 한국연구재단 기획조정실장)

"과학계가 지난 50여년 동안 발전했지만 내부 문화나 규율이 없다는 것에 반성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자율적 장치가 작동해서 자체 정화가 가능해야 한다. 과학계가 먼저 신뢰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고, 정부도 규정이나 혁신안을 만들기보다 과학계 내부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이민형 STEPI 선임연구위원)

최근 연구비 부적절 집행, 부실학회 참가 논란이 지속되면서 연구윤리 훼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출연연, 대학을 비롯한 연구계, 관련 단체 등이 모여 연구윤리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1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차 연구윤리 대토론회'에서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연구관리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연구 환경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내부 자성과 함께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연구관리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1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2차 연구윤리 대토론회'가 열렸다.<사진=강민구 기자>
1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2차 연구윤리 대토론회'가 열렸다.<사진=강민구 기자>
◆현장서 행정 어려움···자율성과 책임 강화돼야 

이날 발제를 맡은 전문가들은 대학의 연구행정, 출연연 연구관리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연구행정 서비스 개선을 통한 연구 몰입 환경 조성과 대학 자체 세부 규제 철폐, 연구행정 전문인력 양성, 지식재산권 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연구와 행정의 분리와 함께 전문화가 필요하다"면서 "연구행정 분리를 통해 연구비 부적정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 직원의 역량 강화를 통해 연구행정 전문인력 양성과 간접비 수익 등 대학 연구비 회계의 구조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연구윤리 선진화와 함께 연구윤리 재정립과 과총, 정부 차원의 연구 윤리 재정립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영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전문위원은 출연연 입장에서 연구윤리 기반 체계화를 위한 정책과 법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영주 전문위원은 "출연연 R&D 체계가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많은 이해관계가 있어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출연연 방향성을 함께 고려해야 연구윤리제도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문위원은 "현재 출연연 연구윤리 체계가 미비한만큼 과학기술기본법, 학술진흥법 등 정책과 법 체계 개선이 필요하며, 연구윤리 정착 거버넌스 개선, 연구회 역할 정립, 연구자의 자율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연구관리 시스템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윤철 기술과가치 대표는 새로운 연구비관리시스템과 윤리 위원회 가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연구윤리 부정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윤철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과기부와 산업부의 연구비관리시스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신기술을 도입해 연구비를 일원화하고, 과학기술계 내부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연구비 사용 적신호를 감지하고 소명하는 절차가 신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주요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규정보다 내부 변화 먼저···연구계 자율 정화 노력도 필요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연구 몰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행정 부분 개선과 대학 행정 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특히 연구관리 부분에서는 지나친 규정 강화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면서 규정 만들기 보다 내부 자정노력과 문화 확립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지범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회계 부정으로 인해 규정이 강화되면서 위험감수가 아닌 위험 회피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라면서 "윤리문제 해결이 지나치게 규정 중심이 되면 사회가 활력이 없어지고 위험감수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정 보다 원칙 위주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도 "과학자 개인부터 그룹, 학문, 학계, 과학기술계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회가 안 믿어주면 비난회피 구실만 찾는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과학계의 대타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연구문화, 연구윤리가 포괄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과학계와 외부와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라면서 "제도가 바뀐다고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과학계가 연구 합목적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고, 연구자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하도록 함께 논의하고 변화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연구윤리 대토론회'는 과학기술 연구개발활동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회복과 책임을 강화하고, 연구윤리 재정립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토론회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난 달 12일 개최된 1차 토론회에서는 연구 윤리 현황, 연구윤리 문제점, 연구윤리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최근 부실학회 등 문제를 과학기술계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하고,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해 올해 안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연구 윤리, 강령을 재정립하고, 연구관리 제도 혁신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연구윤리 문제는 현재 학계와 연구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며, 과거 관행이나 변명으로 해온 행동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연구 윤리를 훼손하는 문제를 바꾸고, 건강한 연구생태계 구축과 신뢰 회복을 위해 연구 관리에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패널 토론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