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강한 식물 이유 찾았다···미생물이 병 진전 막아

김지현 연세대 교수-이선우 동아대 교수 공동 연구
풋마름병 잘 견디는 토마토 뿌리 근처 토양서 번성하는 미생물이 식물병 발생과 진전 억제
국내 연구진이 병저항성 식물이 병원균에 대항하기 위해 미생물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세대학교(총장 김용학)는 김지현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선우 동아대 응용생물공학과 교수와 함께 풋마름병에 잘 견디는 토마토의 뿌리 근처 토양에서 번성하는 특정 미생물이 식물병 발생과 진전을 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농작물을 키울 때 가장 큰 문제는 병해충과 잡초이다. 식물병은 벼 도열병이나 흰잎마름병처럼 주요 작물에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아일랜드에 대기근과 대규모 해외이주를 불러온 감자 역병과 같이 커다란 사회문화적 파장을 야기할 수 있다.

식물의 병저항성은 식물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필요하다. 식물병리학에서 식물 면역은 저항성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병원균의 침입을 탐지하면 각종 저해물질들이 만들어 병원균을 공격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지난 2011년초 식물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체, microbiome)이 병저항성에 관여할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풋마름병 저항성 토마토를 대상으로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토마토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제작물로서 감자, 고추, 담배 등 가지과 식물의 연구 모델이다.

풋마름병은 가장 중요한 식물세균병 중 하나이다. 이 세균은 뿌리를 통해 침입하며 물관을 막아 식물을 시들게 하며 가지과 작물을 비롯한 50과 200여 종에 치명적인 토양병원균이다.

또 사과‧배 화상병균과 함께 검역에서 매우 중요한 식물병원균이며, 농작물 바이오테러에 생물무기로써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생물작용제 미생물로 분류되어 있다.
 
연구진은 풋마름병에 저항성인 토마토 품종 하와이 7996(Hawaii 7996)과 감수성 품종인 머니메이커(Moneymaker)를 실험포장에서 키우면서, 근권(rhizosphere)이라고 부르는 뿌리 근처 토양에 서식하는 미생물군집(마이크로바이오타, microbiota)의 16S rDNA에서 미생물의 종류와 빈도 및 네트워크를 조사하고 이들이 갖고 있는 전체 DNA 서열인 메타유전체(metagenome)에서 미생물과 유전자의 종류와 빈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병저항성 품종인 하와이 7996의 근권에 플라보박테리아과(Flavobacteriaceae)를 비롯한 특정 세균이 더 많이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다.

토마토 근권의 미생물군집을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저항성 토마토를 키웠던 토양에 많은 미생물이 풋마름병의 발생과 진전을 막을 수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발병을 억제하는 미생물을 동정하고 분리‧배양하는 것은 순탄하지 않았다. 토양 1g 속에는 대략 수만 종의 미생물 수억~수십억 마리가 살고 있으며, 대부분이 실험실에서 배양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1차 시도에서 수백 종의 플라보박테리아 콜로니를 분리해 토마토 생장을 촉진하는 균주를 찾아내고 유전체도 분석했으나 풋마름병을 억제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근권 미생물의 메타유전체 서열을 분석하여 TRM1이라고 명명한 신종 플라보박테리아의 서열이 저항성 토마토의 근권에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확보된 TRM1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매우 천천히 자라서 배양이 까다로운 TRM1 세균의 순수분리에 성공했다.

토양 종류, 토양 멸균 유무 등 다양한 조건에서 토마토 병원균 접종 실험과 토마토 근권 내 TRM1과 풋마름병균의 군집변화 모니터링으로 이 미생물이 풋마름병의 발병과 진전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최근 미생물이 식물의 영양, 생리, 발달뿐만 아니라 생물‧비생물적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를 시스템 수준에서 이해하고 조절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식물과 마이크로바이옴을 하나의 연관된 단위체(홀로바이온트, holobiont)로 보고 더 나아가 동물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식물바이옴(파이토바이옴, phytobiome)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미국에서 추진 중이며, 학‧산‧관이 서로 협력하고 공공-민간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비영리 국제 컨소시엄인 'Phytobiomes Alliance'도 결성됐다. 

독일 다국적기업 바이엘(Bayer)은 작년 9월에 식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을 위한 회사를 창립했고, 최근 바이엘과 합병한 미국의 다국적기업 몬산토(Monsanto)는 덴마크의 생명공학기업인 노보자임(Novozyme)과 연합체(BioAg Alliance)를 결성해 농업용 미생물제를 개발하고 있다. 인디고(Indigo Agriculture) 등 벤처기업 창업도 활발하다.

연구팀은 병저항성과 관련된 식물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조와 기능을 처음으로 밝혀내 식물바이옴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으며, 숙주-미생물과 미생물-미생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시스템 수준의 이해로 '식물 프로바이오틱스(plant probiotics)'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농약과 비료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지현 교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R&D사업으로 대형 성과가 도출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여러 부처에서 추진된 유관 사업 간 연계와 협력을 통해 이뤄진 성과"라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결과가 조기 사업화에도 성공해 신산업 창출과 바이오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과 농진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연세대 연구팀에서 유전정보 분석을 동아대 연구팀에서는 식물실험을 담당했으며, 지난 7년여 동안 여러 대학원생들과 박사급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의 아티클(Article) 논문으로 지난 8일자로 온라인 게재됐으며, 관련 국내외 특허도 출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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